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벌법규 해석의 원칙: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
헌법은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 그중에서도 특히 형벌에 관한 법률은 국가기관이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도록 명확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형벌법규는 어떠한 행위를 처벌할 것인지 일반인이 예견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를 결정해 나가기에 충분한 기준이 될 정도의 의미와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는 형벌법규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므로, 불명확한 규정을 헌법에 맞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의료법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을 의료인과 의료법인 등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비의료인이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그간 의료인 개인 명의 의료기관의 경우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주도하였는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여 왔다. 비의료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법리가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이 개설되었을 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의료법인이란 재단법인의 성격을 갖는 법인으로서, 설립자의 재산출연에 의하여 설립되고 법인의 기관에 의하여 운영된다. 그런데 이때 재산출연을 할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이 될 수 있는 사람, 다시 말하면 의료법인의 설립,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을 의료인으로 한정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주도성에 바탕을 둔 기존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기본으로 하여,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 관여하는 경우 개설자격의 위반이 된다고 판단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쟁점일 것이다.
대법원은 위 쟁점에 대해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의 경우, 비의료인의 주도적 출연 내지 주도적 관여만을 근거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등에 필요한 자금 전부 또는 대부분을 의료법인에 출연하거나 의료법인 임원의 지위에서 의료기관에 관여하는 것은 의료법인의 본질적 특성에 기초한 것으로서 의료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허용한 의료법에 근거하여 비의료인에게 허용된 행위이다. 비의료인의 주도적 자금 출연 내지 주도적 관여 사정만을 근거로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판단할 경우, 허용되는 행위와 허용되지 않는 행위의 구별이 불명확해져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하였다고 판단하려면, 비의료인이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점을 기본으로 하여, 비의료인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이는 다음 두 가지 사항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면 인정될 수 있다. 첫째는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경우이고, 둘째는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여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이다. 전자는 의료법인 중 ‘법인’에 관한 사항이고, 후자는 의료법인 중 ‘의료’에 관한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재산이 출연되지 않은 의료법인은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시설과 자금이 없어 스스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시설과 자금이 없는 의료법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이 개설되었더라도 그 의료기관은 필연적으로 제3자가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하였다고 평가될 수밖에 없다. 비의료인이 실질적인 재산출연 없이 주무관청인 시·도지사를 기망하여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받은 경우라면 개설·운영할 시설과 자금이 없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의 외형만을 갖추기 위하여 설립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이 형식만을 갖춘 의료법인을 설립한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을 주도하였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한 채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 자신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의료법인은 의료기관 개설·운영 목적으로 의료법에 근거하여 설립되는 것으로, 의료법이 의료법인에 법인격을 부여하고 의료기관 개설·운영 자격을 인정한 전제인 공공성과 비영리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하였다면, 외형상으로 그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형식적으로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이 개설·운영되었더라도,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지배하면서 의료기관 운영수익 등을 상당한 기간 부당하게 유출하는 등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라면, 공공성, 비영리성을 전제로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부여받은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유지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의료법인 설립과정에 하자가 있었다는 사정이나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재산을 일시적으로 유출하였다는 정황만을 근거로 곧바로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설립과정의 하자가 설립허가에 영향을 미치거나 의료기관 개설·운영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는 것인지나 재산이 유출된 정도, 기간, 경위 및 이사회 결의 등 정당한 절차나 적정한 회계처리 절차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에 이르러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러한 결정은 중대한 비판에 직면한다.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하였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개인 명의 의료기관이나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 관한 선례와 마찬가지로 해석,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쟁점이 되는 의료법의 위반죄에 관한 구성요건해당성과 고의의 핵심적인 징표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점을 기본으로 하여 의료법인의 공공성 및 비영리성이 형해화되고 비의료인 개인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탈법적 수단으로 악용되었다는 데에 있다. 그렇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설립한 실질적 목적과 동기, 설립과정의 적정성, 의료법인 내부의 의사결정방식, 의료업 운영 행태, 자산관리 및 수익의 귀속 양상 등 의료법인의 설립과 운영의 전반에 나타난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비의료인 개인의 사적 이익 추구로 의료법인의 공공성 및 비영리성이 형해화되어 의료법인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부여하는 의료법의 입법 취지가 몰각되었다고 볼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중심으로 이를 판단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위반행위가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이라는 전 과정을 통하여 행위자의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이루어지는 것임에도, 대법원의 판단은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구성요건해당성 및 고의의 판단을 위한 여러 간접사실을 의료법인 설립에 관한 사항과 의료법인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 형식적, 도식적으로 나누어 제시한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러한 기준으로는 피고인의 행위와 고의를 전체적, 통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그 결과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경우 개설자격 위반의 인정 범위가 지나치게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따르면 영리 목적 의료기관의 개설을 억지하여 의료의 적정을 기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 증진하고자 하는 의료법의 입법 목적을 해치고 나아가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
(대판 2023. 7. 17. 2017도1807)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섹스
-
95 100 100 100을 성적표 오류라고 100 100 100 100으로 속임
-
기존 로고가 걍 눈알 심볼이니까 1. 눈알 심볼 그대로에 얇은 선으로 날렵하게...
