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존재에 대한 변(辨)
메인에 논쟁이 불붙은 것을 보고 어제 간단한 글을 썼는데, 오늘 보니 너무 산발적이길래 조금 더 정돈해서 페북에 올린 글을 복붙합니다. 신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주장입니다(절대 존재한다거나 존재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제 입장은 불가지론에 가깝습니다).
과학과 논리로 신을 부정할 수 있을까? 신이 존재할 수도 있고, 신 존재가 과학적 진리와 배치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논리로 풀어보고자 한다.
일부 무신론자들은 인간을 지배하는 생물학적 법칙이 신 존재를 부정하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인간의 존재는 몸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들의 물리적/화학적 활동으로 환원될 수 있고, 따라서 영혼이나 신과 같은 영적인 존재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게임 캐릭터를 한 번 생각해 보자. 내가 →버튼을 누르면 캐릭터는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버튼을 누르면 왼쪽으로 움직인다. 마찬가지로 공격 버튼을 누르면 칼을 휘두르고, 특정 단축키를 누르면 포션을 흡입한다. 이 캐릭터들을 보면 그들은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물질적인 인과관계(예를 들어, 공격 버튼이 눌림 -> 게임의 신호로 변환, 전달됨 -> 화면 속의 캐릭터가 공격을 함)에 종속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을 조종하는 배후에는 우리, 즉 게임 유저들이 있다. 게임 서버라는 제약 속에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그 '움직임'의 근거는 외부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응관계를 현실에 적용해 보자.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는 어쩌면 게임 설계자가 구축해 놓은 가상세계와 같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몸을 움직이는 비물질적 존재가 따로 있고(신이든, 악마든, 영혼이든), 생물학적 법칙들은 그것의 의지가 현실에서 구현되는 방식에 불과하다면? 이렇듯 물질을 벗어난 외부의 존재를 상정한다면 과학적 법칙과 신의 존재는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참고로 영혼의 존재와 신의 존재를 거의 동일선상에서 논했는데, 대부분의 경우 함께 논의되는 개념이므로 넓은 의미에서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오히려 신이나 적어도 유사한 무언가가 존재해야 할 개연성은 있다고 본다. 아퀴나스의 주장을 빌려 논의해 보겠다. 인간의 '논리적' 사고에는 인과율에 대한 믿음이 내포되어 있다. 어떠한 현상이 있다면 그것을 일으킨 원인이 필연적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존재에 대해 인과관계를 끊임없이 적용해 본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주셨기 때문에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부모님은 조부모님이 낳아주셨기 때문에 존재한다. 이와 같이 우리의 존재 원인을 끊임없이 소급해 간다면 결국 우주의 기원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는 도대체 왜 생겨났는가? 우주 존재의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우주 역시 현실에 나타난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기에, 인과율이 필연적이라면 우주에 대한 원인 역시 존재해야 한다. 결국 이러한 논리 게임(?)을 계속해 가다 보면 이 세상의 기저에는 더 이상 소급할 수 없는 절대 원인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어떤 존재인지, 다시 말해 인격적인 신인지 인간과는 무관한 자연의 작동 원리인지는 논리로 해명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알 수 없는 미지의 무언가가 있어야만 '논리적 정합성'을 갖출 수 있고, 그것이 신이 아니라는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적으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오류라는 생각이다.
편의상 반말체를 사용한 점 이해해 주세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50분까지 밖에서 오들오들 ㅠㅠ 괜히 나왔엉 좀 안에 있을걸... 다시 들가긴 귀찮..
-
건대 논술 0
건국대 인문사회 2 논술 합격하려면 어느 정도 해야하나요?? 수리 문제는 소문항...
-
지금 시기 특 2
지금은 할 거 없고 심심하지만 나중에 시간 지나서 이때 더 신나게 못 놀아재낀 걸 후회함
-
진학사 3-4칸이 고속 연초라 너무 당황스럽네요..뭘 믿어야되죠
-
어찌하여 기하를 버리셨나이까....ㅠ
-
카톡할 때마다 느끼는데 일단 수식어구가 많음 괄호쓰는 ㅉㄸ처럼 그리고 콤마같은거...
