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인드 이메일 보내기; 사회적 attitude(태도)
제가 뇌과학에 관심이 많고 앞으로 전공하고자 해서, 이번에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의 전현애 교수님을 1시간 정도 면담을 하게 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전 서울대생이 아니고 타대생이라서 그런지 교수님과 일정 잡는게 조금 힘들었습니다.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다 보니까, 미리 교수님이 가능한 시간을 여러 개 제시받고 그 중 하나를 골랐습니다. 그게 약 1주일 전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약간 변칙적인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4월 11일날 만나뵙기로 했는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4월 10일이 총선으로 빨간 날이었거든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리마인더 이메일, 즉 환기시키는 이메일을 하나 더 이틀 전에 보냈습니다. 교수님 언제 어디서 뵙겠습니다~ 라고요.
이 5초도 안걸린 짧은 이메일이 저에 대한 평가를 엄청나게 바꿀 줄은 꿈에도 모르고 만나뵈러 갔습니다.
약 1시간 정도 면담을 했는데, 매우 진지하고 중요한 이야기가 많이 오갔습니다. 그러던 와중 한 30분 정도 이야기하고 나서 교수님이 대뜸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내가 이렇게 말하면 꼰대 같이 보이겠지만, 요즘 애들 진짜 버릇없고 예의없다. 그런데 너는 리마인드 이메일을 보내지 않았느냐. 사회적 attitude(대충 태도, 예의 정도로 번역 가능)가 되어있다" 라고 하시면서 저를 엄청나게 고평가하시더군요. 저와 마찬가지로 다른 학생 한 명도 자신을 만나고 싶어하는데, 일정 조율이 계속 엉클어져서 그냥 될대로 대라~ 하셨다고. 타대생이면서 심지어 학과도 다른 저를 만나신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요.
사실 제가 평생에 걸쳐서 리마인더 이메일을 보낸 것은 딱 한번! 입니다. 그 전까지는 주로 제가 다니는 대학교의 교수님들을 만나뵙었는데, 끽해야 2~4일이면 뵐 수 있었거든요. 근처에 자취도 하다보니까 접근성이 굉장히 좋고 교수님들을 만나뵈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좀 거리도 있기도 하고 약속이 꽤나 이후에 잡혀서 리마인더를 보냈을 뿐입니다. 게다가 리마인더 이메일이라는 개념조차 최근에서야 알게 된 것입니다. 제가 또 유학도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아래의 책을 보니까 혹시라도 미국 교수님들이 답장이 없으면 리마인더 이메일을 보내서 확인을 요청하라는 팁이 있었습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1433900
사실 전 스스로를 그닥 예의가 바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 윗 사람에게라도 해야하는 말은 하는 주의이고, 꼬박꼬박 남들이 볼때는 대드는 것처럼 보이고, 귄위에 대해 강한 도전 의식이 있으며, 지금까지 살면서 예의에 대해서 주의나 지적을 많이 받으면서 자라왔거든요.
그래서 하도 신기하기도 궁금해서 오늘 지도 교수님께 의견을 여쭈어 보았습니다. 간단하게 '배려심'이라고 해설해주시더군요.
사실 윗사람이 아랫사람한테 보낼 때는 리마인더 이메일을 보낼 일이 없다고 합니다. 아랫사람이야 칼같이 윗사람 지시를 기억할 테니까요. 보통 리마인더 이메일을 보내는 것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또는 아쉬운 사람이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교수님들이 엄청 바쁘니까 일정을 까먹을 위험도 큰데 제가 리마인더를 보냄으로써 교수님이 저에게 실수를 할 여지를 없앤 것이라고 설명을 해주시더군요.
그래서 오늘 엄청나게 큰 교훈을 하나 얻고 갑니다.
여러분 첫 연락 이메일은 첫인상과도 같습니다. 최대한 정중하게 잘 쓰도록 노력하세요. 특히 학생이나 학부생 입장에서 교수님을 만날 때는요. 이것만 잘 해도 떡이 떨어집니다. 실제로도 저를 면담하신 전현애 교수님은 열과 성을 다해서 면담에 임해주셨고, 제게 큰 도움도 주시기도 했습니다. 고작 타이핑 하는데 5초도 안걸린 리마인더 이메일 하나 보낸 덕분에!
킹스맨의 "manners maketh man"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0 XDK (+1,000)
-
1,000
-
이 ㅅH끼 부활할 가능성 있나...
-
미치겠네요ㅠ 군대라서 다운도 못받고
-
공부도 잘하는데 외모도 연예인 ㅎㄷㄷ
-
왜 재수를 해가지고..
-
뭐가 있나요..? 똑같이 취한척 하기??
-
24수능 언미, 과탐1과목, 영어 1등급을 기준으로 대충 나오는 원점수 조합 윤곽이...
