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공대 올해 졸업한 준아재입니다.
오랜만이네요. 눈팅하는데 UI도 많이 바뀌고 낯섭니다.
우선, 모두들 수고하셨고 논술이나 면접 남은분들은 힘내세요!
제 소개를 하자면
연세대 공대 졸업하고 자대 대학원 입학해 대학원 찌끄래기인 석사과정입니다.
10,11,12년도 세번의 수능을 봤구요. 대부분 독서실,도서관에서 재수 했고 삼수 초반에 서초메가 100일정도 다녔습니다. 썡삼수입니다.
가장 싫어하는 음식은 칼로리바란스와 미숫가루구요,
그 이유는
고2부터 한 4년동안 거의 모든 주말은 점심을 독서실에서
혼자 칼로리바란스와 미숫가루로 때웠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제는 혼자 밥 잘 먹습니다. 굉장히^^)
그래서인지 항상 수능시기가 되면 센치해집니다. 그래서 종종 오르비를 찾기도 하구요.
수능이 끝나면 항상 드는 생각은
"가장 좋은 시기에 나는 왜 그렇게 시험에 목맸나?"
입니다.
이제서야 솔직하자면 불안감과 열등감이 저를 수능에 목매게 했던것 같습니다.
다른 친구들처럼 특기도 하나 없고, 취미도 없고.
대충 게임이나 잠으로 시간이나 허비하던 저에게는 입시는 마지막 희망였습니다.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있어서
인터넷에서 좋은 인강강사를 찾아다니고,
학교에서는 손목에 찬 시계로 순공부시간을 재고,
한석원과 손주은의 강연에는 마음이 뜨거워져
엘리베이터 안에서 교복 단추를 풀고 집에 오자마자 옷을 벗고 잠드는 것을 목표로 공부했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하지요.
그랬더니 수능은 저를 향해 미소지었죠.
고등학교3년 내내 본 모의고사와 평가원을 모두 합쳐도
수능을 잘 본 것입니다.
근데 재수를 했습니다.
왜냐구요?
서울대를 안가면 안 될 것 같다고 느꼈거든요.
서울대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 그 이외에는 의미없다.
그렇게 원서는 정시 서울대만 쓰고 장렬히 탈락하고, 친구들과도 연락이 거의 끊겼습니다.
하지만 저는 성적도 상승 추세였고 미칠듯한 노력파니 일년만 더하면 뉴스에도 나올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독학재수는 멘탈이 깨져 우울과 불안, 공황으로 망치고
종종 홀로 지하철타고 서울구경하던 기억만 납니다.
재수 성적은 고3때보다 못했어요. 현역때 고대 공대정도였다면 재수때는 중앙대정도.
물론 누군가에게는 목표지만 열등감 덩어리였던 저에게는 서울대가 아니면 의미없었어요.
그렇게 책읽다 울고, 노래듣다 울고, 잘려고 누웠다가 울고 하던 시기를 보내고
서초메가에 들어갔죠.
그냥 자습했어요.
원래 자습만 하던 공부스타일이라.
재수때보다는 좀 더 나아진 멘탈로 세번째 수능을 보니 고3때보다 수학 한문제 정도 더 맞았더라구요.
허망했습니다.
그 지겨운 재수/삼수의 보상이 수학 한 문제라니.
하지만 아무 생각도 안들었어요.
그 시절에는 오르비도 눈팅 많이해서 원서라인도 어느정도 잡을 줄 알아
추가1차정도에 붙겠지. 하던 공대에 지원해 추가1차합했습니다.
서울대 스나이핑은 실패했구요.
연세대 합격하던 날, 부모님은 좋아하셨지만 저는 아무 생각도 없었습니다.
반수 생각도 없었어요. 많이 지쳤거든요.
그러다보니 어느새 졸업해버렸네요?
세월 참 나빠요(?)
이제, 다시 묻습니다.
"가장 좋은 시기에 나는 왜 그렇게 시험에 목맸나?"
사실 아직도 아픈 질문 입니다.
다시 답변 합니다.
멍청 했다고.
솔직히 연대정도는 왔기에 하는 답변이라고 생각은 물론합니다.
