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문제, 문제풀이란 무엇인가 ②
여섯번째 칼럼 - 문제, 문제풀이는 무엇인가 ②.pdf
이번 칼럼은 문제, 문제풀이와 관련된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꼭 다른 칼럼을 읽으시지 않아도 읽으시는데 문제가 없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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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개념 이해란 무엇인가 (업로드 예정)
[6] 문제, 문제풀이란 무엇인가 ② (본 게시물)
* 이번 칼럼 스포일링
이번 칼럼에서는 문제의 풀이과정을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가는 것에 비유할 예정인데요, 결론이 되는 내용을 이미지로 표현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위의 이미지들이 어떤 의미인지 자세히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문제를 푸는 걸 길을 찾아가는 것에 비유를 한다면
문제풀이와 관련된 전체적 이야기를 비유를 통해 정리를 해볼게요. 이 비유를 통해 이번 칼럼 내용들이 감이 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문제를 푸는 게 어떤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합시다. 그렇다면 한 단원의 개념을 공부하는 것은 지도책에서 특정 지역의 지도를 내 머릿속에 옮겨 그리고, 길 찾는 법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 단원 문제유형 A, B란 그 지역 내의 동네 A, B라고 할 수 있고요. 그리고 시험은 시험 범위에 있는 지역들에 있는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소 작위적인 비유지만 꽤 와닿는 비유일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제가 생각해봤던 여러 비유 중 이게 제일 좋더군요 ㅎㅎ
개념 공부를 통해 특정 지역의 지도와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가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그 지역 내의 어떤 공간이든 찾아 갈 수 있겠죠? 하지만 마냥 이렇게 생각을 하는 것과, 직접 길을 찾아가보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직접 찾아가보면 맨 처음에는 여기가 지도의 이 위치인가 헷갈리기도 하고, 여기 이 건물이 있는게 맞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여러 번 직접 길을 찾아가다 보면, 지도를 이용해서 길을 찾아가는 것이나, 그 지역 지리가 점차 익숙해질 것입니다. 문제풀이를 통해 개념의 내용과 사고과정을 반복하고 연습한다는 것은 이런 느낌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개념을 공부해서 머릿속에 지역 A의 지도를 채워 넣었습니다. 지도를 다 그리고 나서는 지도에 어디 하나 빠진 부분이 없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죠. 그래서 이제 문제를 풉니다. 문제에서 건물 a를 찾아가라고 나왔는데, 그려놓은 지도를 보니 건물 a를 찾아가는 길 중에 누락이 된 부분이 있는 겁니다. 그러면 그때 다시 개념으로 돌아가 그 부분의 지도를 채워야겠죠. 문제를 풀며 개념이 부족한 부분을 찾고, 다시 개념으로 돌아가 보수공사를 하는 것은 이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또 문제를 풀다 보면 자주 찾아가게 되는 동네가 있는 반면, 같은 지역에 있는 동네임에도 자주 찾아가지 않는 동네가 있을 수 있겠죠. 같은 단원이어도 자주 묻는 개념이나 더 깊이 이해를 해야 하는 개념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문제를 풀다 보면 자주 찾아가게 되는 동네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게 되고, 그러면 그 주변 지리를 훤히 알 때까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겠죠? 그 쪽에 있는 어떤 장소든 물어보면 잘 찾아갈 수 있게끔. 문제를 풀고 자주 묻는 개념을 조금 더 신경 써서 깊은 이해가 될 때까지 공부하는 것이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어요. 그 개념을 물어보는 문제는 무엇이든 풀 수 있게끔.
