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총 정말 운 좋게 성공...했지만 후기
오늘 정말 천운이 따라줘서 개강총회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20살 때 새터에 이어 회식자리에서 갑분싸 만들고 과에서 사실상 쫓겨난 지 5년만이네요. 서울대에서는 처음이고요.
사실 오늘도 지난번 개파하고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고, 역시나 20~30분은 앞에 서 있었습니다. 어쩌면 지난번처럼 서 있다가 갔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운이 좋았던건지 아니면 오르비나 에타에 있던 글을 읽은건지 몰라도 제가 밖에 서 있었다는 걸 몇몇 학생들이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난 번에는 학생들만 참여하는 자리여서 더더욱 힘들었을텐데 오늘은 교수님도 오시는 걸로 알아서 실낱같은 희망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몇몇 학생분들(23학번이라고 하셨습니다.)이 서 있는 걸 보더니 저를 안으로 같이 들여보내줬습니다.
들어오자마자 저는 학생들하고 앉는 대신 교수님 앞에 앉았습니다. 아직 학생들 얼굴을 몰랐기 때문에 불편하게 하기 싫어서였습니다.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이미 시끌벅적한 분위기 때문에 온 몸이 떨리고 숨이 가빠졌습니다. 교수님은 눈치 못 채셨던 건지 말 안 하신건진 몰라도... 일단 또 예전처럼 사고치기 전에 미리 가지고 다니는 약을 2알(정량은 1알이고 원래 하루 1번입니만... 사실상 3알)이나 때려박고 마침내 5년만에 자리에 임했습니다.
일단 입으로 뭔가 집어넣긴 하는데 솔직히 이게 제대로 먹는건진 몰랐습니다. 예전과 같은 사태 방지를 위해 일단 술은 조금이라도 마시지 않으려고 했고, 그냥 조용히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은 더 들어오고, 분위기는 점점 더 고조되어 갔습니다. 약효가 들었는지 떨림은 좀 줄어들었는데 문제는 나머지는 적응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나마 제일 활발하게 놀던 또래 고학번 테이블과는 제일 멀리 떨어져 앉아서 침착하게 끝까지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성격상 사실 어울리는 게 힘든 것도 있고, 들어가기도 엄청 어려운데 막상 들어오면 불편해도 거꾸로 나가는 거 말하는 게 무서워서 이번엔 나가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1시간 정도만 먹고 일어나려고 했는데 뭔가 분위기상 나가면 나중에 더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것 같고, 계속 먹자니 이미 먹은 지 1시간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 이미 쳇기가 돌았습니다.
일단 현장에서는 내성적인 것을 숨길 수는 없지만 최대한 피해는 안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사이에 점점 머리는 아파오고, 여러 소리들에 압도당해서 눌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국 얼마 먹지 못하고 나머지 시간은 그냥 퀭하게 이야기를 들었고, 몇 번 화장실 가서 다 토해내고 오면 좀 낫다가 또 반복되고...를 반복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교수님 앞이라서 편하겠거니 생각했고, 제가 왔을 때만해도 그 자리가 제일 한가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양 옆으로 앉은 사람이 과대에 과 회장...이런 식이다보니 솔직히 더 위축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옆에 회장한테 말 걸어보고 싶었는데 회장이라(?) 계속 마실 수밖에 없어서 말 걸기는 좀 그랬습니다. 여담으로 건너편 옆에 앉았던 분이 저랑 동갑이었는데, 온 사람 중 가장 고학번 분...이라고 했습니다. 그나마 조금 이 분 덕분에 마음 속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같기도
그렇게 초반에 잠깐 먹고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강한 압박에 눌려있는 상태로 그냥 수동적으로 있고, 가끔 말 걸면 반응해주는 정도로 무려 3시간 가까이를 앉아있다가 왔습니다. 다행히 1차 끝나고 교수님들이 가시는지라 저도 교수님 쪽으로 슬그머니 합류해서 2차는 빠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서울대입구역 화장실에서 한번 더 헛구역질한 후 그렇게 늦은 시간 집에 돌아왔네요. 내일 모레 시험인데...
일단 오늘 회식으로 느낀 것은 분위기 자체는 5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소음으로만 따지면 5년 전이 더 심했던 것 같기도... 5년 전엔 일부러 그 분위기에 끼어서 놀아보려다(+새터 때 일 만회...) 선배 동기들 있는 자리에서 좀 안 좋은 일이 있었고 해서 (당시만 하더라도 상상 이상의 급격한 억텐이었습니다.) 그 자리 자체가 죽을 맛이었습니다.
지금은 나이도 먹고 경험도 있다보니까 견디기는 어려웠지만 죽을 맛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엔 일부러 약도 안 먹었는데 오늘은 약도 평소보다 과용해서 컨트롤이 가능했던 것도 있고...
오늘 같이 있었던 모든 분들은 정말 즐거워보였습니다. 저도 정신이 다 빠져버린 와중 오랜만에 예전 생각도 나고 그랬네요. 일단 오늘 내린 결론은 한동안은 단체 회식이나 모임은 어려울 것 같다는 것입니다. 약 먹어서 이 정도인 걸 보면 아직은 저에게는 이런 분위기는 시기상조인 것 같습니다. 다만 운 좋게 학생들이 저를 발견해줘서 대학생활 중 한 번 가봤다는 거에 만족합니다. 오늘은 딱히 상처받는 일도 없었고, 그렇다고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니었지만 아무 일도 없이 회식이 지나간 거에 감사하게 생각하기에 그냥 추억으로 남기고 넘어가렵니다.
