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고 조경민 [875628] · MS 2019 · 쪽지

2021-10-13 13: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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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가능하다'의 의미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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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전공 수업만 이번 학기에 4개를 듣고 있는데, 시험 공부를 하던 중 수능 수험생들도 알면 좋을 내용일 것 같아 정리해봅니다. 이 글의 내용을 무의식적으로나 의식적으로 알아야만 수능 국어를 푸는 것에 어려움이 없을 것 같습니다. 막 어려운 얘기는 빼고 작성했습니다. 오류가 있다면 제보 바랍니다.





'가능하다'라는 진술은 여러 종류로 구분될 수 있는데, 가령 '논리적으로 가능', '물리적으로 가능', '기술적으로 가능' 등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 중, 수능 국어에서 요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가능한가?', '논리적으로 참인가?'를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논리적' 참, '논리적으로' 가능



1. 모든 사람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2. 확통 선택자의 수학 공통 평균이 기하 선택자의 수학 공통 평균보다 높다. 기하 선택자의 수학 공통 평균이 미적 선택자의 수학 공통 평균보다 높다. 그러므로 확통 선택자의 수학 공통 평균은 미적 선택자의 수학 공통 평균보다 높다.


1번 예시의 경우, 올바른 논증의 예시로 흔히 쓰입니다. 전제가 참이고, 논증 형식이 타당하므로 결론도 참입니다.


2번 예시의 경우는 조금 이상합니다. 논증의 형식 자체는 타당하지만, 전제와 결론이 거짓입니다. 그럼에도 두 예시 모두 논리적으로 올바릅니다. 2번 예시와 같은 논증을 논리학에서는 타당(valid)하지만 건전(sound)하지 않은 논증이라고 말합니다.


논리학에서 다루는 것은 논증의 올바름(타당함)을 판단하는 것뿐이고, 그 전제나 결론이 현실에서 참인지는 다루지 않습니다. 수능 독서 지문에 나오는 논리학 지문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19학년도 수능 '가능세계' 지문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가령, '다보탑은 경주에 있다.'와 '다보탑은 개성에 있다'는 둘 다 논리적으로 가능합니다. 전자가 사실이고, 후자가 사실이 아니지만, '논리적으로는' 둘 다 '가능'합니다. 가능하다고 해서 '실제로 그렇다'는 얘기가 따라나오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 다룰 '가능하다의 의미'를 잘 모르는 학생은 '다보탑이 개성에 있는게 어떻게 가능해?'라고 생각하며 멈칫멈칫 했을 겁니다.


반면 'P이면서 P가 아니다'같은 명제는 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어떤 명제가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는, '그 명제의 거짓'이 필연적이라는 얘기입니다. 곧, 'P이면 P이다'는 필연적입니다. 이를 철학에서는 '동일자의 필연성'이라고 부릅니다.


'변이 네 개인 삼각형' 같은 것도 논리적으로 불가능하지요. '삼각형'의 정의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현실적으로도 반드시 거짓입니다.





만약 무언가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물리적으로도 가능합니다.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면 논리적으로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면 물리적으로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면, 기술적으로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 두 문장은 곱씹어보면서 꼭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아래 기출의 예시들을 보겠습니다.





'현실에서 위양성이나 위음성을 배제할 수 있는 키트는 없다.' (2019학년도 6월 모의평가 '키트')


'키트' 지문의 예시는, '위양성이나 위음성을 배제할 수 있는 키트가 있다'라는 명제가 논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는 가능할 지 몰라도, 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충돌회피성이란 특정 해시 값을 갖는 서로 다른 데이터를 찾아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6학년도 9월 모의평가A '해시함수')


'키트' 지문과 마찬가지로, '특정 해시 값을 갖는 서로 다른 데이터를 찾아내는 것'이 논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는 가능할 지 몰라도, 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상호 배타적인 상태의 공존을 적용함으로써 초고속 연산을 수행하는 양자 컴퓨터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양자 역학에서 말하는 상호 배타적인 상태의 공존이 현실에서 실제로 구현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2018학년도 9월 모의평가 'LP')


지문에서 '상호 배타적인 상태의 공존'은 20세기 양자역학에 의해 과학적으로(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주장되었는데, 이제는 기술적으로도 가능해졌다는 얘기를 하는 부분입니다. 이 지문의 경우 쓰신 교수님이 '논리적 가능성', '물리적 가능성', '기술적 가능성'의 개념을 의식적으로 고려하시면서 작성하신 것 같습니다. 지문에 그 세 가능성이 모두 나오고, 각각의 가능성이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이 서술되어 있거든요. <보기>의 양자 컴퓨터 문제가 뜬금없다는 학생분들도 계시고, 심지어 강사분들도 <보기> 문제가 억지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철학에서 다루는 '가능성'의 개념을 모른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지문의 구조상 '기술적 가능성'을 다루는 문제가 반드시 하나는 나와야 했습니다.






확장


수능 국어 문학에서 다루는 것 역시 '논리적 가능성'입니다. 실제 작가의 의도나, 실제의 정확한 의미를 문제로 물어보지 않아요. 주어진 지문, <보기>를 읽고 '논리적으로 가능한' 선지를 옳은 것으로,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선지를 틀린 것으로 골라내면 됩니다. 피램 문학에서 강조하는 '허용 가능성'이란 도구가 이런 점에서 수능에 적합한 훌륭한 도구인 것이죠.




저도 일개 철학과 학부생일뿐, 논리학 자체는 제가 막 엄청 전문적으로 아는 분야가 아니라서 글이 중언부언 했는데, 위에서 예시로 든 기출들이 헷갈리셨던 분들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혹시나 글에 지적할 부분이 있다면 댓글이나 쪽지 주세요. 빠른 피드백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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