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령 서울에서 부산까지 차를 타고 가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부산에 도착하면 이 임무를 완수하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경로는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등 여러 경로가 있고, 중간 중간 휴게소에서 쉴 수도 있고, 차를 타고 가는 속도나 차를 몰고 있는 시간, 가는 동안의 날씨 같은 것들이 임무 완수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와 같은 도로 환경은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나, 좋은 공부 환경, 자신에게 딱 맞는 책, 공부 노하우 같은 것들이 될 것입니다.
중간 중간 휴게소에서 쉬는 것은 친구들과 PC방을 가거나 이성친구를 만나거나 하는 것인데, 그런 시간이 짧을수록 더 빨리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겠죠.
차의 엔진은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 곧 좋은 머리,
차를 타고 가는 속도는 집중력을 의미합니다.
차를 몰고 가는 시간은 공부 시간을 의미하고,
가는 동안의 날씨는 수능 시험의 난이도 같은 것이어서, 모든 운전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조건이지요. 물론 4륜 구동 자동차는 궂은 날씨에 더 편하게 달릴 수 있는데, 그건 비유하자면 어려운 문제에 특별히 강한 학생 같은 것일 겁니다.
도착까지 최종 소요시간의 역수가 곧 수능 점수라고 할 수 있겠군요.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지름길도 영향을 꽤 미치겠지만 아무리 짧은 지름길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사실은 다른 요소만큼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잘못된 길로 너무 돌아가지만 않으면 별 문제가 없어요. 잘못된 길로 돌아다니는 건 94학년도 수능 기출문제를 풀고 있는 것 같은 일이 되겠지요.
중간의 휴식은 때로는 운전을 하는 동안의 집중력을 올려줄 수 있는 요소가 됩니다. 졸음운전은 큰 사고를 야기하기도 하니까, 운전에 집중할 수 없을 때에는 잠깐 쉬어가는 방법도 있겠지요. 하지만 보통은 이 휴식이 한없이 길어지면서 도착 시간을 매우 지연시키게 됩니다. 휴게소에서 잠깐 자고 일어나서 오뎅좀 집어먹고 수다좀 떨다보면 두세 시간 지나는 건 일도 아니지요. 사실 사춘기 때 분비되는 왕성한 호르몬에 맞서서 수도승처럼 공부하는 건 고문과 같은 일이긴 한데, 그렇기 때문에 그럴 수만 있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게 됩니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때까지는 이성친구는 악마의 유혹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면 안 됩니다. 황금알을 낳기를 기다렸다가 그 알을 시장에 팔아서 고기를 사와서 구워먹어야지요.
엔진은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튜닝을 하고, 차에 맞는 운전을 하면서 효율을 향상시킬 수도 있겠지만, 스포츠카를 경차가 따라잡을 수는 없으니까요. 스포츠카 운전자가 한 시간 운전하고 다섯 시간을 쉰다면 꾸준히 운전하는 경차가 이를 앞지를 수 있지만, 종종 가장 좋은 기록은 꾸준히 운전하는 스포츠카 드라이버가 세우게 됩니다. 하지만 내가 타고 있는 차를 탓하고 있는다고 내 차가 더 빨리 움직이지는 않아요. 내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가장 빨리 도착하면 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여러분 주변에서 마주하게 될 거의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여러분과 같은 차를 타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내 차가 남들보다 더 오래되고 나쁘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내 차는 남들보다 성능이 훨씬 좋다는 잘못된 착각을 하고 있지만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속도와 시간입니다. 결국은 좋은 엔진, 빠른 지름길도, 꾸준히 자신이 달릴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달리는 차를 앞지르기는 힘들어요.
사실 속도도 한계가 있습니다. 200km/h 이상의 속도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으면, 반경이 꽤 큰 커브길도 위협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엄청난 집중력을 필요로 하게 마련이니까요.
결국 어떤 특정한 조건이 탁월하게 우수한 극소수의 운전자와 특정한 조건이 매우 불리한 극소수의 운전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비슷한 길을, 비슷한 차를 가지고 비슷한 속도로 운전하고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단 하나의 요소는 중간중간의 쉬고 싶은 마음, 배고픔, 졸음을 참고 꾸준히 운전을 하고 있느냐에요.
갑자기 부모님이 큰 사고를 당하셔서 부산대병원 응급실에 계신다는 연락을 받았다면, 전날 밤을 샜더라도 졸음이 다 달아나고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강력한 동기 부여란 이것과 같은 거에요.
가끔 어떤 학생들은 무언가에 맞은듯한 경험을 하고 쉬는 시간에도 점심 시간에도,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독서실에서도 학원에서도, 심지어는 여기저기를 오가는 길에서도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마치 부모님의 입원 소식을 들은 운전자와 같이 말이죠.
사실 수능과 인생이라는 레이스도 사하라 사막을 며칠 밤 동안 질주하는 카레이싱과 다르지 않습니다. 순위권의 카레이서들에게는 엄청난 상금과 영예, 그리고 예쁜 레이싱 걸(!)들이 따르지만,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대부분의 카레이서들은 역사에 남지 않고 잊혀지지니까요. 씁쓸하지만.
더욱 씁쓸한 것은 분명히 출발할 때는 100명의 카레이서와 100명의 레이싱 걸이었는데, 도착하고 나면 오직 3명의 카레이서들이 100명의 레이싱 걸 사이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여러분이 운전석을 떠나지 않고 앞만 보며 질주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보세요.
더 많은 후배들을 시상석에서 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버기 0
-
괜찮길래 하는디 약간 쫄리네요
-
모솔이고 인생에서 이성과 접점도 없는사람은 7ㅐ추 10
ㅇㄷㄴㅂㅌ ㅠㅠ
-
사실 바꾸지 않은 것과 비슷해요.