지금은 작년 2학기 때 잠깐 만나던 애들처럼 1:1이나 많으면 2:2 정도의 인원과 함께하는 것이 저에겐 더 편하고, 분위기 상으로도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언젠가 괜찮아지면 다른 곳에서 회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도 있겠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과에서 최대 찐+아싸였는데 저에게는 대학 생활 중 할 수 있는 불가능과도 같았던 일을 해보게 되었네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이유없이 늘린 것도 아니고
-
쿠키런특 2
코인벌려하면체감15퍼ㅈㄴ뜸
-
수1 수2 선택 해서 9~12권인건가
-
이
-
인생..
-
아 축구보고싶다 6
하
-
사탐런 하신분들 어떤 과목 선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왜 하필 내가 현역일때 이런 폭탄이
-
약리학 공부중 13
학교 약리학 강의가 좀...그랬어서 약리학 기초가 부족한 것 같아서 공부중...
-
수능에서의 노력재능과 관련해서 자주 했던 상상(의문?) 3
한국에서 지능에 크게 이상이 있지 않은 100명의 청소년을 성적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
졸업하고나면 4
지거국에는입학할수있을까...
-
3모 공통에서 하나 틀렸는데 아직 개념이 탄탄하지 않다고 느껴서 한완수 교과개념...
-
휙 0
-
노래 추천 0
요즘 발라드가 너무 좋아요 ㅠ
-
반년전에 고1 3모 4따리였는데 그냥 꾸준히..?하다보니 평가원2까지 옴
-
과제 싫어.. 4
심지어 집오자마자 자버려서 큰일남 금토에 바뻐서 미리 끝내야 되는데 하 인생..
-
자고 내일보자잉
-
시간왤케빠르지
-
열품타 그룹 가입 후 단 1초도 켜지 않으신 분들께 경고를 드렸습니다만 최대한...
-
세특 좋아도? 24기준
-
독서만이라도 해야겠음 안하면 뒤쳐지는 느낌
-
가계도 별3개는 3분 별5개들은 길어도 7분인데
-
정시80수시20 1
수시20은 only논술 폴라포를 국회로...!
-
ㅈㅈㅂㅈ 4
자주보자
-
몰랐지잉 저때도 너무 적다 뭐다했는데 이젠 뭐ㅋㅋ
-
내년까지만 50 50 이고 그 후에는 정시가 의미가 없어지는건가
-
하다보면 논리퍼즐 같아서 재미있는데.
-
진짜 맨유가 문제엿나?
-
성인 남자3명이 삼겹살 집 가서 먹으면 얼마정도 드나요? 9
그냥 적당한 가격대인 고기집 가서 배부를때 까지 먹으면 보통 얼마정도 먹나요?...
-
수특 수학 전문항 몇번 반복해서 저절로 외워졌거든요 6모때 3가능할까요..ㅠ 4점...
-
연애하다보니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 후회한적있나요
-
신소재vs화공 1
하면 어떤가요 과거에 심히 고민했던문제라 요즘 선호도궁금해요
-
이쁘장 기준 키160에 여릿여릿한 몸vs중상얼굴에다 키 167에 성인스러움 3
어느분이 더 인기많나요 여잔 키160에 여릿여릿한 몸이 젤흔하던데 인식이 어떰
-
내일 해볼까..싶은데 애들이 놀자하면 그냥 놀까도싶고..
-
드릴 샤인미 지인선 설맞이 난이도 순 어케됨?
-
전공의들은 이대로 안 돌아오고 의대생들도 결국 유급 당하면 대체 어떻게 되는거임?...
-
고딩때 우울증땜에 공부 1나개도 안하다가 2월말부터 재수시작햇는데 첨에 300일남고...
-
일해라 난만한
-
다뒤졌네
-
는 일단 6월 4일로부터 일주전까지 배포를 하고 싶습니다만....영 어려울 수도...
-
공부하기 싫다 0
지구과학만 하고싶다
-
난 독서 연계를 대비하는 것은 무조건 긍정적으로 봄. 하지만, 강의까지 본다?는...
-
나의 생은 미치도록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도표특강 좀 더 듣고 공부하면 나아지겠지 마허라 마렵다
-
요즘 그런 딜레마에 시달리고 있음 공부한다고 해서 여기서 실력이 안 늘 거라는 게...
-
아 빨리 3
Sn모의 배포하고 싶당 반응이 궁금합니다..ㅠㅠ 겉으로라도 좋아해주시면 좋겠당 ㅎㅎ...
-
심찬우 프리패스 할인 언제까지 인가요?
-
최저용이고… 표점 필요 없습니다 고민하는 까닭은 내신과목이 생2라 생2공부를...
-
소신 발언 5
생윤 재밌음
다른 사람들에게는 쉬울수 있지만 자기 자신이 두려워 하는 것에 도전 하신거부터 감히 제 입으로 성공이라고 말해드리고싶어요. 한걸음 더 성장하신걸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