그리고 자주 찾아가는 동네, 장소를 문제유형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각 지역마다 문제에서 유독 자주 찾아가게 하는 동네와 장소가 있겠죠. 그런 것들이 상투적인 문제유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길은 자주 찾아가다 보면 점점 익숙해지고 덜 헤매면서 최적화된 길을 통해 찾아갈 수 있게 되죠. 상투적인 유형에 대한 연습을 하면 점점 그 유형들은 익숙해지고, 점점 실수 없이 빠르게 풀게 되는 것은 이것과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 저의 경우 통학로는 학교를 다니면서 익숙해져서, 출구를 찾아 헤매거나 버스를 잘 못 타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괜히 엉뚱한 곳으로 헛걸음을 하는 일도 없고, 길에 확신이 있으니 최적화된 길을 따라 빠르게 다닐 수 있게 됐죠. 예나 지금이나 학교를 찾아갈 수 있다는 사실은 같지만, 확실히 다르죠. 마찬가지로 개념을 제대로 공부했다면 처음 접하는 생소한 문제라도 풀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문제풀이를 통해 연습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확실히 다릅니다.
또 어떤 곳을 10번 찾아간다고 해도, 하루에 한 번씩 10일 동안 찾아가는 것이 한 달에 1번씩 10달 동안 찾아가는 것보다 길을 더 빨리 익히게 됩니다. 유형별 문제지를 풀어 각 유형별로 연습하는 것의 좋은 점은 이런 느낌으로 이해할 수 있겠네요.
또 길을 찾아갈 때, 지도를 보고 직접 찾아갈 수도 있는가 하면, 그냥 내비게이션을 찍어서 내비게이션에서 시키는 대로만 따라갈 수도 있어요. 전자의 경우는 개념을 공부한 것을 토대로 문제를 스스로 고민해서 자기 힘으로 푸는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답지 풀이를 따라서 푸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문제지에서 문제를 풀 때는 답지가 있지만 시험 때는 답지가 없죠. 마찬가지로 시험에서는 내비게이션을 쓸 수가 없습니다. 지도를 가지고 직접 길을 찾아야 해요.
지도를 가지고 직접 그 지도를 보면서 원하는 장소에 찾아가 보면 단순히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길을 찾아가는 것보다 배우는 것이 많아요. 답지 풀이를 있는 그대로 따라 푸는 것과 자기 힘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배우는 것이 다른 것처럼 말이죠. 지도를 보고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의 여러 길을 보면서 직접 가는 길을 고민해서 경로를 짜기 때문에, 왜 그 길로 가야 목적지가 나오는지도 알고, 따라서 경로를 보다 더 잘 이해하고 빨리 외우고요, 경로 중간 중간에 있는 거리나 건물들도 더 빨리 파악됩니다. 또 비슷한 동네지만 조금 다른 곳을 가라고 해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겠죠. 마찬가지로 직접 문제를 풀면 문제를 왜 그런 풀이로 풀어야 하는지 잘 이해하기 때문에 풀이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요,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나왔을 때 응용도 가능합니다.
내비게이션으로 가나 직접 길을 찾아서 가나 같은 길을 따라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이고, 그렇다보니 목적지를 찾아가며 익숙해지는 풍경은 똑같습니다. 마찬가지로 답지를 보고 푸나 직접 고민해서 푸나 풀이의 과정이 익숙해지는 것은 같습니다. 풀이를 외워도, 스스로 문제를 풀었을 때와 다름없이 풀이과정을 알고 있는 것은 같아요. 하지만 이해도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 지도를 가지고 직접 길을 찾아가는 일을 몇 번 해보다 보면, 어떤 지역이든 지도만 있으면 그 지역 내에 있는 곳을 어디든 찾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마찬가지로 개념을 공부한 것을 토대로 직접 문제를 풀다 보면, 수2든 미적분이든 뭐든 개념을 제대로 공부한다면 어떤 문제든 다 풀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반면 내비게이션을 따라 길을 가다 보면,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좌회전, 우회전, 직진은 다 할 수 있고, 시키는 대로 하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직접 길을 찾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안 생기죠. 마찬가지로 문제에 대한 적절한 고민 없이, 또는 개념공부가 제대로 안 된 상태로 답지를 보면, 답지가 시키는 대로 한줄 한줄 풀이를 따라갈 수도 있고, 그 풀이를 따라가면 답이 나온다는 것은 확인이 됩니다. 하지만 막상 직접 풀라고 하면 자신감이 안 생기죠. 그리고 풀이를 보고 문제를 풀어도 어딘가는 어둠에 싸여있는 듯한 찝찝함이 생깁니다.
