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생들에게 헌정하는 격려문
사실 수능을 1번 더 본다는 것은, 적어도 수시와 정시의 주객전도사태 이후로는, 더러운 도박판에 다시 한 번 자기자신을 저당잡힌다는 것을 뜻해요. 더 좋은 대학이라는 배당금을 걸고요. 물론 여러분은 처음보다는 조금은 덜 불안한 마음가짐으로 베팅에 임할 수 있죠. 하지만 여러분에게는 절대적 시간이 부족해요. 쉽게 말하자면 물량이 딸린다는 거죠. 물론 결과론적 관점에서 분석하자면 (휴학)반수생들의 시간은 그렇게까지 부족하지는 않아요. 다만 체감상, 그리고 반수를 시작할 무렵에 제빠르게 체제전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면 부족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죠.
그럼 여러분은 어떻게 시간 부족을 극복해야 할까요? 물량이 밀리면 퀄리티(하이티어, 고테크, 스킬 등)로 극복한다는 것이 자명하듯이 여러분은 질로서 승부를 봐야해요. 시간의 양이 부족하다면 '농도'로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거죠. 상위권 재수생의 10시간 공부 분량을 반수생들은 5시간만에 하고 동일 시간에 재수생이 100을 한다면 반수생들은 200을 하는 식으로 말이죠. 반수생들은 선택과 집중이 필수입니다. 정석대로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부에 있어 파트별로 경중을 가려서 최대한 삽질을 피하세요.
잠깐 저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저 또한 한때는 여러분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09년도 이래로 일편단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라는 목표로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고 뚜렷하게 생각해둔 것은 없지만 과거 문리과대학이 종합 교양의 산실이었듯이 저 또한 인문/사회/자연을 전부 다 전공해서(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스스로 빡센 학부생활을 자초하는 것이지만...ㅎㅎㅎ) 순수학문의 저명한 지성인이 되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비효율적인 문/이과 제도와 불합리한 교육제도를 개혁하고 싶었죠.
그런데 사람 일이 마음먹은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쌩재수를 하고(반수라도 하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경희대 사학과도 안 된다면 희망이 없다는 생각으로 재수를 결심했어요. 그 이하 라인은 절대로 가고 싶지 않았거든요.) 현역 재수 연속으로 서울대 자전 2연광... 그리고 아시다시피 이하 급간에는 자전이 없거나 있더라도 로스쿨 예비학과라서 제가 생각하는 그런 과가 아니기에 서울대 이하로는 문과에서 가장 선호하는 사학과 혹은 전액 장학금을 주는 과를 썼지만... 저는 수시와는 인연이 없나봐요. 결국 영혼을 실은(?) 소신(???)지원 한 방으로 지금 다니는 곳을 합격했으니까요. 합격하고 처음에는 고민 많이 했어요. 주어진 범위(한양대 사학과 입학수석/서강대 인문계 중복합격) 내에서 입결로 대변되는 상식까지 거절해가면서 선택한 곳이라서...
위와 같이 제가 한 때 그런 고민을 했었고 그 고민 때문에 여러분이 지금 하시는 고민이 다 이해가 가고 동감이 갑니다. 아무도 여러분에게 뭐라고 하지않고 또 뭐라고 할 수도 없어요. 선택은 본인의 자유이고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었느냐에 따라서 떠나더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이제 이야기를 끝낼 때에요. 여러분은 정말 수많은 고민과 갈등 끝에 다시 한 번 지옥에 스스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그 지옥 속에서 기적을 스스로 만드셔서 후회없는 지옥도(地獄道)를 완주하세요! 뒤에서 조용히 응원하고 기도하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흠 1
틀딱이 점점 많아지는군
-
지금 미적 시험 하루 전인데 암흑의 스킬 같은 계산법 있을까요? 그 뉴런에 있는...
-
애니굿즈 쇼핑하는데 11
옯창특) 굿즈샵 진열대 어디를 봐도 자꾸 오르비 애니프사들 생각나서 흠칫함 어어...
-
학교생활이란게 ㄹㅇ 10
외모 성격 성적 중에 하나라도 어느정도 충족못하면 좀 힘들어지는것같음 만갤고닉 글...
-
오늘이 이틀차인데 살려줘요
-
수업듣는데 정신차리면 짝녀 쳐다보려 하고있음 성적 망했다 이제
-
제발 국어 도와주세요ㅜㅜ (작수 6/ 귀찮으면 투표라도.. 0
작수 화작 50점 맞고.. 6받은 개허수 입니다.. 공부를 작년9월 (진짜...
