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어김없이 올해도 수능은 찾아오네요
이번 수능을 위해 열심히 달려오신 현역 및 N수생 여러분,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전 벌써 수능을 끝낸지 꽤 오래 됐고, 군대까지 다녀온 고학번 아재이긴 하지만
아직도 수능날의 느낌만큼은 생생하게 남아있네요.
정말 열심히 준비하셨을 수험생 여러분께, 묻고 싶은게 하나 있어요.
여러분은 올 한해 수험생활, 후회 없이 열심히 하셨나요?
여러분은 내일, 여러분의 모든 것을 시험지에 후회없이 쏟아내실 준비가 되었나요?
수능을 끝낸지 꽤 오래된 경험자의 입장에서
수능을 준비하는데 가장 중요한 점이 있다면
전 "후회 없이" 수험생활을 끝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바야흐로 2019년 11월, 전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해서 수험장에 들어갔지만
20수능의 처절한 수학 난이도에 멘탈이 터졌는지
결과적으로 평소 모의고사보다 좀 낮은 성적을 받아들여야만 했어요.
다행히도 적정~상향으로 질러놨던 수시가 세장이나 얻어걸리는 덕분에
서성한 라인의 대학을 현역으로 입학할 수 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제 별것도 아닌 생기부를 보고 제 가능성을 보아준 서강대와 성균관대에 무한한 감사를 표해도 모자르지만
당시의 어렸던 저는 스카이가 아니면 의미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리고 수시 원서를 전략적으로 쓰지 못했다는 후회+정시를 좀더 잘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때문에
한학기만 다니고 반수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반수 5개월 동안, 전 정말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공부를 하였고,
실제로도 현역때보다 좀 더 좋은 성적을 받기는 했지만
수학에서 3점짜리를 2개나 틀려버리는 폐급짓+세계지리의 2등급 삭제 등등의 악재로 인해
결과적으로 정시에서 고려대를 예비번호 1개를 앞두고 떨어졌었죠.
근데 반수까지 이렇게 실패하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정말 나의 최선을 다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나는 더 이상 입시의 길을 가면 안되겠구나
뭔가 절대자가 나를 이 학교에 머무르게 하려는 큰 뜻이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스카이에 대한, 입시에 대한 미련과 후회가 사라지게 되더라구요.
전 그 이후로 입시판을 돌아보지도 않고 떠났고
가끔 연고전 할때마다 좀 부럽긴 하지만
나름 학교에 만족하면서 잘 다니고 있어요.
지금은 대학 너머의 진로를 준비하고 있구요.
여러분의 노력의 양과 관계없이
수능날의 결과는 아무도 알 수가 없어요.
그렇기에 여러분의 수능 성적은
어쩌면 여러분이 완벽하게 통제할수 없는 변수인거죠.
하지만 여러분이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변수도 있어요.
바로 여러분의 노력의 양이죠.
여러분이 본인이 진심으로 납득할 만큼 열심히 수험생활에 임했고
최선의 전략을 가지고 이 입시판에 임했다면
여러분은 수능 성적과는 관계없이
최소한 후회와 미련만큼은 놓고 입시판을 떠날 수 있을 거에요.
그것 만으로도 여러분은 수험생활을 성공한 것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이 후회와 미련이라는게 정말 사람을 갉아먹는 암적인 존재거든요.
아무쪼록 여러분의 수험생활에
한줌의 후회와 미련도 없는 끝맺음이 있길 바랍니다.
-입시판을 뜬지 오래된 한 아저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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