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다 '몯(못) 알다'에서?
일반적으로 '알다'에 해당하는 말의 반대말은 부정 부사와 함께 쓰인다.
know - not know
saber - no saber
知る - 知らない
知道 - 不知道
물론 별개의 반의어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부정 부사가 '알다' 앞에 놓인다. 그러나 한국어의 '모르다'는 '알다'와 선뜻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몹씁', '모자라다' 등 여러 어휘가 '몯(못)'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모르다' 역시 어원을 '못'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단 '모르다'는 15세기에 '모ᄅᆞ다'로 나타난다. '모ᄅᆞ다'는 매개모음이나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는 ‘모ᄅᆞ-’로 나타나고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는 ‘몰라’와 같이 ‘몰ㄹ-’로 나타났다. 그러다 16세기 아래아 제1차 음가 소실로 인해 '모르다'가 된 것이다. 중세 어형만 보면 '몯ㅄㅡㄹ(몹쓸)', '몯ㅈㆍ라다(모자라다)'와 같이 /t/를 보여주진 않으므로 '몯'과 직접적인 관계를 찾기 어려워 보일 수 있으나 고대 국어의 형태와 국어의 일반적인 음운 현상을 보면 '몯'에서 왔다고 추정할 수 있다.
제망매가에선 '毛冬乎'이 '모르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나타내고 찬기파랑가에도 '毛冬'이 '모르다'의 의미를 나타낸다. 冬의 성모는 /t/이므로 고대 국어에는 'ㄷ'에 해당하는 음이 있었을 것이다. ㄷ(t)이 ㄹ(l)로 변하는 것은 통시적으로 흔히 일어난 국어의 음운 현상으로 고대 국어와 중세 국어에서도 보이는 현상이다. '몯'을 재구하는 것에는 동의하나 'ᄅᆞ다'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는 국어학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매개모음 또는 접사 ㅇㆍ이 부사 '몯' 뒤에 붙었다고 보기도 하나 영파생에서 매개모음이 붙을 이유가 딱히 없고 부사 '몯'에서 접사가 붙어서 'not know'만을 의미하게 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모ㄹㆍ다'의 'ㄹㆍ다'를 '알다'에서 찾는 설이 등장했다. '몯알다'는 '모달다'가 될 것이고 ㄷ은 ㄹ로 약화되어 '모랄다'가 될 것인데 이 설의 문제점은 ㅏ가 어째서 그 당시에는 ㅏ와 변별되었던 아래아로 쓰였는가이다. 이동석(2008)은 이에 대해 일부 어휘(15세기 공시태)에서 형태론상 ㅏ가 쓰여야 하나 ㆍ로 쓰인 경우(ㅈㆍㅁ/자다, 아ㅈㆍ미/앚-+-어미)가 있으므로 '알-'의 ㅏ가 ㆍ로 쓰였다고 하였다. 또 성조를 분석하여 근거를 보충하기도 했다. 그러면 '모ㄹㆍㄹ다'가 되는데 ㄹ의 탈락이 일반적으로 일어날 환경은 아니나 어원 의식이 멀어졌다면 ㄹ이 탈락하였을 수도 있다.
의미적으로 '못'과 '알다'가 합쳐진 어형으로 보는 것이 가장 적절한데 만약 '몯'에서 파생된 말이라면 굳이 '알다'의 반의어로만 쓰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르다'를 '몯'과 '알다'의 결합으로 본다면 t-->l 약화, ㅏ가 ㆍㄹ 변하는 현상, ㄹ의 탈락을 통해 만들어진 어형이라 추정할 수 있다. 물론 아직 '모르다'의 어원의 정설은 없으니 이런 얘기가 있다 정도로 이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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