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희엽 국어] 짜임에 따른 시상 전개(13)
숨이 콱콱 막힐 때가 있다.
온몸이 온통 진흙으로 더럽혀 질 때가 있다.
숨이 막혀도 가기로 한 길은 가야 하는 것이고
꼴 사나와도 가야할 길은 가야 한다.
1. 기승전결 방식
시인은 시에서 자신의 정서나 생각을 일정한 방식에 따라 전개해 나가는데 이러한 방식을 시상 전개방식이라고 한다.
기승전결식은 주로 한시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종종 현대시에서도 차용해 쓰이고 있다. 이 방식은 4단계 구성으로 기(起)에서 시상을 도입하고, 승(承)에서 시상을 발전시켜 나가다가, 전(轉)에서 시상의 변화 또는 전환을 시도한 다음, 결(結)에서 시상을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雨歇長堤草色多 비 개인 언덕에는 풀빛 짙은데,
우 헐 장 제 초 색 다
送君南浦動悲歌 그대를 보내는 남포엔 슬픈 노래 울려 퍼지네.
송 군 남 포 동 비 가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 물은 그 언제 마를 것인가.
대 동 강 수 하 시 진
別淚年年添綠波 해마다 이별 눈물 푸른 물결에 더하는 것을.
별 루 년 년 첨 록 파
-정지상,
위 한시는 자연 현상과 인간사를 대비하며 이별의 슬픔을 극대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1구에서 싱그러운 자연의 생동감을 표현한 후 2구에서 슬픈 이별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화자의 상황을 드러내었다. 3구에서 대동강물이 마르지 않는 상황을 설의적 의문으로 제시한 뒤 4구에서 과장적 표현을 통해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2. 선경후정식 시상 전개
선경후정(先景後情)식은 앞부분에서(先) 사물의 모습이나 자연의 풍경(景)을 그리듯 보여주고, 뒷부분
에서(後) 화자의 정서나 생각(情)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 방식도 원래 한시에서 많이 쓰였고, 시조를 거쳐 현대시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벌레 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丹靑), 풍경 소리 날아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
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玉座) 위엔 여의주(如意珠)
희롱하는 쌍룡(雙龍)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 石)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佩玉) 소리도 없었다. 품석(品石) 옆에서
정일품(正一品), 종구품(從九品) 어느 줄에도 나의 몸 둘 곳은 바이
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양이면 봉황새야 구천(九天)에
호곡(號哭)하리라.
-조지훈,
윗시는 앞부분에서 퇴락한 궁궐 모습의 묘사를 통해 몰락한 조선 왕조와 국권의 상실을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으며, ‘어느 땐들’부터 마지막까지는 그것을 바라보며 느끼는 화자의 비통한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3. 수미상관식 시상 전개
수미상관식은 시의 처음 부분과 마지막 부분을 유사하게 구성하여 시에 형태적 안정감과 균형미를 주는 방식이다. 처음과 끝에 유사한 시구가 반복되므로 운율의 형성과 더불어 의미나 정서의 강조도 이루어진다. 우리 현대시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방식으로 수미쌍관 혹은 수미상응이라고도 한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윗시는 유사한 시구를 시의 앞뒤에 배치하면서 구성의 안정감과 더불어 화자의 간절한 기다림을 강조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마지막 행의 ‘찬란한 슬픔의 봄’을 통해 ‘모란’의 낙화와 개화가 함축하는 상실의 비애감과 희망의 기다림을 절묘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 선지의 속살
수능에서는 시상전개와 함께 그 효과를 묻는 문제가 주로 출제되고 있다.
➊첫 연과 끝 연을 대응시켜 화자의 정서를 심화하고 있다. (2008년도 수능)
➋(가)~(다)는 선경후정의 방식을 사용하여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2011년도 3월 서울시교육청)
1. 첫 연과 끝 연을 대응시키는 수미상관법을 사용했다면 첫 부분에 나타났던 화자의 정서가 마지막 부분에서 반복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서의 심화’ 또는 ‘정서의 강화’가 이루어진다.
2. 앞에서 경치를 보여주고 뒤에서 정서를 드러내는 방식을 ‘선경후정’이라 한다. 주로 뒷부분 ‘후정’을 통해 주제를 드러내고 앞부분 ‘선경’과의 대비 또는 조화로 주제를 더욱 부각하기도 한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보닌 독서론 -언매-독서 인문 가나 지문-현대시-나머지 문학 3세트- 독서...
-
불편행,,,,
-
매워 1
너구리 좀 맵네
-
임정환 쌤 0
임팩트 이제 곧 끝나서 문제풀이 본격적으로 들어가려는데 커리 쭉 타서 올림픽 하는게...