-
학생증이 너무 틀딱이라 안된다네용
-
항상 시험날 똑같이 잡더니 올해는 다르던데 면접날까지 다르면 둘다 동시 합격...
-
우으 뜌따이
-
시대는 안될거같고 둘중에 어디갈까요
-
6모 대비 모고 이런거엔 눈길 주지 말고 하던 뉴분감이나 마저 하는게 맞죠?
-
마지막으로 좋아요 누른 분 ㅇㅈ하시면 제 전 재산을 나누어 드립니다… 하는 사람...
-
딱5분만더잇다가.,..
-
디시 말고 다른 커뮤끼리 투표 다시 부탁한다 꾸벅
-
점심 먹고 낮잠을 자고 난 후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실로 천재적
-
보통 몇번이 어려운지 좀 알려주세요 킬러,준킬러
-
쇼핑하고 집가기 0
야구 없는 날이라 우럿어
-
3지문 합쳐서 경ㅁ식 선거조사 이상치 정상치 중앙값 평균값 노자의 어쩌구 3지문 ㅇㅇ
-
의대증원 철회 0
재판부에서 컷 낼 확률 몇이나 된다고 보심??
-
인간은 왜 밥을 머겅야 하는가
-
오랜만에 왔는데 0
재미없네 다시간다
-
양질의 답변이 나옴 단답 큐마분들 너무 서러워요
-
4월 생투는 도대체 왜 표점 100점이 나오는 거지 1
4월 생투는 기만 아니라 ㄹㅇ로 추론 퍼즐 없는 순수 개념형 시험지인데 (준킬/킬러...
-
'스읍 이게 그나마 맞는 소리 같은데?'나 '이게 그나마 틀린 얘기인 것...
-
유난히 그냥 뉴런보다 어려운거 같은데 맞음?
-
광란의 2023년 4월 모의고사 과탐2 만점 표준점수 2
crux table에서 발췌했습니다! (늘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ㅎㅎ) 만점...
-
이 문제 어느 문제집에 있는 문제들일까요
-
수학만 했는데 오랜만에 국어 했습니다 다시 정상 궤도 진입해서 달려볼게요 다들 파이팅
-
진짜ㅋㅋㅋ 혐오받는 사회 계층(강민철 수강생, 동성애자, 과격한 종교인, 래퍼,...
-
컨디션 빨도 있는거같다
-
난해한 문학풀때나 영어 빈칸이나 주제 풀때 문학작품이 난해하면 선지도 난해한 경우가...
-
2411 결측치와 이상치, 노자에 대한 유학자들의 해석 2409...
-
그 가격에 답지 없는게 너무 괘씸한데...
-
아 우울해 시팔 강해린이 답이다
-
일단 지금까지 정병훈쌤 핀셋 배성민쌤 피지컬정도 풀었습니다. 이 두개랑 난이도랑...
-
누가 내 11
공용 냉장고에 웰치스 먹었어!? 당장나와 자수해도 용서 안해줄거다
-
퀄리티 좋음??
-
오늘 12시까지 물리2 4모 범위에 대해 PDF 제공 8
이번주 수요일에 4모 시험이죠?? 물리2 학생들은 첫 시험일텐데요. 시험범위에 맞게...
-
미적 적분파트 킹 받으면 개ㅑ추 ㅋㅋㅋ 아
-
국수영 공부시간 5
전부 4등급이면은 하루 공부시간 몇시간씩 하는게 이상적인가요?? (고3 정시파이터입니다)
-
둘 다 응시할 수 있는건가요??
-
현역 재수 둘다 수학 3등급 나외서 기출 돌리고 실전개념 부족한 부분만 듣고 n제...
-
하아,,, 로그 자체의 수체계가 너무 잘 안들어옴 머리에
-
아일릿 마그네틱 2
Bae bae bae bae 이부분 또또또또또또 또 핸드폰하는거에요? 이거랑 리듬...
-
논리적으로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
-
수학 고수님들 2
여기서 OAB 안긋고 CA를 빗변으로 하는 직삼 하나, DB를 빗변으로 하는 직삼...
-
그 이전까지 포함하면 너무 많을 것 같음
-
4규는 미적분 어렵다 해서 엔티켓이나 문해전 시즌1 할려는데 추천하시는 n제 있으신가요
다른 맥락이긴한데 사실 일을 하다보면은 리마인드 메일은 공격적으로 사용되기도 해요. 단순히 리마인드를 보내는 것이 매너 있기 때문에 적성자분을 높게 평가 하셨다기 보다는 정중하면서도 교수님을 정말 만나보고 고견을 여쭙고 싶다는 열정이 보여서 좋게 평가하고 도와주신 것 같습니다! 최근에 뽑은 신입 사원중에 인사팀이 누락해서 사개월 늦게 합격 통보를 받은 친구가 있는데, 이 글을 보니 그 친구도 직접 먼저 인사팀에 진행 사항을 물어봤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아주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