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chishf [958469] · MS 2020 · 쪽지

2020-08-17 00:39:26
조회수 2,691

해군사관학교 1차시험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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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어제 해군사관학교 시험을 친 해남문 지원자입니다. 사실 제가 완전 어릴 적 부터 해군사관학교 무조건 가고자 한 것은 아니었지만,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단기간 노력했고, 어제 시험을 보고 느낀점이 많아 이에 대해 조금 적어보고자 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는 진해에서 태어나고 아버지도 수병이십니다. 그래서 해군에도 관심이 많았고, 지원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외고에 들어오고 학종준비를 하며 내신, 생기부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다른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괜찮은 내신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공부도 특정 대학을 목표로 하여 하기보다는 그냥 시험을 못치면 단지 좋지 못한 대학에 갈까봐 두려웠기에 꾸역꾸역 해왔었습니다. 


저는 여행을 좋아해서 고1까지는 꿈이 여행가이드였습니다. 하지만, 대학입시에서도 여행가이드라는 꿈은 마이너한 꿈이라고 생각했고, 주변 반응도 그랬고, 2학년때부터는 사학과로 진로를 틀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진짜로 대학을 가고싶은 건지 몰랐고 그냥 조금 방황을 했던거 같네요.


3학년이 되고 나서는 코로나때문에 은근 독서실에 오래 있게 되었고 그냥 그렇게 보냈던 것 같습니다. 5월 말이 되서야 겨우 개학했고 이제 고3이니 입시 전쟁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시 6장을 쓸 대학에 대해 거의 정해졌다 생각했지만, 진짜로 가고 싶지도 않았고, 내가 공부를 하는 목적에 대해서도 잘 몰랐고 그 과정에서 어릴 적 원했던 사관학교에도 다시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사관학교에 관심을 가진 것 어렸을 적에 군인이 되고 싶었던 것도 한 몫 했다고 샹각합니다.


많은 사관학교 지원자들이 오랜 기간 사관학교를 준비하지만, 저는 그렇지 못했고, 그냥 남은 기간을 내신 챙기랴 자소서 챙기랴 바쁘게 보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과 달라진 점은 제 스스로 목표가 생겨 노력하게 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반 대학교 사학과에 가게 된다면 복전을 할 계획이었음에도, 사학을 전공함으로써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관학교를 통해 군인이 된다면 적어도 쓸모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나름 준비하는 입장이었지만, 입학을 꿈꾸며 아침에 조금씩 운동도 하게 되었고, 조금 군인이 되어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저에게 많은 활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1학기 2차 내신이 끝나고 운동량도 늘리고, 늦게 준비한 만큼 많은 기출을 풀며 적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솔직히 그떄도 다른 수행평가나 과제 등 챙기느라 바쁘게 살았지만, 진짜 해군사관학교에 지원한다는 사실하고 자부심때문에 기분도 우울하지 않고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냥 그 2주도 매우 빠르게 흘러갔고, 곽동령 선생님 불굴의 용기 실모를 바탕으로 저의 시험 준비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시험 전날 솔직히 조금 긴장되더라고요.. 그라고 잠을 잘 들어서 아침 6시 40분 경에 자연스레 눈이 떠 졌습니다. 갈 준비를 하던 중 중학교떄 친한 친구에게 전화가 왔었습니다. (그 친구는 오래 전부터 지원을 준비했고, 이번에 같은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게 되어 시험이 끝나면 같이 버스타고 집으로 돌아오기로 했었습니다.) 오늘 마치고 같이 갈건지.. 그래서 그러겠다고 대답했었습니다. 저는 시험이 끝나고 서로 웃는 모습으로 교문 앞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었습니다.


시험장에 도착해서 최대한 긴장안하려 노력했지만 힘들더군요. 엄청나게 긴장되더라고요. 몰랐었는데, 허수로 지원한 같은 학교 친구가 같은 시험실이라 약간 덜 긴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ㅋㅋ 국어를 그리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원래 못하던 문학에서 발목을 잡히는 대참사가 일어나게 되었고, 하필이면 그게 고전소설부분이라 매우 타격이 컷던 것 같습니다. 


영어는 왠지 어렵게 느껴졌고, 시간이 너무 모자라더라고요. 35번 정도 풀고 있을 때 옆자리에서 컴싸 마킹 소리가 나길래 당황했고, 지문도 글이 잘 안들어오더군요.... 그럼에도 45번까지 다 읽었지만, 찝찝한 그 느낌을 떨쳐낼 수는 없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수학 개념을 살짝 복습하고 시험에 임했습니다. 저는 오히려 국어가 불안하고 수학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었지만, 사실 수학을 망해버렸습니다. 10번 문제도 틀리고 진짜 자신있었던 확통도 실수로 인하여 날려버리고.....제일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어이도 없고..


마치고 교문 밖을 나가며 친구를 만났습니다. 자기는 수학을 잘 쳤는데, 국어는 모르겠고 영어를 많이 찍었다고 하더군요.


버스를 타고 제복인 카페에서 반응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고, 결국 답지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었습니다. 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아 채점을 못했고, 환승한 버스에서 친구와 같이 채점을 했습니다.


국어부터 채점하는데 친구가 조금 많이 들린 듯 했습니다. 영어도 채점하며 그랬고, 자기는 탈락할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진짜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진짜 열심히 준비했던 친구인데... 안타까울 뿐 어떻게 위로를 해줘야 할 지 모르겠더군요..


버스에서 내리고 조금 걷다 그 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참 공허하더군요.....


제 점수를 공개하긴 그러나 반응들을 보면 문닫고 들어가거나 아니면 탈락인듯 했습니다. 그냥 운동을 하며 결과 발표만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참 저도 단기간 준비했어도 아쉬운 생각밖에 안들더라고요... 실패는 생각보다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번 준비를 하며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아침에 2차 취침 대신 운동도 조금 하며 몸도 좋아졌고, 꿈이나 목표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가져본 적이 거의 없었던 저에게 그러한 멋진 꿈을 위해 도전했다는 점 자체로 저는 만족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출문제를 엄청 풀었었는데 모의를 그렇게 많이 풀어본 적도 없었기에 실력도 많이 늘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멋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가 저에게 있었다는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떨어지게 될지라도, 내년에 사관학교 반수를 도전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군에 지원하고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누군가가 카페에 댓글로 '어떤 방식으로 군인이 되든 국가에 헌신하다는 마음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사실 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러한 기회가 저에게 있었던 것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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