* 문제를 빨리 푸는 학생의 비밀
지도가 정확하고 뚜렷하고 자세해야 길을 찾아가기가 수월합니다. 약도처럼 건물 몇 개만 띡띡 있고 길도 제대로 안 그려놓으면 가끔 지도를 보면서도 ‘여기가 어디지’ 싶고 이 길이 맞나 저 길이 맞나 헷갈리고 헤매게 돼요. 풀다가 막히면 왜 막혔는지도 모르고.
반면 지도가 뚜렷하고 확실하면 길을 덜 헤매고 찾을 수 있죠. 덜 헤매고 찾으면 길을 빠른 시간 안에 갈 수 있고, 또 자신이 가는 길에 확신이 있다면 뛰어갈 수도 있죠. 반면 길이 확실하지 않을 때는 뛰어간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어떻게 알고 뛰어갑니까 ㅎㅎㅎ
옆에 있는 친구가 나랑 똑같이 개념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옆 친구는 문제를 빨리 푸는 반면 나는 느리게 푸는 것 같아 부러웠던 경험이 있으실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면서 세상은 나는 공부재능이 없는 걸까 한탄도 하고요. 지도가 뚜렷하면 목적지로 가는 길을 빨리 찾고, 또 길에 확신이 있기 때문에 그 길을 따라 빨리 갈 수 있는 것과 같이, 개념공부를 제대로 하면 풀이를 더 잘 떠올릴 수 있고, 풀이에 확신이 있기에 그 풀이대로 빨리 풀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념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있으면 문제를 빨리 푸는 건 당연한 거예요.
반면 개념 공부가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여긴 이 공식을 쓰는 건가, 저 공식을 쓰는건가’ 이것 저것 끄적끄적 거리고 헤매느라 문제를 푸는데 오래 걸리겠죠. 길을 찾아갈 때 이 길인가 저 길인가 고민하고 헤매는 것처럼. 그리고 풀다가 막혀도 왜 막혔는지도 잘 모릅니다. 문제를 빨리 푸는 친구는 그만큼 정확한 지도를 그리는데 애를 쓴 것인 걸요, 노력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얘나 나나 둘 다 지도가 있는 건 마찬가진데 왜 얘는 빨리 찾아가지’, 즉 ‘얘나 나나 개념은 똑같이 알고 있는데 왜 이렇지’라고 생각하는 건 넌센스죠. 그 지도가 같은 지도가 아닌데.
* 문제유형을 암기하는 것의 한계
문제유형을 암기하는 것은, 각 장소, 동네에 가는 길을 암기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따라서 암기를 한 경우에는 같은 지역에 조금만 다른 장소를 찾아가게끔 물어도 찾아갈 수가 없죠. 아마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하는 사람은 시험공부가 무한하게 느껴질 겁니다, 그리고 시험을 잘 보는 아이들이 천재나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한 괴물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전국의 모든 곳을 가볼 수도, 가는 길을 외울 수도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문제유형을 외울 수는 없어요, 이건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불가능합니다. 설령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유형의 문제를 풀어봤다고 하더라도 수능에서는 또 다른 유형의 문제가 나올 텐데요. 모든 장소를 가볼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 방법을 익힐 생각을 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문제유형을 접해봐야겠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쪽 개념의 문제가 나오면 무엇이든 풀 수 있을 정도로 개념공부를 철저히 할 생각을 해야 합니다.
