칠리고구마 [374436] · MS 2011 · 쪽지

2011-05-03 01: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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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보헤미안의 하루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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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헤 미 안
<명사> 속세의 관습이나 규율 따위를 무시하고 방랑하면서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시인이나 예술가

"그래!
바로 나를 지칭하기엔 안성맞춤인 단어지 그래 난 보헤미안이다"

오늘 아침도 여느때와같이 하늘거리는 옷과 대비된 무거운 백팩을 매고 개울을 따라 도서관을 향했다
마치 진주라도 쏟아부은듯 빛을 반사하는 개울에 눈의 잔상이 남는다
가볍고 하늘거리는 옷만큼 내 육신은 자유롭고 싶다
그러나 가방의 양손이 내어깨를 감싸쥐고 땅으로 끌어내리고 있었다
손에 채이는 나뭇가지를 아무렇게나 꺾어쥐어본다

질량이 무거울지라도 발걸음만은 가벼울 가방은 없을까

무심히 개울에 멍한 시선을 두고 걷다 뻐끔거리는 입하나를 발견했다
화학1 물과 우리생활단원에서본 3급수에 산다는 참붕어일까하고 떠올려보는데
갑자기 그 입모양이 허공에 대고 속삭이기 시작한다 숨쉬고싶다숨쉬고싶다숨쉬고싶다
순간 꺾어쥔 나뭇가지를 개울에 던져버렸다
자그마한 파장이 일어 속삭임이 잠기고 말았다

가방을 내려놓아도 내 어깨위의 양손은 그대로였다

"그래
보헤미안은 나를 지칭한다 아니 육신만은 그럴지도 모르지 무엇이 여전히 나를 죄어오는 것일까"

또다른 참붕어가 없을까하고 눈여겨 보았지만 정오를 향해가는 강한 태양의 꼬리가
잔상으로 눈부셔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따사로운 오전의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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