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우 [677168]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21-11-11 21: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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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찬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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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제 지난 5년의 삶에 대해 짓궃게 물어올 때면, 망설임 없이 '운이 좋았다'고 말해왔습니다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가진 것 없던 제가 나름의 개똥철학과 소신을 내세우며, 가까스로 서른 살의 문턱을 넘어섰기 때문이죠. 그 과정에서 여러분들도 아시듯 저에게는 강사로서든, 인간 심찬우로서든 꽤 많은 성장이 존재했습니다. 그뿐이랴. 내적으로 성장한 아이들의 숱한 감사 인사를 들으며 나름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된 것마냥 어깨가 으쓱했던 순간들도 있었죠. 


 하지만 이런 생각들이 어느 순간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수근거림, 지금은 그런 얘기가 잘 들리진 않지만 이른바 참선생 코스프레 프레임에 저를 가두고 학벌과 수업에 대해 행해지던 수많은 저격들. 학원 관계자들과 강사들이 보이는 어른답지 못하는 행태들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자책감 등. 20대를 살아오면서 그렇게 욕먹을 짓 안하고 살았다 자부했지만, 사회 생활의 시작에서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성장통을 감당하면서 저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후로 오르비에서의 글쓰기도, 아이들을 위해 썼던 매일 아침의 편지도, 콘서트도, 온라인 강의도 다 그만두기 시작했습니다. 강단에서만큼은 누구보다 당당하게 내 목소리를 냈었던 사람이지만, 수업이 끝나고 찾아오는 허무함과 감정의 준동을 견디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 마음에 공감해주는 사람도 없었고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르비와의 계약이 종료된 후 인터넷 강의는 두번 다시 하지 않겠다 다짐했고, 또 그렇게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다녔습니다. 주변에서 저의 이런 판단을 두고 젊은 놈이 왜 이리 쉽게 포기하냐며 질책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제가 그동안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아시는 분들은 존중은 하면서도 저의 선택을 안타까워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현장 강의만 하면서 내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그에 따라 이후의 삶을 살아가자고 생각한, 스스로 '안식년'이라 명명했던 2021년이었던 것이죠.


 올초부터 온라인 강의를 왜 하지 않냐는 문의가 꽤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현장에 집중하겠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소문 듣고 연락하셨나보다 했는데, 생각보다 꽤 많은 분들이 지속적으로 문의를 주셨어요. 그래서 현장 강의 복습 영상으로 제공했던 것들을 비대면 현강으로 전환하여 홈페이지를 열었는데, 개시와 동시에 수강생이 100명을 넘어서는걸 보며 의아했습니다. 그때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내 강의를, 또 나라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아직도 나를 사랑해주는 아이들이 있는데, 혹 스스로 너무 움츠러들어 프로답지 못하게 도망만 쳤던 것은 아닌가 하고요.


 그런 고민이 시작되었을 때쯤, 올해 여름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무브의 디렉터님께서 여러번 회사와의 미팅을 주선했습니다. 만남의 과정에서 꽤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고, 제가 하고 있는 고민들을 털어놓으며 이후의 방향을 같이 고민해주셨습니다. 참고로 디렉터님은 20대 중반 때 제 첫 강의를 보시고 가능성을 점쳐주신, 지금도 제 가능성을 응원하는 유일한 관계자입니다. 무슨 얘기들이 오갔는지 다 기억은 안나지만, 그래도 한가지 선명하게 감지되는 것은 강사로서 이렇게 끝내기엔 너무나 아깝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것이 단순히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버는걸 넘어서서, 심찬우라는 사람이 강사로서 해야할 역할이 남아있다는 것이었죠. 오르비를 처음 시작했을 때, 아이들과 함께 젊음을 외쳤던 그때의 제 모습을 여전히 기억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 후에는 일사천리로 모든게 진행됐습니다. 다시 온라인 강의를 하겠다고 결심하는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걸로 기억됩니다. 다른 회사들도 접촉이 있었지만, '자유'를 보장해주겠다고 한, 심찬우라는 사람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는-이는 앞으로의 제 선택과 판단에 대전제가 될 것입니다- 유일한 회사였기에 결심은 더 빨랐던 것 같습니다. 


 계약서 도장을 찍기 전 마지막으로 고민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처음 런칭했을 때처럼의 의지가 여전히 남아있는지 끊임없이 되물었습니다. 그때 마지막으로 결심하게 된 것은, 그간 학생들이 써준 편지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받은 편지를 모두 보관하고 있습니다. 모든 편지들을 찬찬히 읽어가며 학생들이 내게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결심이 마무리 되던 지난 주말, 계약을 마무리하고 오늘 이렇게 글을 씁니다.



수험생 여러분


2021년 12월. 온라인 강의를 다시 시작합니다



 그간 현장에서의 끊임없는 피드백들을 통해 미숙했던 점들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졌고, 커리큘럼도 매우 안정적으로 정비되었습니다. 올해보다 내년의 자료는 더 풍성해질 것이고, 수업에 대한 밀도도 더 높아질 것으로 자신합니다. 그리고 온라인 강의 최초로 재수생 전용 커리큘럼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과거 클래스에서 보여드리지 못했던, 준비된 자신감의 결과물을 선보이겠습니다. 


내년 저희 연구소의 기치는 '2009년 12월의 겨울과 2016년 8월의 여름'으로 잡았습니다. 오르비에서 아이들과 신나게 뒹굴며 젊음을 외쳤던 심찬우의 모습과 오랜 시간 현장에서 뛰어다니며 단단해진 강사로서의 심찬우를 함께 보여드리겠습니다.


글을 읽고 이해하며 텍스트 너머의 세상을 볼 수 있는

문학 감상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돕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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