-
그래서 내가 무언가를 지를땐 대부분 새벽임 기차표도 새벽에 질렀었고
-
바램9일차 2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면 그게 이루어진대요 지구 37 2컷 9일차
-
뭐 쓰시는지 아는 분?? 제품명 궁금..
-
하스 과금 딱대ㅋㅋㅋㅋ
-
근대 상식 있으면, 얄리얄리 얄라셩 (국어 문학) 공부해서 서울대 vs 영국 옥스퍼드, 캠브릿지 유학, 닥 후자이지 않음? 83
영국 대학은 고등 내신 보지 않음 ㅋㅋㅋㅋ 내신에 미쳐서 날뛰는 서울대, 카이스트,...
-
누가 연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나 심심해 ㅜ
-
여자는 생각보다 단순함 11
님 얼굴 차은우면요.
-
ㄱ?
-
2026 수능 의대 휴학 내년 신입생들도 할 가능성 높음 >신입 휴학생과 휴학...
-
설수리 뭐지? 4
작년이 413인데 올해는 417도 4칸이네... 표준점수는 내려갔는데 왜 컷은 올라가나요 ㅠㅠ
-
천안아산 사는데 님들이라면 어디?
-
질문 받아요 4
대학 어디 쓸까요도 ㄱㄴ 대신 책임은 못져요 ㅎ
-
그것은 러블리즈 케이 누나
-
열차 지연 때매 12
40분에 오는 막차 타야겠네.. ㅠㅠ
-
ot 보고있는데 ㄹㅇ 믿음이 가네요
-
김젬마 좋음? 13
솔직히 이뻐서 듣고싶음 사설은 계속 1 나오다가 수능때 3개 밀어서 2등급뜸 들을만함?
-
19)송도캠에서 진짜 16
야스를 그렇게나 많이 하나요 연섹대라는 루머 아닌 루머가....
-
작년엔 짜치단 말 들어본 적이 없는 거 같음
-
계속 발전하는 사람이구나..
-
대일굴욕외교드립부터 싸했는데 밑에 민간주도성장드립보니까 더 짜치네… 다른건몰라도 다...
-
유부초밥마렵노 3
으어
-
진짜 ㅈㄴ 추억이다 ㅋㅋㅋ
-
누가 아깝고 누가 수요마늠?
-
Ova엔딩 좋다 13
세이버!!!
-
왜 합격발표나 추합을 2월에 하지 추합까지 해서 적어도 2월 초에는 끝내주면 좋은데
-
유대종 ovs vs 정석민 매e네
-
승리 ot보는데 1
올해도 말을 잘하시는구나
-
원랜 요약본으로 130곡쯤 집어넣었는데 요약 안하고 다 집어넣어서 200~300곡...
-
team 06인데 40주 한번도 안빠지고 김승리 현강 출석했는데 성적이 크게 오르지...
-
장영준 선생님의 언어학 101을 추천드립니다. 입문서라서 그런지 확실히 좀 책이...
-
사문 최적vs윤성훈 12
정법은 최적 들을건데 사문은 누구 들을지 고민중이에요 최적은 오탈자 많다는 말도...
-
誰かいませんか 2
덕코 선착 1명
-
안녕하세요 수능 19 27 (28) 29 30 틀렸습니다(19 뺄셈실수, 28...
-
뚝
-
평균 시급이 어느정도됨요..? 생초짜 면접보러오라그랬으면 얼만진 먼저...
-
대박 ㅋㅋㅋ 얼마만이냐 ㅋㅋㅋ
-
야마다 료 10
장발 료
-
기만좀 해볼께요 12
-
지구과학이랑 비교해서 개념량이 얼마나 되나요??
-
님들생각엔 5등급제로 바뀌는데 ㅈ반고 가는거 에바띠인가여 4
애들공부 ㅈ도안하고(내신따기쉬움)생기부개못써줌그냥학종못쓴다봐야함 전교1등이 건대수의대감
-
덕코만 많고 #~#
-
올해 69수 233 뜨고 재수하려는데 현우진 미적 시발점 듣는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