* 문제의 이해정도에 따른 응용범위
또 여러 유형의 문제를 공부할 때, 풀이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그와 비슷한 원리를 이용해서 풀 수 있는 문제의 폭이 결정됩니다. 풀이에 대해 더 잘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그 풀이의 원리와 비슷한 원리가 쓰인 다른 여러 문제에, 이미 접했던 풀이를 응용하고 적용시켜서 풀 수가 있죠. 이건 길을 찾는 비유로 한다면 이렇게 비유할 수 있어요.
풀이를 이해 없이 정말 철저히 암기만 한 경우는 정말로 거의 똑같은 문제에 숫자만 바꾼 문제정도 밖에 풀 수가 없습니다. 30년 전쯤 깔깔깔 유우-머 시리즈에 나왔을 개미네 주소 - 허리도 가늘군 만지면 부서지리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풀이를 이해 없이 암기만 한 경우는 허리도 가늘군 만지면 부서지리 일개미아파트 201동 101호로 가라는 문제를 풀고 나서, 호수만 <101호>에서 <102호>로 바꾼 문제 정도만 풀 수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길에 대해 조금 더 이해를 했다면 <201동>이 아니라 <202동>과 같이, 그 아파트단지 다른 동도 찾아갈 수 있겠고요, 더 깊이 이해했다면 <일개미아파트>가 아니라 부서지리에 있는 다른 아파트단지인 를 찾아갈 수 있을 겁니다. 더 깊이 이해를 했다면 <부서지리>가 아니라 나 와 같이 다른 리에 있는 장소도 찾아갈 수 있을 겁니다. 풀이의 이해정도에 따라 풀이를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는 건 이런 느낌입니다.
이런 맥락으로 암기를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이해가 전제된 암기라면 암기로도 어느 정도는 커버가 가능합니다. 즉, 시험범위가 <만지면>라고 했을 때, <부서지리>에 있는 곳은 모두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이해를 한 후에 풀이를 암기한다면, <만지면>에 있는 모든 리를 찾아가는 법을 외우는 정도로 공부를 하면 되니 할 만할 수도 있죠.
하지만 같은 동호수를 찾아가는 정도로만 이해를 한다면 <만지면>에 있는 모든 장소를 찾아갈 수 있게끔 공부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가끔 자기가 풀이를 암기를 하며 공부를 한다고 얘기를 하는데 어느 정도 성적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이런 느낌으로 어느 정도 이해를 동반한 암기를 하신다고 할 수 있어요.
* 문제만 잔뜩 풀어도 성적이 오르는 학생의 비밀
문제를 푼 다음 그와 유사한 문제는 척척 풀어내는 학생을 보고 응용력이 뛰어나서 부럽다고 생각한 적이 있으시리라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 역시, 개념을 풍부하게 이해하고 있어서 한 문제를 풀어도 배우는 게 많고, 풀이도 원리까지 깊이 이해해서 다른 여러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경우에요.
허리도 가늘군 만지면 부서지리 <일개미아파트> 101동 201호로 가라는 문제를 풀고, 허리도 가늘군 만지면 부서지리 <여왕개미아파트>를 찾아가는 학생을 보며 신기하셨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내비게이션을 따라 찾아가는 게 아닌, 지도를 가지고 직접 <일개미아파트>를 찾아갔다면, <여왕개미아파트>를 찾아가는 건 쉬울 수밖에 없어요. 아파트단지만 바뀌었을 뿐, 이미 한번 가봤던 허리도 가늘군 만지면 부서지리를 가는 것이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개념을 제대로 공부했다면 한 문제를 풀고 그 문제의 풀이의 간단한 원리는 이해가 되는 것이 당연하고요, 그와 같은 원리를 쓰는, 유형이 살짝 변형된 다른 문제에 그 원리를 적용할 수 있는 것 역시 당연한 겁니다.
