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Dsystem [779565]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9-11-07 01: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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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fare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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會者定離去者必返


만남이 있으면 언젠가 헤어짐이 있고, 헤어짐이 있으면 언젠가 만남이 있는 법.



저는 작년 이맘때쯤에 "강남에 크게 이루는 학원"에 있었습니다.


그때 들어오신 선생님 중 한 분께 많이 의지하였습니다.


마지막에 편지를 드릴때에, "재수학원 내에서 힘든 생활을 버티게 해준 당신이 저에게 1년간 아버지와도 같았습니다. " 라는 말을 하면서 60명이 자습하고 있던 교실에서 조용히 끅끅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갑자기 요번 화요일에 김은양 선생님 수업을 듣던 중, 문득 생각이 들어 마지막 인사를 드리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저의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리에 앉아 제 이야기를 시작했지요.


"막상 선생님과 작별을 하려고 하니, 말이 쉽게 나오질 않네요."


"이 이야기를 선생님께 드리는 이유는 제가 공감을 바라는 것도, 위로를 받고 싶어서도 아닙니다. 그저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기 위해 조금만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어렸을때 흔히 말하는 '문제아' 였습니다. 대치동에 처음 이사를 온 후, 항상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놀던 제 생활과는 사뭇 다르게 다들 공부를 하고 있더군요."


"겉으로 돌았습니다.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어쩌면 같이 겉돌았던 친구들과 진한 우정을 다짐하며 PC방을 전전했던 기억이 납니다."


"중학교때에, 한 친구가 휴대폰을 잃어버렸습니다. 그 친구는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고 있었죠."


"그런데 같은 반 애가 휴대폰이 사라진 후 부터 그 휴대폰과 같은 기종을 공기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친구는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어, 제가 한번 도움을 주기로 했습니다."


"휴대폰의 뒤를 벗겨 배터리를 빼면, 그 뒤에 IMEI라는 고유 식별번호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저는 그 번호를 가지고 친구와 함께 통신사에 가서 본인의 명의인지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휴대폰은 그 친구가 도난하였음이 확실해졌고, 저는 선생님에게 그 사실을 알리러 갔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과 그 가해학생 학부모는 

'확실하지 않은 것 가지고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

'탐정놀이 그만하고 공부나 해라'

라며 저를 두둔하였습니다."


"심지어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저는 그 가해 친구가 휴대폰을 초기화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휴대폰에서 미처 삭제하지 못한 사진이 발견되어 선도위원회가 열렸고, 그 가해학생은 원칙대로라면 전학 그 이상의 결과를 받아야 했으나, 그 가해학생의 학부모는 선도 위원회 소속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교내 봉사 3일 처분을 받았고, 저에게 돌아온건 그 가해 학생 패거리들의 무시와 따돌림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가정 안에 문제도 겹치고, 동생도 암에 걸려 저는 제 스스로 사회의 무게를 지탱해야만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무시받기 싫어서. 그게 제 공부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때까지 y절편이라는 단어를 모르던 제가, 인문계 고등학교를 하마터면 성적 때문에 진학하지 못할 뻔 했던 제가, 고등학교 입학고사에서 높은 성적을 거둡니다."


"나날이 올라가는 성적. 주변의 대우. 넓어지는 인간관계. 그 시절의 저에게는 많은 의미를 남겨주었습니다."


"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그건 단지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따라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세상은 더러워 보였고, 저에게 있어서 인생은 굳게 닫힌 쇠문을 밀고 올라가는 과정에 불과했습니다."


"고3때 처절하게 실패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재수. 이미 정해진 목표만을 바라보며 채찍질을 하는 저에게는 인간관계란 특히 이성간의 관계라는 것은 매우 부수적이었습니다."


"아마 여자애는 제가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쉬는 시간마다 와서 말을 걸더군요."


"아직도 세상이 더럽게만 보이던 저는,

'공부하는데 방해되니까, 교실에서 말 걸지 말아주세요.'

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녀는 희망을 잃지 않았나 봅니다. '그럼 교실 밖에는 말 걸어도 되는거지?'

그런 희망을 비웃으면서, 저는 3개월간 쉬는 시간에 교실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하던가요? 그 분께서는 여자 화장실에서 한을 품었나 봅니다."


"금남의 구역에서 펼쳐지는 뒷담화, 가십거리들..."


"저는 담임을 강사가 아닌 선생이라고 믿었기에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상담하면서 '개가 짖는건 아무런 이유가 없다. 개라서 짖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무시하는게 옳다.'라며 이야기 할때, 왠지 모를 이질감을 느낀 것은 기분 탓만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 아이는 성적이 매우 좋았고, 항상 빌보드 10위 안에 들었습니다."


"학원 입장에서 그녀를 퇴원시키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렇게 저는 공황장애가 온채로 더러워 보였던 세상이 혐오스러워 지면서, 끅끅거리며 울었던 생활을 지나고 지방에 한 국립 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하게 됩니다."


"아마 그 휴대폰을 훔쳤던 학생보다 훨씬 나은 인생을 살 것이라고 다른 사람들은 평가할 껍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저 공허뿐."


"머리속에 if들이 맴돌았습니다. 만약 그 여자애만 없었더라면, 혹은 내가 SDIJ로 옮겼더라면, 내가 지2를 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세상을 더럽게만 바라본 후유증이겠지요. 그저 적절한 핑계거리였을텐데. 그렇게 시작한 삼반수입니다."


"선생님의 과제장을 보면, 노력의 흔적들이 보입니다. 그건 노력으로만 나타날수 있는 그런 형태의 글들이었습니다."


"11시 넘어 학원을 나올 때면 공기는 차갑고, 항상 머리는 무겁습니다. 이제 저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가 최대로 감내할 수 있는 고통을 받아가면서 머릿속을 정리했습니다."


"선생님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수능을 볼 것입니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후회는 없습니다."


"드디어 이 긴 수험생활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며 다시, 1년간 참았던 눈물을 쏟았습니다.


---


그 이후에 선생님은 당신 스스로의 이야기를 꺼내,

"스스로 계속 채찍질을 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가끔씩 칭찬해줘."

"나 스스로가 행복해야 하잖아. 남을 위한 인생이 아닌 나 스스로를 위해서 살아."


네 선생님.


드디어 저는 제 스스로를 위해 살아가는 방법을 하나 알게 된 것 같아요.


선생님은 수업 첫날에 "아무것도 하지마세요. 연애하지 마세요. 헤어지지도 마세요."라고 말하셨지만, 저는 약속을 어기고 드디어. 제 자신을 위해 한 아이에게 번호를 주게 되었습니다.


사람 된 것 같아요 선생님. 정말 안주면 후회할 것 같았거든요.


더럽게만 보이던 세상이 조금은 밝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혹시나 그 번호를 받은 분이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수능 끝나고 연락하기를 바랄게요. 아마 오지 않는다면 인연이 아닌 것이겠죠.


삼수하는 입장에서 감히 말하지만,  수능은 인생에 있어서 그 조금만큼의 영향도 주지 않는 것 같아요.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 너무 시험을 못 보면 어쩌지 하는 마음 가지지 마시고, 우리 열심히 했잖아요? 


이제 인사합시다. 우리 여기서 다신 보지 말자고요. 안녕.



Last farewell. 20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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