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가야한다는 것.
내일이 수능입니다.
수능 전까지 숱하게 참고 견디고 지나간 길들을 위해 오늘까지, 심지어 내일 고사장에 가서도, 국어를 치르기 바로 전까지 여러분들은 공부하고 정리하고 가다듬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닙니다.
저는 재작년까지해서 총 수능을 세 번 쳤습니다.
아주 꼬꾸라진 현역 때의 수능, 다시 시작한 공부와 동시에 목표 잡았던 대학 학과를 간 재수, 그리고 급하게 준비해서 나름 어떻게 공부를 했으나 오히려 현역 때보다 점수가 낮게 나온 삼수.
오늘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여러분도 의아할 점수를 받은 제 삼수 때 시험장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수능에서 제 주력 과목은 국어였습니다. 어떤 모의고사든 수능이든 항상 1등급이 나왔었죠.
그 날 국어도 제 예감만큼은 1등급이었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비문학 지문들이 나왔음을 현장에서 알았지만, 정말 어떻게든 풀어내고 마킹까지 잘 했습니다.
하지만 착각이었습니다.
국어 시험이 끝나기 30초전 omr 마킹과 제 시험지를 비교해보는데, 38번과 39번이 마킹한게 달랐습니다.
뒤에까지 더 볼 겨를이 없어 쭉 밀려쓴 것인지는 지금도 모르지만, 그때는 그냥 그렇겠구나 싶었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았기에 저는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가 없었습니다.
종은 땡----하고 울렸고 손을 모두 올려라는 감독님의 말씀에 손을 올렸습니다.
이윽고 시험지와 omr이 거둬졌고, 제 손은 이제서야 내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을 추스르지는 못했습니다.
그냥 이제 모든게 다 끝났다고 생각됐고, 당장 시험장을 나서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눈물도 살짝 났고요.
그렇게 어영부영하다가 수학 시험을 치뤘는데, 못 푼 문제만 4개였습니다.
이미 마음속으로 포기를 해버린 것이죠.
그래도 영어 시험때부터는 어떻게 기운을 차려서 제대로 시험에 임했습니다.
수능은 끝났고, 이번 시험은 잘 못 치른 것 같다는 말만 지방에서 힘겹게 서울까지 올라오신 어머니께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의대만 5논술을 썼기 때문에, 논술을 치러 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끝이 나버린 겁니다.
수능 점수 발표 날 제 성적표를 보니 국어는 2등급이었고, 수학은 5등급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지1이 2등급 영어, 화2가 1등급이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겁니다.
제가 그때 국어 시험이 끝나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최저를 어떻게 맞춰서 적어도 논술을 치를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생겼을 겁니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 때문에 모든 기회를 통째로 날려버린 것이죠.
여러분은 그러시지 마십시오.
시험장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시고, 그 다음에 있을 여러 수시 시험들, 정시 지원 등등 입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까지는 최선을 다하십시오.
끝까지 가야한다는 것은 그런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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