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군들, 나는 모고가 좋다.
제군들, 나는 모고가 좋다.
제군들, 나는 모고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문학이 좋다.
비문학이 좋다.
화작이 좋다.
언매가 좋다.
수I이 좋다.
수II가 좋다.
확통이 좋다.
미적분이 좋다.
기하가 좋다.
영어가 좋다.
한국사가 좋다.
물I에서, 물II에서,
화I에서, 화II에서,
생I에서, 생II에서,
지I에서, 지II에서,
생윤에서, 윤사에서,
한지에서, 세지에서,
동사에서, 세계사에서,
정법에서, 경제에서, 그리고 사문에서,
이 시험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종류의 평가 행위를 너무도 사랑한다.
비문학 지문 답안의 4개 연속 4번에 멘탈이 가루와 같이 부셔져 버리는 것이 좋다.
밑줄긋기와 지우기를 반복해 시험지가 너덜너덜한 넝마가 될 때면 가슴이 뛰지.
60분만에 비문학과 선택과목을 겨우 끝내고 문학을 20분만에 주파하는 것이 좋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헷갈렸던 문제를 고민하다가 시험이 1분 남았다는 걸 깨닫고 결국 찍어버릴 때면 가슴 속이 후련해질 정도야.
더프같은 사설 모의고사보다 더 거지같이 생긴 1번 문제가 수험생을 유린하는 것이 좋다.
공황 상태에 빠진 수험생이 이미 계산이 끝난 어려운 3점 문제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검산을 하는 모습엔 감동마저 느껴지지.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ㄷ 선지를 포기하며 ㄱㄴ를 고를지 ㄱㄴㄷ를 고를지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은 정말 참을 수가 없다.
간단한 보조선 하나를 긋지 못하거나 도형의 성질을 써먹지 못하다가 가까스로 깨달아서 문제를 풀었는데 시계를 보니 15분이나 지나 절규하는 것도 최고였지.
처음 보는 이상한 괴조건을 가진 4차 함수와 씨름하다가 결국 접선이나 대칭성을 발견해 개형을 특정해냈을 때엔 절정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듣기가 나올때 호기롭게 뒷번호를 건드리다가 11번 짧은 문항을 놓치는 것이 좋다.
5분동안 고민을 했는데 소거가 3개만 되고, 21~24번에서 두 문제를 날려먹는 모습은 정말로 슬프기 그지없는 일이었지.
31번을 풀때 선지 두 개의 뜻을 몰라서 결국 찍어버린 것도 좋았다.
문단 이해를 잘못 해서 결국 41번과 42번을 통째로 날려먹은 것은 굴욕의 극치였어.
제군들, 나는 모고를, 전쟁과도 같은 모고를 원하고 있다.
제군들, 나와 공생하며 한편으로는 나와 같이 경쟁해야 하는 전우 제군들.
제군들은 대체 무엇을 바라는가?
더욱 더 높은 대학을 바라나?
인정사정없이 무자비한 깡패같은 표점을 원하나?
정시파이터의 한계를 다하고 수시로 대학 가자는 담임의 입을 봉쇄해버릴 폭풍과도 같은 모고를 원하는가?
그래, 그것이야. 그게 바로 모의고사지!
지금 우리는 혼신의 힘을 담은, 그야말로 내려치기 직전의 주먹과도 같다.
하지만, 저 거지같은 공교육에서 11년의 세월을 참고 견뎌온 우리에게,
'보통'의 성적 따위 성에 차지 않는 법이지!
1등급!!
오로지 1등급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불과 1개 세대, 40만명 남짓한 수험생들에 불과하다.
하지만 제군들은 일기당천! 최고의 정시 고수들이라 나는 믿고 있다.
따라서 우리들은 제군들과 나, 총병력 4억과 1인으로 이뤄진 정시 파이터 부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수시의 늪으로 내몬 채 곤히 잠든 놈들을 두들겨 깨우자.
머리채를 움켜쥐고 자리에서 끌어내, 닫힌 눈꺼풀을 열고 생각나게 해주는 거다.
놈들에게 수험의 맛을 다시 가르쳐주자.
놈들에게 우리들의 모고 성적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것이다.
지잡과 인서울의 틈바구니엔 놈들의 철학으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도약도 있단 걸 깨우쳐주자.
천명의 정시러로 이뤄진 신입생으로, 의대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주자.
2024년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를 개시하라!
가자구. 제군들.
서울특별시교육청 주관 2024년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 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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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 성
사격을참못할것만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