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대가쟈 [536792] · MS 2014 · 쪽지

2015-03-13 11:25:24
조회수 14,500

성균관대학교에서 반수를 다시 한 번 다짐하겠습니다.

게시글 주소: https://profile.orbi.kr/0005798112

안녕하세요. 저는 수시로 연대를 간 친구와 싸웠던 사람이고, 성균관대 입학식 때문에 우울했던 사람입니다.

성균관대 사회과학계열에 최초합을 했으면 반액 장학금이라도 받고 열심히 다녀 보려고 했는데,

추합이 되서 장학금도 못 받고, 연대도 그냥 떨어져서 반수를 결심하고 학교에 들어갔죠.

입학식도 안가고, 새터도 가지 않았습니다.


개강을 하고도 난 이미 굳은 반수 결심을 했으니까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너무 좋더라구요. 대학와서 정말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나더라구요.

그래도 정 붙이지 않으려고 선배들이 오는 개강파티 등은 일부러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모임을 참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시간에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마음만 불편하더라구요..

그래서 앞으로는 동기들과의 모임은 참석하고, 1학기는 그냥 느슨하게 살자 하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오티 때부터 좋아하는 사람도 생겨버렸죠. 방학 때 계속 카톡하고 개강하고도 같이 영화 보고 밥먹고 연락해서 점점 마음이 커져버렸습니다. 수능 끝나고부터 단 한번도 행복하다, 편하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랑 같이 밥먹고 연락하면 뭔가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큰맘 먹고 동기들과의 개강파티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도 제 마음은 편해질 수 없더라구요. 동아리, 학회 얘기가 오가면서 넌 어디 들어갈꺼야?라고 물어보는데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고, 술게임은 알지도 못하고, 노래방 가서도 오랜만에 스트레스 푼다고 노래 많이 불렀는데 전 즐거울 수가 없더라구요.


아이들은 열심히 대학생활을 하는데, 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성균관대를 받아 들일 수 없는걸까? 대학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 제 상태가 너무 밉고 힘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성균관대에 뿌리를 내리려니 나도 가고 싶었던 새터, 선배들과의 모임 등등을 못갔다는 피해의식이 쩔더라구요. 나도 대학생이 되고 싶다..전 수능치고 단 한 번도 제가 대학생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노래방에서 계속 자퇴하고 싶다는 생각과 고3, 재수생들이 너무 부럽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날 밤에 정말 오랜만에 한양대 다니는 고등학교 친구들 만나서 소주를 처음으로 취할 때 까지 먹고 엉엉 울었어요. 친구가 취한 영상을 ㅋㅋㅋ찍어 놨었는데 제가 자꾸 아무도 내가 아픈 걸 모른다고 미친듯이 울더라구요.


어제 밤에는 좋아하던 사람한테 그냥 고백 하고 치우자는 생각으로 고백을 했습니다. 사실 상대는 딱히 관심이 있는 것 같진 않았어요. 그렇지만 전 사람 좋아하면 아무 것도 못하니까, 여자는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야 된다는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그런 사람 없으니까 제가 항상 먼저 좋아하나봐요 ㅠ) 고백했죠. 그렇지만 우리는 친한 동기로 지내자는 말밖에 못 들었고 요즘 제 삶을 지탱해 주기도 하면서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던 희망고문은 끝났습니다.


다시 암흑으로 들어가려구요. 지금부터 행복해지자는 마음은 버리려구요. 어쨋든 제가 선택한 길이고 이 모든 것은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대 대나무 숲에서 재수를 하는 동생에게 쓴 글을 참 인상깊게 봤었는데요. 그 분이 잃은 것을 찾는 과정이 아닌 얻을 것을 찾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어요. 너무 와닿는 말입니다. 저도 제가 피해의식에 찌들려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엔 정말 공부를 통해 제 자신을 다시금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반수생이 왜 그렇게 힘들다고 하는지 요즘 너무나 뼈저리게 느낍니다! 전국의 반수생 여러분 화이팅이구요! 힘들 땐 서로 연락하며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ㅎㅎ 이젠 더이상 오르비에 글 안 쓰고 다음 글은 서울대학교 사회과학계열에 합격했다는 글을 쓰고 싶네요! 그저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찌들려서 반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꿈을 위해 한 번 더 도전하는 우리가 됬으면 좋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응원해주세요!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