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g [1192257] · MS 2022 · 쪽지

2023-04-01 15: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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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평문학으로 바라본 출제자들의 난이도 조절방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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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틀 전 쓴 글 주제의 2편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봐주시고 도움이 되었다는 쪽지와 댓글들이 

정말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가장 많이 해주셨던 이야기는 

"국어는 정말 감으로만 푸는 줄 알았는데 

명확한 틀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저 역시도 학생 때 국어에 대한 막막함이 있었습니다. 

정말 국어를 잘하고 싶어서 정말 많은 국어 문제집과 인강을 들었는데도 항상 돌아오는 건 지문에 이런 문장이 있으니까, 지문이 이런 내용이니까 도의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지문을 잘 읽을 수 있는 독해력이 필요했는데 

정말 순수한 그 읽기 능력이 국어의 정답이라면

기출 분석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제가 생각한 기출 분석의 의미는 과거에 나왔던 문제들이 

미래의 문제들과 유사성이 존재할거고 문제를 푸는 틀이나 출제의도

심지어는 난이도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까지 

전부 분석할 수 있을거라고 믿었거든요.


그게 아니면 정말 단순히 독해력을 늘리기 위해서라면 

굳이 기출일 필요가 있나..?라는 일종의 반항심도 들었던거 같습니다. 


지금 과거의 저와 같은 고민들을 하며 독서실에서, 교실에서, 학원에서 

오늘도 수많은 지문과 싸우고 있을 모든 친구들에게 

먼저 앞서 걸어갔던 그 고민의 흔적들을 써 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서론이 좀 길었네요.




<일관적이고 체계적인 판단의 부재>


우선 문학의 선지에 대해 알아봐야 합니다. 

선지는 지문에 있는 실제 표현(사실)을 

출제자가 어떻게 바라봤는지(주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문학은 지극히 주관적인 글이기 때문에 같은 표현(사실)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드는 생각(주관)이 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가원은 이러한 주관성을 약화시키고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문제에서 여러가지 장치를 도입합니다.


그 첫번째가 문장단위, 글 단위의 판단이 아닌 '단어'위주의 판단입니다.


문장단위, 글 단위의 판단은 객관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 나는 이런 문장을 보고, 

이런 글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라고 하면 

반박의 여지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단어 위주의 판단은 가치 개입의 여지가 문장 단위나 

글 단위의 판단보다 훨씬 적어지기에 평가원은 이를 적극 활용합니다.


그래서 평가원은 적절한 선지일땐 선지의 사실 부분이나 

사실의 주변(지문)에 선지의 주관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단어'를 반드시 설계해놓습니다.


반대로 적절치 않은 선지일경우는 선지의 주관과 반대되는 단어가 있거나

선지의 주관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단어가 없는 경우 

평가원은 적절치 않은 선지라고 인정합니다.


단순히 지문의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풀이가 아닌 

항상 일관적이고 체계적인 판단의 틀이 존재합니다.


체계적인 틀이 아닌 감상 위주의 독해력으로 밀고 나간다면 

정말 무수히 많은 지문과 문제로 훈련된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그것이 본질적인 국어 실력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수많은 학생을 가르쳐보고 느낀 건 개개인별로

기본적인 국어 능력이 다르고 습득하는 능력치가 매우 다르다는 겁니다.


애매한 훈련량과 방법으로 독해력 향상을 목표로 공부를 했다면 

아래와 같은 28번문제를 뚫어내기 힘들었을 겁니다.



아마 이번 시험에서 가장 어려웠던 문학 문제였을 겁니다.

이게 명확하게 감상 위주의 문제 풀이의 문제점을 드러냅니다. 


보기엔 (가)에 대해 정확한 내용에 대한 설명보단 

표현 위주의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유형을 보기가 없는 내용문제라고 합니다.


(해당 문제 유형 공략도 나중에 써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나온다면 킬러로 나올거 같아서 저도 많은 분석 중입니다.

쓴다면 출제의도 난이도 조절방식 선지 구성방식 베스트 풀이법으로 

구성해서 반드시 글 보신 분들은 맞출 수 있게 쓰겠습니다)


내용에 대한 기준도 없고 시가 워낙 어렵다 보니 

학생들이 시험장에서 정확한 감상을 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명확한 틀을 가지고 푼다면 쉽게 풀어낼 수 있습니다.

정답인 1번선지는 ebs해설과 엮어서 이야기할게 있어서 

마지막에 해설하겠습니다.


2번= 선지의 주관이 적막한 분위기입니다. 

먼저 선지의 사실부분이 이를 정당화해주는지 보고 정당화시킬 수 없다면

사실부분의 주변으로 가면 됩니다(주변이라고 하면 앞 뒤 1~2문장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선 다람쥐도 없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 부분의 표현이 있으니 적막한 분위기를 바로 정당화합니다. 

이렇게 선지만 보고 지울 수 있는 선지를 저는 1번유형의 선지라고 합니다.


3번= 선지의 주관이 세속적인 욕심에서 벗어난 모습입니다. 

세속적의 뜻은 세상의 일반적인 풍속을 따르는 입니다. 


우리는 어떤 게임이나 판에서 지면 화내거나 우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이걸 지고 웃었다고 했으니 세상의 풍속과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그러니 선지의 사실 부분이 선지의 주관을 바로 정당화합니다.

3번도 선지만 보고 판단할 수 있는 1번유형의 선지네요.


4번= 아마 이 틀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심히 흔들리우니라는 

사실 부분이 바로 화자의 내적 고뇌를 정당화 시켜버리잖아 라고 말했겠지만 

익숙치 않은 친구들은 이게 바람이 흔들리는건지 

화자의 내면이 흔들리는건지 어떻게 알아?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보기에선 고요가 시의 주제며 

이는 화자의 내면세계를 암시한다고 나와있습니다.