-
N제 4규 끝내고 머하나요 그다음 두번째 n제 추천좀요 4
4규 할만했던 문제집이였슴다
-
1일 1실모는 실력 유지도 힘들다. 1일 2실모가 적당할거같은데 이럴빠엔...
-
스크랩해놓은글들 2
삭제되면슬퍼
-
지구과학 지금부터 시작하려는데 어떤거 하면 좋을까요..?? 0
안녕하세요 7월부터 재종 반수반에 다니고 있어요 수시최저를 3합6에서 3합5정도로...
-
프메 질문 ㅠㅠ 0
프메 기본편 끝나가는데 프메 안하고 한완기로 기출 빡세게 돌린다음 n제 들어가는거 별론가요?
-
언매 93~94 미적 84 영어 9%탐구 모든과목 47
-
가쥬아
-
이게 맞는듯
-
바라는 삶 0
늦은 나이에 다시금 떠오른 꿈을 위해 내가 선택한 길, 결과는 아직 모르지만 혹여...
-
언매 1 78 화작 1 80 미적 1 80 기하 1 82 확통 1 88 영어 4퍼...
-
자습 시간 중간에 화장실 가려고 나올 수 있남 나와서는 어디서 공부하나요 ?? 수학...
-
인터넷에 정보를 획득해 종합해보면 결국 그읽그풀이나 문장구조화나 사고력이고 뭐고...
-
동법뱃분들 아시려나 한 교수님이 법학관 왜 지었고 왜 로스쿨 탈락했는지 노가리 풀었었는데ㅋㅋ
-
어떻게 공부해야될까요? 강의 듣고 피드백 +마더텅?
-
딱 미적1컷 92가 적당한듯 미적1컷 92 기하1컷 96 통통1컷 100
-
파이널 1차 수강 신청 완료해서 기대중이였는데 우기분 강e분 수목반 만들어서 선착순...
-
짜증난다
-
4규 조져야지 2
조져지는건 나였고
-
70 중후반 가능?
-
옯밍아웃 당하면 재밌을지도?
-
확인해보니까 친구가 저번에 저 18500원짜리 줬길래 그래도 지도 얼마 썼는지...
-
할 많 하 않.... 올해 한놈 재수하는데 (스카서 독재) 맨날 폰겜이나 하고......
-
화미영정법사문
-
1. 17~18학년도: 난이도 인플레의 시작, 발췌독의 전성기 흔히...
-
ㅠㅠㅠㅠ 유빈이 마려우.
-
노가다로 하긴 했는데 논리적 비약이 심하고 이게 아닌 거 같아서 모르겠네요
-
진짜개때리고싶다
-
개인적으로는 친구 때문인 것 같기도.. 정답 맞추러 오고 가는거 때문에 긴장...
-
민지가 가서 불렀구나 우리 바운디 많이 들어주세요 노래좋아요
-
일본 댕겨올까 요미우리 자이언츠 경기도 보고픈데 (보닌 요미우리 라이트팬) 저번...
-
어떤 환자라도 혈액형 상관없이 수혈 가능... 日서 개발한 인공혈액 3
일본에서 모든 혈액형에 투여할 수 있는 ‘인공 혈액’이 개발됐다. 실제 상용화...
-
7덮 화작 86 1
무보정 보정 각각 몇등급 정도일까요
-
그냥 둘다 풀면됨?
-
필수이론 1단원 20강 4단원 18강 크포 50강인데 지금이라도 정우정 버리고 김준 ㄱ?
-
전 OBAma Fxcking God Kill Me
-
카리나윈터만 이쁜 줄 알았는데 닝닝이 고트네
-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지난번에 올린 문제를 갑종님이 맛있게(?) 변형해서 만든...
-
진로 고민, 전공 고민을 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위해 학과별 100문 100답을...
-
뭐가 더 어려움
-
오 의사 고트다 2
adhd랑 만성 피로 있다고하니까 카페인 역할 하는거 같이 처방해줌 개꿀
-
공교육을 대학 입시용도로만 생각하면 그것은 공교육의 목적이 아니라고 봅니다....
-
ㄹㅈㄷㅇㅂㄱ 7
-
그래도 예전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ㅜ 조금 불안하지만 낼부터 다시 빡공해야지~~~
-
킬캠 어려운편임? 10
작년보단 좀 무난해진거같은데 아닌가
-
이해원1 4규s1 n티켓s1 생각나는 입문n제 적어보면 이정도인거 같은데 걍 이...
무플방지
감사.^^
또 다시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수능 기본 개념은 매우 정확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이 점을 약간 간과하는 듯합니다. 평가원에서 수능 중요개념을 사용할 때, 얼마나 주의를 기울이는지는 제가 현장에 있어봐서 잘 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