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니 점심때 [1024650]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3-09-08 16:14:21
조회수 11,407

9평 국어 총평 & 논란 &질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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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시험 당일날 나오자마자 풀고 점심때 올리는데 이번에는 일어나니 점심때 해버리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쳐서 이제 보고 글써요.

총평이랑 논란되는 문제 해설/제 생각도 간략하게 써봤습니다.



#총평


-화작/매체

강사 선생님들이나 저같이 국어를 가르치는 문제풀이 특화형 사람들은 매체/화작에서 어려움을 캐치하기가 쉽지 않아서 보통 무난했다~ 하고 넘어가고 학생들도 확실한 답이 해설지에 있으니까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곤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면서 이번에 매체랑 화작이 좀 까다롭다고 느꼈어요. 답을 못 고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속도가 나기 힘든 구성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여기서 틀린 학생들이 꽤 많을 텐데, 그럴 만 했어요. 다만 앞으로는 안 틀리고 빨리 풀도록 연습을 쭉 하긴 해야해요.



-언어

단언코 이떄까지 제가 봐왔던 평가원 기출 중에 가장 이상한 문제들이었는데, 소위 우리가 '내신틱'하다 라고 하는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문제는 그 정도가 좀 심각해요. 특히 35번이랑 39번이 기존에 출제되던 거랑 많이 다르게 출제됐는데 보통 기존 평가원 문제에서는 문법 지식을 바탕으로 생각을 하게 했지 지엽적인 개념을 가지고 썰지는 않았는데 35번은 실질/형식-자립/의존 형태소의 개념을 가지고 문제를 냈어요. 또 39는 풀다가 헛웃음이 나왔는데 문장의 주성분-부속성분 구분하는 걸로 문제가 나왔습니다.

굉장히 내신틱하고 거의 쪽지시험 만드는 프로세스로 만든 것 같았지만 출제가 이렇게 됐으니 뭐...개념 공부 더 꼼꼼히 합시다 ㅠ



-비문학

비문학은 잘 나왔어요. 지문 난이도가 약간 다 쉬운 느낌이 있긴 했지만 킬러네, 사교육 카르텔이네, 그 난리를 쳤던 걸 생각하면 합리적인 난이도였던 듯 합니다. 제가 봤을 때는 문제도 이 정도면 깔끔해요. 


첫번쨰 지문은 기술지문처럼 생겼는데 법 지문입니다. 데이터 이동권이 왜 생겼는지 문제 의식을 잡고 쭉 읽었으면 문제는 없었을 것 같아요. 지문의 난이도는 딱 중 정도.


두번째 지문은 기술~과학 지문인데 원리 차근차근 이해하면 되는 지문이고 민감도 나오는 부분 문제를 어려워한 학생들이 있었을 거 같은데 마찬가지로 차근차근 읽는 연습을 좀 더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난이도는 중.


세번째 지문은 역사 인문 내용인데 지문의 길이가 길고 밀도가 낮은 고전적인 형식으로 쓰여졌는데 15번 문제 등이 좀 까다로울 수 있었을 듯해요. 지문 자체는 중상 정도 난이도였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15번에서 ㄷ 선지가 약간 애매하게 쓰여졌다고 느꼈는데, 답을 고르는 데 지장있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문학

음...걍 좀 그저 엄이었는데 솔직히 검토 한번도 안했나 싶을 만큼 별로인 선지들이 눈에 꽤 보였어요. 일단 전반적으로 작품들은 다대체로어디서 본 것 같은 애들이었을 거 같아요. <성산별곡>이나 <숙영낭자전>은 고전적으로 친숙한 작품들이고 나머지도 연계율이 꽤 나온 거 같긴 했습니다. 선지들만 좀 잘 다듬었으면 좋은 문제가 됐을 듯 한데, 하여간 전반적인 추세로는 문학이 어려워지고 있는데 그 어려움이 문제를 까다롭게 내는 데서 온다 정도 유념하면 됩니다. 



-27번 문제


선지가 전반적으로 다 별로긴 한데 논란이 되고 있는 3번 4번만 봐볼게요.


3) (다)의 '아홉 개 대륙'과 '일만 개 나라'는 바다 안의 육지라는 유사성으로 관계를 맺으며 '천하의 지도'라는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고 있군 


이 선지는 정답이라고 볼 수 없는 게 맞아요. 왜냐하면 지문을 읽어보면 이런 맥락입니다.

"야 내가 세계지도 보면서 6대주랑 나라 대충 200개? 봤는데 다 바다에 둘러쌓여있어서 섬 같더라? 우리도 다 섬사람 아님?"

여기서 6대주랑 나라 200개가 세계지도라는 새로운 의미를 생성했나요? 아니죠. 걍 세계지도 보면서 든 생각이지 세계지도를 생성한 건 아니죠. 이걸 맞는 선지로 바꾸려면 이렇게 하면 됩니다. 


3) (다)의 '아홉 개 대륙'과 '일만 개 나라'는 바다 안의 육지라는 유사성으로 관계를 맺으며 '천하의 지도'를 본 화자에게 새로운 의미를  찾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는군


3번이 컨택스트를 이해해야 하는 거라 어렵긴하고 선지가 별로긴 한데 논리적으로 보면 아닙니다.

4번 선지는 한층 문제가 더 심각한데,


(다)의 ‘파도’와 ‘깊은 물’은 바다의 형상이라는 유사성으로 관계를 맺으며 물에 사는 사람이 살면서 만나게 되는 환경이라는 의미를 생성하고 있군


파도랑 깊은 물을 바다의 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잠깐 들긴 하지만 이 선지 역시 서술이 마음에 안 드는 걸 빼면 논리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섬사람이 날마다 파도와 깊은 물을 접하지 않는다~' 라는 맥락에서 나온 거라 섬에 사는 사람이 접하는 바다, 그 환경이라고 읽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34번 문제


개인적으로 이번 시험의 젤 별로라고 생각하는 문항은 34번입니다. 그중에서도 3,4,5번은 나름 괜찮으니 제끼고, 1,2번 선지를 봐볼게요.


① (가)의 ‘용’은 피리 소리로 조성된 탈속적 분위기를 환상적으로 표현하는 소재이고, (나)의 ‘생매’는 고고한 취향을 사실적으로 보여 주는 소재이군. 


② (가)의 ‘학’은 이상적 세계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소재이고,
(나)의 ‘고기’는 풍요롭고 생동하는 세계를 표현하는 소재이군


아닌 걸 고르는 문제에서 1번이 정답인데, 용 어쩌고 하는 앞부분은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나)의 생매 부분이 틀렸다는 건데 <보기>에는(나)가 고고하다는 말이 없긴 한데 '고고한 취향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라는 워딩에서 '사실적으로'가 들어갔고, 이후에 '선관'으로 비유를 들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풍류를 논하는 점으로 봤을 때 애매하다 정도는 가능해도 틀렸다라고 하기는 어려워보입니다. 선지를 조금만 바꿔도 이런 여지가 없어지는데 왜 이랬는지 모르겠네요,,,


오히려 2번이 위 1번 논리로 치면 답이 될 여지가 더 많은 것 같은데, 학 얘기가 나온 구절이 용 얘기가 나온 구절과 대구를 이뤄 '피리소리로 조성된 탈속적 분위기를 환상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상적 세계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것도 아니고 '구현'한다 라고 하면 과해석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추가로 질문이나 다른 의견있으면 댓글에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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