고로 시에 나온 모든 표현들은 시의 주제인 고요를 드러내기 위함이며 

고요는 화자의 내면세계를 반드시 암시해야합니다.

 

그러니 흔들리우니 라는 표현도 

화자의 내면세계에 대한 이야기여야만 합니다. 


이거 외에 다르게 해석된다면

보기의 기준에 벗어나니 객관성 확보에 실패한 것이겠죠. 

그러니 이 선지도 선지만 보고 판단가능한 1번유형 선지입니다. 


5번= 4번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화자의 내면 세계를 드러내야 합니다. 

직접적으로 사실부분에서 견디겠다~라는 의지표현이 있으니 

선지의 주관인 삶의 태도가 바로 정당화되네요. 


1번= 아름드리 큰 솔이나 베어짐직도 하이라는 사실표현에서 인간에게 아낌없이 내어준다라는 표현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단어가 없습니다. 


그러니 우린 사실의 주변부로 가야 합니다.

대략적으로 첫번째 두번째 줄을 보면 됩니다.

벌목정정/이랬거니/아름드리 큰 솔/베어짐직도 하이/골이 울어/멩아리 소리/ 

여기엔 인간을 드러내는 표현도 없고 

인간에게 뭘 내어준다는 표현을 드러내는 단어도 없습니다.

그러니 적절치 않은 선지의 두번째 유형인 없는 내용입니다. 

그러니 답은 1번입니다.


ebs해설지를 보시면 해당 부분의 표현이 

깊은 산속의 고요를 부각하기 위한것이지 

인간에게 아낌없이 내여준다라는 표현이 아니다 라는 식으로 해설합니다. 


우린 이 문제의 출제자도 아니고 

이 지문을 본 적도 없습니다.

우린 이렇게 처음 본 시의 표현을 

완벽히 해석해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없는 내용으로라도 판단해서 

이 표현이 이걸 나타내지 않는다라고 판단해야 합니다.


그런데 시중의 대부분 해설지는 

이 문장의 표현이 이런 내용이라 선지의 내용을 표현한게 아니다 라고 합니다.

학생들 입장에선 명확한 틀이나 방법을 통해 보는게 아닌 

그냥 이 시의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하니

굉장히 막막하고 막연함을 느낍니다. 정말 문학 지문을 외워야만 할 것 같죠. 


만약 정말 뛰어난 독해력이 없었다면 

이 문제를 풀어내기 정말 힘들었을겁니다.


< 새로운 시도>


단락간의 관계를 물어보는 문제는 

대부분 시의 상황변화가 있는 지문에서만 사용되었습니다.

만약 지문의 내용이 상황 변화 없이 계속 똑같은 내용이라면 

단락 간 관계는 동질적 관계 하나밖에 쓸 게 없습니다


그러나 상황 변화를 기준으로 문제를 내면  

대립적관계 동질적 관계 인과적 관계로 다채롭게 선지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년 수능 문제를 평가원의 과거 문제를 통해 

선지 구성과 문제의 구성들을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교육청에선 상황변화가 기점이 아니었는데도

단락 간 관계를 물어봤습니다.

이런 경우가 교육청에서 종종 있곤 했는데 

사실 위에서 말한대로 그렇게 되버리면

단조로운 내용 문제가 되어버려서 문제로써 다채로움이 사라지긴합니다.

그래서 29번은 위의 일관적인 판단의 방식대로 판단하면 되는 

일반 내용문제가 되었습니다.


소설 문제는 대체적으로 장면별로 끊어서 물어보는 기조를 유지했었습니다.

이번 문제에선 장면간의 연결성을 물어봤습니다.

물론 과거 몇몇 문제에서 이와 같은 시도가 있긴 했으나 

주로 사설 모의고사에서 시도했던 유형이었고

평가원에선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문제 유형은 아니었습니다.


학생들 입장에서 소설을 풀 때 선지의 문장을 보고 

해당 단락으로 찾아가는 풀이법에 익숙하기에

이런 유형이 나오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두 부분을 모두 확인해야하니까요.


33번 단락문제에서도 단락의 앞 뒤의 연결을 물어봤습니다.

사실 33번은 장치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해당 단락에서 a와 b가 왜 쓰였는지

이야기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이게 어떻게 글의 주제와 연관되는지 

이거 하나를 물어보는 거라

연결성이 크게 상관은 없었으나 33번에서 주목해야할게 있습니다.

2번 선지와 4번 선지가 매우 유사합니다.


저번 글에서 썼던 것처럼 a와 b를 쓴 이유.

그거 하나를 선지에서 찾으려고 해야지 

엄밀하게 하나씩 지우려고 하는 태도를 보였다면

여기서 또 고민하는 시간이 소요되었을겁니다.


이처럼 적절치 않은 선지 즉 없는 내용을 지문에 있을 법한 내용으로 구성하고

고전소설 특성 상 익숙치 않은 친구들의 독해가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해당 방법으로 선지를 구성했을 때 굉장히 헷갈리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마 문학을 어렵게 낸다면 적절치 않은 4개의 선지를 이처럼 글의 내용에 있을법한 없는 내용으로 구성하겠죠


보기문제에 대한 내용은 너무 글이 길어지는 거 같아 영상으로 대체합니다.

3평 문학은 정말 많은 시사점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그냥 어려웠네.. 이게 아닌 왜 어려웠고

어떻게 난이도 조절을 하는지 알아야 우린 대비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3평 비문학으로 돌아오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이번주도 고생많으셨어요

https://youtu.be/esC-IwJJu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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