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만 공부하고 정법 1등급 받기(feat. 비열함)
안녕하세요, 저번 ‘경제 선택자들에게 보내는 조언’에 이어 글을 하나 더 쓰게 되었네요.
오늘은 정치와 법(제가 현역일 때에는 법과 정치이었던) 과목에 대해 제가 아는 지식을 조금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상대적으로 저번 글에 비해 전문성은 떨어질 겁니다. 제가 법이나 정치 관련 학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그저 반수 당시에 정법을 선택했을 뿐이거든요. 그렇기에 온전히 수험생 입장에서의 정법 공부법에 대해서 다루려고 합니다.
하지만 널리고 널린 다른 분들의 1등급 수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4개월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공부해서 1등급을 얻어냈다’는 점인데요. 따라서 그 기간 동안 어떻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글을 써내려가려 합니다.
본격적인 조언에 앞서서, 제가 정법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때는 2020년 8월, 저는 아직까지도 경제를 제외한 사탐 나머지 한 과목을 선택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거기에 제주도 여행까지 다녀온 상태라 공부 습관 자체가 안 잡혀있었죠. 현역일 때 생윤을 선택해서 만점을 받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15개정 교육과정의 생윤은 달라진 점도 많았고, 과목 특성상 휘발성이 강해서, 그 많은 양의 개념을 다시 보고 공부한다는 것은 남은 기간 내에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경제와 더불어 암기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과목인 정법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4개월도 안 되는 시간 내에, 두꺼운 개념서를 모조리 외우고, 기출문제까지 풀고 분석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로 보였습니다.
따라서 저는 최대한 비열하게 공부하기로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비열하다는 말은, 수능날을 가정해, 거꾸로 전략을 짜나간다는 뜻입니다.
먼저 다른 분들의 합격 수기를 찾아봤습니다.
수십 개의 리뷰를 보며 제가 찾아낸,성공적으로 정법 과목을 소화해낸 분들의 공통점은, 수능날 들고 갈 한 페이지 내외의 개념 노트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요약을 잘해도 그 많은 분량을 한 페이지 내에 제대로 정리할 수 있을까?
이 의문에 답을 해준 사람은 바로 2~3년 전의 자신이었습니다. 암기 과목 내신 시험 직전에 여러분들은 무엇을 하셨나요? 저는 학교 프린트나 학원 프린트 등을 최대한 빨리 넘겨가며 제가 잘 모르겠는 부분만 다시 보곤 했습니다.
여기까지 설명드렸으면 눈치채셨을 겁니다. 바로 본인이 아는 부분은 덜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외우고 외우고 반복에 반복을 거듭해도 자신 없는 부분만 해당 노트에 적어가는 겁니다. 그러면 한 페이지 안으로 정리가 가능합니다.
시험이 시작하면, 1번부터 푸는 것이 아닌, 페이지를 넘겨가며 그 개념이 필요한 문제 위에 해당 개념을 적는 겁니다. 그러면 머리 속의 단기 메모리를 최대한 비울 수 있습니다. 비열하죠? 그래도 상관 없습니다. 결과가 제 전략이 통했음을 보여주니까요.
두 번째로 제가 한 일은 바로 작년 기출을 아무런 기초 없이 풀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푼다는 말은 답을 찾는 것이 아닌, 답을 찾는 데 필요한 개념을 찾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저는 말 그대로 쌩노베이스였기 때문에 이마저도 100% 제대로는 해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과정이 도움이 되었던 이유는 ‘남들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공부’가 아닌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공부’만을 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양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번 더 비열하게 행동했습니다. 바로 20번 문제, 선거구 문제를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만점 받는 것을 포기한다면 확실한 2등급, 운이 좋으면 1등급, 운이 더 좋아서 찍어서 맞춘다면 만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여기 계신 분들에게 선거구 문제를 버리라고 바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저와 다르게, 꼭 1등급 혹은 만점이 필요한 학생 분들도 계시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방법은 실기나 논술 준비 등으로 시간이 부족하신 분들께만 추천드립니다. 사실상 방법이라고 할 것도 없죠. 시간이 없을 때 가장 어려운 걸 버리는 건 당연하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선거구 문제를 버림으로 인해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상상 이상으로 많았습니다. 당시에 19번까지 OMR을 전부 체크하고 한 번 검토하고 나서도 5분 이상 남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검토를 한 번 더 하고, 답 개수를 세면서 20번 문제를 찍었죠. 물론 틀렸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제 전략이 틀렸다고 말하기 힘들 겁니다.
결과가 과정을 정당화합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도, 여러분이 이 글을 클릭해서 들어온 이유도, 다 제가 수능장에서 정법 1등급을 받아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런 비열한 글 속에 몇 가지 본질이 들어있음을 알고, 적절히 활용하시는 분들에게는 아마 이 글이 조금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다른 분들의 합격 수기를 적절히 활용했던 것처럼 말이죠.
이번에는 글 내용이 내용인 만큼 질문은 딱히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제 지식이 닫는 데까지 답변 드리겠습니다. (커리큘럼, 세부 암기법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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