또, 한번 푼 문제는 문제와 풀이를 쉽게 기억하는 학생들을 보고 신기하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나는 문제지 2, 3번 반복해서 풀고 있는데 얘는 한 번만 풀고 나보다 더 잘 하고. 하지만 이것 역시 그다지 신기할 것이 없어요. 위에서 얘기했듯이 개념과 풀이를 온전히 이해했다면 한번 접한 풀이도 쉽게 기억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출발지점에서 건물 A로 가는데, 그 길이 →→↑↑→↑라고 해봅시다. 개념공부를 제대로 안 하면 지도가 불투명하니까 헤매요. 예를 들어 →→↑↑→↑의 길로 찾아가면 될 걸 괜히 이리저리 헤매느라 ↑↑↓↓→↑↓→→←↑↑→↑ 이렇게 찾아갑니다. 이렇게 헤매면 찾아갔던 길 ↑↑↓↓→↑↓→→←↑↑→↑에서 빨간 부분은 뺀 →→↑↑→↑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가 없죠. 길을 헤매면서 어디를 찾아갔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다시 거기를 찾아가려고 생각을 했을 때 가는 길이 잘 떠오르던가요? 아니잖아요. 마찬가지로 헤매다가 답을 얼떨결에 맞추면 답을 도출하는데 정말 필요한 부분들이 무엇인지 정리가 되어서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또 헤매더라도 찾아가면 모를까, 포기하고 그냥 다짜고짜 답지를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건물 A를 찾아갈 때는 →→↑↑→↑의 길로 가라’ 이렇게 이유도 모른 채 길만 외우려고 하면 감도 안 오고 잘 안 외워집니다.
반면 개념을 제대로 이해한 경우는, 길을 찾으러 가기 전에 아래의 그림처럼 딱 지도부터 머릿속에 그려지는 겁니다.
이 지도가 그려지고 문제를 풀면, 큰 고민 없이 →→↑↑→↑의 길로 가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고요, 절대로 헤맬 일도 없고 머리에 →→↑↑→↑라는 길이 머릿속에 정리가 되어서 들어오고, →→↑↑→↑로 가야 건물 A가 나오는 이유가 확연히 보이기에 길을 쉽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어딘가를 찾아갈 때의 기억을 떠올려 봐요. 헤매고 헤매다가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곳과, 한 번에 지도보고 딱딱딱딱 쉽게 잘 찾아간 곳. 어떤 곳이 다음번에 더 쉽게 찾아갈 수 있던가요? 헤매지 않고 쉽게 길을 찾아간 경우일 겁니다.
문제와 풀이를 이해하고 풀면 머릿속에 이렇게 정리되어 저장이 된다
이 지도의 경우 너무 단순하지만, 지도가 좀 더 복잡해진다면 지도가 얼추 그려져도 목적지로 가는 길이 바로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답지를 보게 될 수도 있을 텐데요, 이런 지도가 그려져 있다면 답지에서 제시하는 길을 보고도 ‘아항, 그래 이 길로 가면 목적지가 나오겠구나’하는 느낌이 들고 쉽게 기억할 수 있죠. 개념공부를 충분히 하고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가 답지를 보면 ‘아하 이렇게 하면 답이 나오는구나’하고 답지가 와닿고 쉽게 기억에 남는 것처럼요.
이처럼 개념공부가 충실히 되어있다면, 한 문제를 여러 번 풀지 않아도 그 문제의 풀이가 쉽게 기억이 남는 것은 물론이요, 그 기억된 풀이와 같은 원리를 이용하는 다른 여러 문제들도 풀 수 있게 되겠죠. 따라서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개념공부를 한 후에 문제지만 들입다 풀어도, 문제지를 빨리 풀면서, 문제들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들이 머릿속에 체계화되고 정리되어 저장이 되어서 실력이 쌓이고 성적이 오르게 되는 거죠. 개념공부를 할 때 개념이 온전히 이해될 때까지 공부를 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으니까.