-
확실히 어릴 땐 24
누나들이 저 끼고 돌았음 교회에서 누나들이나 대학생 선생님들이 막 오구오구했었는데...
-
재수생 6모 1
신청 기간 때 신천 방법 정확하게 물어보려고 작년 담임 선생님께 카톡으로...
-
ㅇㄷㄴㅂㅌ..
-
으흐흐흐 9
브렌턴우즈 개털어버림 너무좋아 진짜 이런 글로 6평 내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
-
11시 수업 1
지금 기상 위험할 뻔했네
-
나이는성인인데 처음 수능준비함 주5일 12시간 주방알바 개오바인가? 지원없고 노베라...
-
기분 좋으니까 ㅇㅈ 21
미방용ㅋㅋㅋㅋ
-
국어 ㅈ됐다 0
작년에 기출도 안하고 2떴는데 방금 이감 61점 나옴 공부를 안하진 않았는데......
-
학교가서 치는게 더 나을까요?
-
얼굴 버러지 기상
-
잘죽었다 5
ㅋㅋㅋㅋㅋ
-
앞으로 사설볼때 4
등급컷 신경 안써야겟다 컷 걸치니까 개불안하네 무슨 국어에 정답률 6퍼짜리 문제가 있냐..
-
메디컬에서 이런 비율첨보네 국영사탐 80 % 수학 20% 이거 언매 진짜 각잡아야겟는걸 ㄷㅅㄷ
-
내 군주 컨텐츠 관리자 님이시여….. 군주의 자비로 제가 살아남았나이다…. 앞으로...
-
어떠신가요???
-
다들 호루스 코드 숙지해주십쇼
-
반수 건동홍 0
다음학기 휴학하고 다음주부터 재수학원 다니면서 공부할 예정인데 작수 화확쌍윤...
-
85점인데 독서 진짜 오랜만에 틀려봄;;
-
탄젠트 법칙은 왜 없어??
-
궁금..
-
버스에서 할거업어서 유투부 굴려보던중 출처 월간교육 원광한 경한 인문 펑크의견...
-
나도 언젠가 산화되거나 탈퇴하겠지만 뭔가 사건터져서 집단산화되는거보면 약간 이루...
-
뚜따이 십고수 2
겁나 잘까짐 기분좋다
-
L자파일에다가 그냥 넣으려고 했는데 좀...크네
-
수학 질문입니다 2
해당 문제에서 ‘이차방정식이 0이하의 두 실근을 가졌을 때‘ 왜 저 식이성립하게 되는건가요??
-
내일할거(클릭금지) 20
과 동기에게 고백공격 반수생으로 만들어버리자!
-
아직 살아있네요 11
이를 표출하는 것은 문제임을 앎에도, 솔직히 화가 굉장히 많이 났었습니다 오늘?...
-
야뎊 아닙니다
-
왈왈
-
Qbank Black label임뇨? 이거 시스템살때 있었는데 교재구매 안뜨는거고니 이건가보네
-
일단 본인은 책 읽는 걸 좋아하는 대학생임.. 상위권 대학을 다니는데..대학...
-
제가 학교 통학하면서 보려고하는데 책은 너무 걸리적거리고 파일로 보려고요 근데...
-
밀양 성폭행범 옹호했던 현직 경찰 재조명… 백종원 먹방도 논란 1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주동자가 백종원이 방문해 유명해진 경북 청도군 한...
-
뭘 해야할지 모르겠음... 평소 하던 거 해도 되려나...요?
-
지금 수1,수2 뉴런 학습하고 있습니다. 3모에 수학 1은 다맞았고, 수2가...
-
지방의대, 미달 우려에도 '수능 최저' 고수…"의대 가치 지켜야" 1
의과대학 증원 절차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입시의 시간’이 시작됐다. 의대 입학의...
-
현강자료 뭐줌?
-
'의대 증원' N수생 역대 최다…수능 첫 모의평가부터 불수능? 1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경향을...
-
어제부터 목요일까지 ㅇㅇ 군수생 화이팅입니다!!
-
주혜연 해석공식 기출구문까지는 끝내고 들어가는게 맞을까요? 일단 해석공식...
-
Ladies and Gentlemen, My name is Ryan from...
-
안녕하세요. 장시인입니다. 말씀드렸던 대로, 최종 등급 CUT과 통계 자료들을...
-
수학 백분위 95~94 정도 나온다는 가정하에 나머지 과목 어느정도 맞춰야지...
-
재수생 님들아 1
6모는 꼭 현장가시는걸 추천해요 전 검고라 작년에 69모 집모쳤는데 수능 개망하고...
-
학교가기싫다 4
ㅠㅠ
-
ㅡ동물원 원숭이된기분
촌철살인같은 말에 모골이 송연하며,
무릎을 치는 비유입니다.
아 수험생활에대한 이보다 더 명쾌한 비유가 있을까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
잘읽고가요~
아 이런글 진짜좋아요ㅜㅜ
정말 깔끔한 비유네요,, 앞으로...2년동안은 수험생의 마인드로 돌아가서, 시상대에 오를 수 있기를^^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 명쾌합니다...
100명의 레이싱걸... 좋다....
이 글을 읽는것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되는듯 하네요 감사합니다 끄리님~^^
이와같은글들 많이 게재해주셈 ㅋㅋ
엄청난 글이네요.
정말 좋은 글입니다~라끌옹...
정말 잘 읽었습니다... 그냥 한구절구절 깊게 와닿는 글이었네요 ...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