그래도 아쉬운게 많아요. 그떈 왜 그리 맹목적이었는지.
그 이유는 하나에요.
기시감 떄문입니다.
대학에 와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느끼는게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항상 맹목적으로 살더라구요.
제가 수능준비하던 것 처럼, 취직에 목매고, 승진에 목매고
영어성적에 목매고, 스펙에 목매더라구요.
전 갑자기 그런것들이 환멸스러워졌어요.
그래서 좋아하던 인문학,사회학 책읽고, 소설도 쓰고, 술도 먹고
춤도 추고, 여자도 만나보려하고(제일 안 되지만), 요새는 연극도 해볼까 합니다.
조금은 나를 놓아주고 다채롭게 살고
내가 원하려는 것들을 하며 살아도
별일 없더라구요. 그냥 내가 즐거울 뿐이에요.
어쨋든 수능이 끝났어요.
당신들도 좀 즐거워 지는게 어때요?
물론, 지금의 말들이
당장이 급한 사람한테는 배부른 소리라는거 압니다.
하지만 사는데 배라도 불러야하지 않겠어요?
행복할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던 응원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시대 재종 반 0
여러분 이 성적이면 시대 재종 어느 반 들어갈 수 있나여?? 목동 대치 반이 다를까요??
-
오르비에서 떡밥도 몬따라가는데 오프라인은 진짜 힘들어..
-
알려줘요
-
국어 22언매 브레턴 다맞고 96점이라 가끔 헷갈리면 물어봄 영어 실모 같이풀면...
-
엉아야 10
과외 받을래? ㅎ.ㅎ
-
궁금쓰
-
어디서 싸움? 0
ㅈㄱㄴ
-
활성화되어도 생까면그만아닌가
-
심심해요알려주시요
-
싸움구경 5
(팝콘을 먹으며)
-
하루에 8시간 분량이라도 넘겨보고싶었는데 하반기에는 단 한번도 하지못함 이러니 내가...
-
제발 나도 좀 놀자
-
진짜 존나 오래봤는데 이번시즌만큼 역겨운건 진짜 오랜만이네
-
ㄹㅇ
-
처음 해보는데 너무 재밌다
-
걍 궁금해서 ㅇㅇ
-
다들 화낫서...
-
실천하고옴 6
근데 여기 왜 코드 8자리냐 ㅅㅂㅋㅋㅋㅋㅋㅋ 아니 8자리를 뚫고 고닉들을 욕하던거임?
-
설수의 정시면접은 걍 상식이 최소한도로 존재하는 사람이면 면접떨이 존재할 수 없는...
-
낮에는 코스프레부터 온갖 씹덕들이 판치는데 저녁만 되면 귀신같이 일진 포스 인싸들이 점령함 ㄷㄷ
-
배틀물 애니 특 0
중요한 회차에서 제작비 몰아쓰고 나면 그다음 회차는 눈에띄게 작화가 어색해짐
-
아ㅜ시발
-
근데이거솔직히 9
과외 개나소나하는거긴한데.... 멍멍아르르
-
진짜 개힘든데 오후 5시부터 새벽2까지 단순노동만 반복하는데 너무 힘듬. 내가...
-
이런 음지도 다있네
-
빨리 점공올리라고 시발 ㅋㅋ
-
비갤에 ㅈㄴ 몰려가서 그냥 오르비처럼 글 쓰고 이런식으로 비갤 먹어버리면...
-
그거 핸들이면 진짜 시발
-
그걸 해내네
-
a갤이 낫지
-
여기서 먹이 주면 거기 커진다고 한동안 잠잠했는데 와이라노
-
내일 졸업식인데 라면먹으면 ㅈ되겠죠 배고픈데
-
인하대 학잠 0
어디서 사요?
-
올리고 나서 10분 안에 팔로우 2명 늘었어 기뻐
-
공대남은 연애하기 개씹헬인것같음 걍 다녀보니 그렇게 느낌... 애초에 과cc자체도...