따라서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할 것도 없는 거고요, 괜히 개념공부도 제대로 안 하고 공부 잘 하는 애를 따라 해봐야 도움이 안 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공부를 잘 하는 애가 어떻게 공부했냐고 물어보니까, 문제지를 한 학기에 3권씩 풀어제낀다고 하는 겁니다. 그 말을 듣고 ‘으앗 나는 문제지 1권 풀기도 벅차던데. 하지만 맘먹고 문제지를 3권씩 풀어야겠다. 빡공빡공!’하고는, 개념공부도 제대로 안 하고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공부를 하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 푸는 속도가 개념이해와 풀이이해를 제대로 한 경우와 같을 수가 없죠. 따라서 공부를 잘 하는 애가 풀었다는 양과 같은 양의 문제를 풀려고 하면, 시간에 쫓기며 풀면서 틈틈이 답지를 볼 수밖에 없겠죠. 문제지 3권을 다 풀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일이고, 설령 푼다 하더라도 문제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며 문제를 풀겠죠. 공부는 하는데 아는 게 쌓이는 게 아니라 모르는 게 쌓이는 것 같은 불안감이 들고. 그렇게 고생을 하고 난 다음에 공부 잘 하는 학생을 보면 대단해 보일 겁니다. ‘쟤는 어떻게 문제지를 3권이나 풀지. 문제도 빨리 풀고, 푼 문제 안 까먹고, 성적도 잘 나오고. 정말 대단해’ 하면서요. 하지만 이건 오해이고 환상이죠. 이것이 문제만 잔뜩 풀어도 성적이 오르는 학생의 비밀이었습니다.
* 이해를 동반하지 않은 문제풀이는 비효율적이다
이처럼 문제풀이가 실력향상으로 이어지는 데는 개념이해와 풀이에 대한 이해라는 전제조건이 존재합니다. 또 문제를 빠르게, 많이 푸는 데는 ‘머리’나 ‘근성’이 아닌 바른 공부방법이라는 뒷배경이 존재하죠. 하지만 미디어에서는 이런 전제들에 대한 얘기 없이, ‘누가 문제를 얼마나 많이 빠르게 푼다’ 같이 피상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들만 나옵니다. 과거에 ebs프로그램인 에 제가 출연했던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도 제가 고3 여름방학 때 하루에 수학문제를 150~200문제씩 풀었던 것이 방송으로 나갔습니다. 하지만 이해를 제대로 안 하고 문제만 들입다 푸는 건, 문제도 잘 안 풀리고, 짜증나고, 답답하고, 노잼이고, 잘 하는 애랑 비교되면서 자신감 떨어지고, 그 효과마저 비효율적인 방법입니다.
뒷배경도 모른 채 상위권의 공부방식을 피상적으로 흉내 내면, 상위권 학생들이 머리가 엄청 좋거나, 공부시간이 엄청나게 많거나,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괴물 같은 의지력을 가졌다는 환상을 가지게 됩니다. 속도와 양만을 얘기하는 자극적인 미디어에 현혹되지 마시고, 현명하게 공부하실 수 있시길 바랍니다.
개념이해 제대로 안 하고, 암기식으로 공부를 하게 만드는 교육현실은 첫 번째 칼럼과, 개념이해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다섯 번째 칼럼을 걸쳐 두 번이나 열심히 깠으니까, 여기서는 또 그 문제 가지고 흥분해서 열심히 얘기를 늘어놓지는 않을게요 ㅋㅋㅋㅋ 이거 읽고 암기식으로 공부를 하던 자기 자신이 한심해지고 자책이 든다면, 그건 단순 개인의 탓이 아니니까 자책하지 마시고 ㅎㅎ.. 속도와 양을 추구하게 만들고, 비효율적인 공부 방법으로 학생들을 몰아넣는 교육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ㅠㅠ
문제, 문제풀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여기까지고요, 다음에는 <오답풀이란 무엇인가>에서 오답풀이와 관련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조금 공부하고 성적 많이 버시길.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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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틱톡을 요즘 자투리 시간에 보는데 07년생이고 자퇴를 했는데 중3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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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한 생각하고 있는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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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