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청년 [376060] · MS 2011 · 쪽지

2011-09-10 23: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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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득점 n제 표지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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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득점 n제 표지의 비밀>



다들 아무렇지 않게 n제를 풀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표지를 볼 때마다 드는 묘한 느낌이 있었고,
마침내 나는 그 불쾌한 위화감의 실체를 파악하기에 이르렀다.
지금부터 n제 표지에 담긴 그 비극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하겠다.
당장 n제를 꺼내 표지를 펴고 내 이야기를 듣도록 하라.


우선 묘한 느낌의 근원은 표지에서 전체적으로 풍기는 우울함이었다.
연관성 없어 보이는 사물들의 나열과, 그로테스크한 일러스트..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일러스트들이 보이는 표정이다.
밝은 느낌의 미소는 찾아볼 수 없고, 찢어진 그들의 눈은 섬뜩함을 풍긴다.
보통의 수험서는 밝은 느낌의 디자인이 선호되는데 반면
이 디자인은 매우 어둡고 불쾌한 느낌을 준다.
왜 그런 걸까..

나는 여기서 한 가지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 표지는 단순한 표지가 아니라,
작자가 차마 말할 수 없었던 메세지를 드러내기 위한 도구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일단 그림 속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인물들이 갖는 '불완전성'이었다.
그들의 표정은 어둡고 음산하고, 신체는 정상이 아니다.
팔다리가 존재하지 않거나 뒤틀리고 늘어난 형태..
분명 의도성 짙은 왜곡이다.
게다가 눈알들이 굴러다니고 코와 손이 분리되어 있기도 하다.
왜 이런 비정상적인.. '괴물'들을 잔뜩 그려 놓은 것일까?
작자는 어떤 '외적인 결함'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좌측에 어깨동무를 한 사람들..
자세히 보면 어깨동무가 아니라 팔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작은 아이 하나..
눈,코,입이 채 완성되지 않은 작은 아이 하나가 있다.
그리고 좌측 상단에 벌거벗은 여인의 뒷모습이 있는데
이 여인의 옆에는 young 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다.
'어린'.. 
그리고 우측의 토끼 그림 옆에 있는 기괴한 물체를 자세히 살펴 보면
두 사람의 측면이 엉켜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아기가 엄마의 몸 속에서 하나가 된 것처럼 말이다.
이들을 종합해 볼 때, 
작자는 '아기'와 '부모' 관계를 말하는 듯하다.

의미 없는 듯해보이는 물건들이 나열된 것은 무슨 뜻일까?
실제보다 작게 그려진 장난감 농구공..
상표가 떼어지지 않은 새 신발..
그리고 나뒹구는 장난감들..
아이를 위한 장난감들이 버려졌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결함.. 비정상.. 아기.. 쓸모 없어진 장난감들..
..마침내 나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결론을 대입하여 나머지 퍼즐들을 관찰할 때,
비로소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기 시작했다.

수술을 상징하는 'Dr' 닥터라는 글자..(330제 앞에 dr을 붙여 두었다.)
뜬금없는 경찰차 그림..(우측 하단)
죄수복을 입고 웅크린 남자..(우측 하단)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 물감..(Red가 쓰인 물감)

마지막으로 우측 상단에 헤드폰이 하나 있는데
그 헤드폰의 줄을 따라가다 보면
.. 한 아이의 목에 감겨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깨어진 모래시계가 짙은 비극을 암시한다.


나는 한 동안 깊은 슬픔에 빠지게 되었다.


(픽션입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임신한 아이가 기형아임을 알게 되어 불법낙태하였다' 입니다. 그리고 그 슬픔과 죄책감을 형상화한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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