-
근데 진짜 긁히셨나봄뇨 16
아무쪼록 힘내셨으면••
-
진짜 어딜봐도 예뻐서 눈 둘 곳을 못찾았음…
-
현역이 ㅋㅋ 1
과탐을 하는데 1년만에 1 받은 사람들도 있나요? 있다면 머리가 비상해야만하는가.....
-
나 고3 4모때 불안증세 도져서 국어 한번호로 기둥세우고 8등급이었나 받음
-
ㅇㅈ메타는 걍 오르비 전통놀이니까 그렇다 쳐도 연애 기만은 걍 진심으로 "나는...
-
성적ㅇㅈ은 많이했으니 1년 공부량이나 보고가셈
-
연애보다 4
애완너구리가 필요해…
-
지는 3만원짜리해주고 갖고싶은거 물어보면 위시리스트 있어ㅎㅎ ㅇㅈㄹ해서 봣는데...
-
이거만큼 가성비 좋은거 못봄
-
흠..
-
ㅇㅅㅇㅅㅇ ㅇㅅㅇ
-
혼틈새벽ㅇㅈ 12
ㅇㅇ.
-
오래된 생각이다... 사탐런 여부에 따라 1~2급간 이상 차이날듯 최상위권아니면(이건잘몰름)
-
자다가 왔어용 5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대박입니다.. 행복하십쇼 화이팅
궁금한거 쪽지나 댓글 받아여 ㅎㅎ 도움되면 고맙죠 제가~
구구절절 맞는말씀들. 재수동안 그런 맹목 환멸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제 행복할 수 있을거같아요 좋은글감사해요 !!
수능끝나고 한번 더 생각하시는분들한테 정말 유익한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진짜 와닿네요 감사합니다 행복해질게여
수능 망한 재수생인데 이 글 읽고 울컥하네요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는지만 꿈은 높았고 성적은 턱없이 부족히고.. 그냥 남들 다 가는 적당한 대학 들어가면 되는데 제 욕심과 열등감때문에 포기는 못하겠고 우울하고 자꾸 제 자신을 갉아먹네요 쨋든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ㅜㅜ
와. 그 스무살이후의 삶 책 저자분 아니신가요? 그 책 저 아직도 갖고 있어요 ㅎㅎ. 재수 끝나고인가 아니면 할 때인가 그때 사서 읽었었는데 독해력이 떨어져서 읽긴 읽었는데 저자분이 전달하고 싶었던 애기를 정확히 이해를 못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 이번에 입시 다 마무리 되면 다시 한 번 읽어보려 해요.
올해 나이 22인데. 벌써 내년이면 23이네요. 대학 그리고 학벌의 미련을 버리지 못해 올해 다시 도전하게 되었는데. 점수는 많이 올렸는데 현실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은 제가 원하는 목표치에 이르지 못해서 힘드네요. 심지어 방심했던 필수 한국사에서 등급을 낮게 받아 나머지 최저를 맞추었음에도 3개의 대학교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까지 박탈 당하니 너무 힘듭니다...
미필이어서 군대도 가야 하는데, 제가 올해 원하는 결과를 받지 못하면 남들이 안하는게 좋지 않겠느냐고 할 때 , 제가 고집부려서 ( 당시엔 난 무조건 될 것이다라 생각했습니다.. ) 1년 더 투자한 것이 물거품이 될까 너무 두렵네요.
물론 아직 논술 볼 수 있는 1개 대학이 남았고, 정시도 남아있기에 꼭 붙을거라고 생각중입니다만.. 두렵네요 이후의 과정이요. 잠깐 현재 휴학하고 다니고 있는 학교 다닐때도 수능이 전부는 아니었어라고 느낄 때가 있었는데 올해 다시 수험생으로 살고 하다보니 대학과 수능이 차지하는 크기가 큰 것 같다고 생각이 드네요... 후
좋은 글 감사해요..!
진짜 공감되는 글이네요. 사실 일부 직업이나 진급에 있어서는 학벌이 중요하긴 하겠지만 인생에서 그게 전부는 아닌데..가끔 지나다 오르비글 보면 학생들이 너무 맹목적으로 대학에 목숨거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제발 좀 우리나라 제도나 사회 의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삶을 좀 즐기면서 사는 사회가 됐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