-
회계사 세무사 로스쿨 3대장이 끝인가 + 경영 경제
-
들을까 흠..
-
의대교수가 나가서 개업하면 무조건 돈쓸어 모을것 같지? 1차 의원은 처방전 장사야....
-
호오 0
초코맛 붕어싸만코만코라니
-
출산율 0.6 0.7 0.8세대들이 사회진출하고나서는 1인당 국민소득 ㅈ박고 경제 망하는거 확정인가
-
수학자 겸 이론물리학자 로저 펜로즈 (202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가 제시한...
-
시발 좃같다 0
분명 내가 이긴 거 같은데 왜 기분이 드럽지 아 내가 졌나?? 아 뭐지 이겼는데 졌다.
-
10덕 쏴주세요
-
이노래만 3번연속 듣는중
-
어떤 두 페르미온이 하나의 계에 속박되어있을때 입자의 상태를 나타내는 파동함수는...
-
현역 수능 평균 5등급 → 재수 한서삼 성적대 사회복지학과... 에 입학하게...
-
알바 퇴근 3
좋군
-
미달 운빨노림?
-
티빙 업뎃안해서 못봐 ㅠ
-
답변이 2시간만에 달리네 최고~~!
-
타선이 6점이나 내주고 선발 5이닝 1실점하고 가서 편안히 보고있었는데 불펜이 불을 지르네 ㅋㅋㅋ
-
당장 정시 늘려!!!!
-
큼?.. 누군 절대 그렇게 안된다고하고 누군 된다고하고 그러네 증원안돼도...
-
슈냥은 어쩌다 1
오르비의 핵인싸가 된걸까 평생 외로울 걱정은 안해도 될듯 ㅋㅋ
-
국민 생명이 걸린건 필수의료 전문의 분들의 사직입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바로는 그...
-
푸러봐줘요 재미로
-
르세라핌 홍은채 이미지 졷박은거 묻으려고 빌드업 쌓아둔거 바로 협의하고 터뜨린거...
-
사이비 심볼리즘이 엄청나게 진짜많이.. 작중에도있고 포스터에도있고
-
생명전자는 만물의 근원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물질은 분자로 이루어져 있고 분자는...
-
스윙스 집 앞에 늑대거북이를 놔 손발을 한번 물면 절대 안놓는 늑대!거북이야~
-
원서 넣고 떨어지면 못 간건데 애초에 원서도 안 넣었으니 안 간거임 물론 성적도 안...
-
뭔가 돈과 명예에 대한 욕심이 사라짐 걍 나랑 우리 가족만 잘 살 수 있을 정도면...
-
수학 노베 0
세젤쉬 개념이랑 워크북만 잘 소화해도 수능 4등급 가능한가요?
-
단월드 무서워서 2
울엇서..보면 안될걸 본 느낌이야
-
채팅 온 사람 없는데 저 123개는 누구 꺼일까...? ㅎㅎ 정보)차단한 대상의...
-
독학 재수가 베스트임?
-
수학 쎈 0
수학 노베인데 쎈다풀정도면 4등급가능한가요?
-
허벅지에 방사통 머고 잉생..
-
ㅈㄴ 신기하네 이런 해괴한 현상이 수학적으로 증명이 되는게 ㄹㅇ
-
인생 계획 6
1. 서울대 입학 - 성공 2. 학점 3.7 이상으로 관리 - 진행 중 3. 전정...
-
중2병 처럼 살라는 뜻이 아니라 착하고 성실하고 (연애도 잘하고)
-
엄마한테 PCSK9 inhibitor가 Hyperlipidemia를 어떤 기전으로...
-
학과 고민 2
김천대 고구마치즈돈까스조리학과 vs 삼육대 베지밀 계약학과
-
엄마가 ㅋㅋㅋㅋ 6
나한테 카톡보내면서 내가 수업중에 답장했더니 왜 수업중에 딴짓하냐면서 에휴 <-...
-
한동희 노시환 고영우 김범석 경남고 급식엔 무슨일이
-
이름: 마르코 페라라 (Marco Ferrara) 나이: 36세 (1989년 생)...
-
음…. 공부얘기는 왜 안하시지…? 음…. 공부 얘기도 좀 하자!
글 참 잘 쓰시네요..
감정이입해서 읽었습니다ㅋㅋ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네요
힘 잔뜩 얻어갑니다!!
따뜻한 마음이 글에서 그대로 전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좋아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