-
전대 정시 0
54363인데 전대 하위과 정시 지원할만 한가요 언매 미적 생윤 사문입니다
-
다봐야지
-
전 260-280 사이
-
졸리다 2
바바
-
어렸을때 구몬한자 배우면서 사이비가 한자인걸 깨닫고 충격먹었음 이게 무슨 헹가래가...
-
수능끝나면 연락준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연락 없는거보면 사이비한테도 걸러진듯...ㅠㅠ
-
예 예 예 예예예 예 예 예 예 예 예 예예예예~
-
가족 제외 전화 포함해서 전 5:5
-
얼버기 4
-
씹덕만 들어와줘 21
이전 프사랑 지금프사 머가 더 나아?
-
애매하게 고대 붙어서 반수하는 것보다 아예 3떨하고 절치부심으로 쌩4수해서 당당히...
-
누가 글좀 써봐 8
나 심심해
-
고뱃은 설캠으로 따려고 안받음 그래야 합격 실감이 나지 않겠음?
-
맨날 들어도 어른들이시거나 또래 남자애들 뿐이었음
-
맞팔하실분 ㄱㄱ 4
저는 항상 잡답태그를 답니다
-
덕코복권 무서운 진실 11
이렇게까지 1등이 안나온 적도 있다
-
MBTI 인증 0
NOW BEFORE INFJ에서 ENFP로 변화
-
너도 내 맘 안다면 ?
-
심심하다 2
배고프다
-
뭔가 전부 50:50 느낌임 중립적인 사람 ㄷㄷ
-
근데 기분 좋음
-
글 1
말 들어드림
-
인터넷 친구긴하지만 여기서 대화하는 분들중에서 친한분 3분이 인프피임
-
혼자 떠들고 있으면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것 같아서 창피함
-
수능준비하면서 살이 너무쪄서 빼야하는데 계속 먹고싶어요 어떡하죠…
-
작년까진 못봤는데
-
설대 내신 0
평반고~ㅈ반고 내신은 몇점대까지 서울대 내신 BB받나요? 공대가고싶은 생각이...
-
참가자 없어서 참가만 하면 10만원 가져갈 것 같은데 기술이 없어서 기초적인...
-
복권돌리지마제발내꺼야 14
제발
-
사실 칼복학하면 6개월 세이프라고 봐도 되긴 하는데 이거 지금 2주째 고민중임
-
우울해지는 밤 14
왜인지는 몰라도 잠이 오고 mbti정체성까지 알아버리니 착잡해지네요 누군가가...
-
지민정우주정복 2
해동까지 n(<24)시간 남음 ㄷㄷ
-
롤 너무 어렵다 13
해본 게임 중에 젤 어려운거 같아
-
일찍 잠들었다 새벽에 깨고 낮에다시자고…
-
군대 어디로 가야 16
호시노 같은 분대장 밑에서 구를 수 있음?
-
머먹을까 1.불닭 2.간장양념불고기 3.쌀국수밀키트 4.치즈떡볶이밀키트 5.던킨도넛...
-
안 친하면 F고 나 혼자 있으면 반반 이게 맞다.
-
점점 쌓여가면서 풍경 변하는 과정 보는게 ㄹㅇ 참맛인데 말이죠
-
다 자뇨 17
흠.
-
ㅇㅇ? 여긴 아직 비오는데
-
10일 너무긺 ㄹㅇ 기다리느라 목빠지는줄
-
할때마다 i만 고정이고 나머지 랜덤룰랫 수준으로 나옴
-
알바할땐 e였는데 지금은 i,n,f,p 다 80~90퍼임 친구들이 다 그림으로 그린...
-
진학사가 실채점 나오고 갈수록 칸수 내려가고 짜게 된다는 사람들 말이 있는 거...
-
오르비에서 "이새낀 올때마다 있네..."를 듣는 것입니다
-
나 T야?? 17
이 정도면 F로 쳐주시죠 졸려서 T된듯 ㅇㅇ
-
아직 안 나온 건가요? 언제쯤 나오나요?
한약사의 약국 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