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업) 나의 첫사랑은, 4편
나의 심술이 가득 담긴 짧은 답장을 끝으로 나와 A의 채팅 창은 한동안 울리지 않았음.
이 정적을 깬 건 봄방학이 끝나갈 무렵, A가 보낸 "화났어?" 라는 문자였음.
그런데 생각해봐, 내가 뭐라고 답장을 할 수 있겠음.
나 혼자 좋아하고, 나 혼자 토라지고, 나 혼자 심술부린 결과인데...
그래서 난 그 문자에 답을 하지 않은 채 중학교 3학년을 맞이 했음.
시간이 흘러 5월이 되었음.
5월은 중간고사의 끝과 함께 스승의 날이 있는 달이라 많은 학생들이 은사님을 찾는 시기임.
나는 딱히 뵐 은사님이 없어서 스승의 날은 그저 지나가는 이벤트에 불과했지만,
이 해 스승의 날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음.
이 날은 아주 많은 우연이 겹친 날이었음.
담임이 나에게 방과후에 고등학교 입시 상담을 하자고 했고, 우리 반 애들이 사고를 치는 바람에 그 상담이 미뤄져 난 기약 없이 교무실 앞에서 기다려야 했고, A는 자신이 찾으려는 은사님의 전근 소식을 듣지 못해 우리 학교를 찾았음.
그렇게 우린 교무실 앞 복도에서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음.
인사를 해도 되는 걸까 고민하며 서있는 나에게 A는 손을 흔들며 달려왔음.
그러곤 답장이 없어 걱정했다며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시무룩한 얼굴을 해 보였음.
그 순간 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음.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건데, 난 이 다정이, 이 목소리가 사실 아주 보고 싶었다고
그리고 시무룩한 이 얼굴이 사실 꽤나 귀여워 보인다고.
아, 난 아주 망했구나.
그래서 난 이 마음을 더는 부정하지 않기로 했고 그의 질문엔 그저 3학년을 올라가는 시기라 바빴다고 둘러댔고
그 애는 그 허접한 변명을 웃으면서 그렇구나 받아줬음.
그렇게 우린 아주 쉽게 화해했고, 난 내가 진학하고 싶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던 A에게 입시를 핑계로 연락할 수 있게 되었음.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행복했음.
또 시간이 흘러 9월이 되었고, A를 다시 만난 건 중간고사가 끝난 무렵이었음.
A가 이번엔 우리 반 담임을, 그것도 수업 시간에 찾아온 거였음
담임은 평상시 친하지도 않던 A의 갑작스런 방문을 의아해 했고
멀끔하게 사복을 입은 고등학교 선배의 방문에 여학생들은 꺅꺅 거렸고
평상시 후배들을 잘 챙겼던 A였기에 몇몇 남학생들은 A를 반가워 했음.
A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지역에서 알아주는 축에 속했기에 담임은 그를 교실에 들어오게 해 후배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해 주었음.
후배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친절히 답해주는 A를 보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했음.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너무 반가웠음.
그리고 마음 한 켠엔 혹 나를 보러 온 건 아닐까, 하는 기대가 싹 텄지만
내 눈을 한 번도 마주치지 않는 그를 보며 이건 그저 내 망상이라 결론 내렸음.
그런데 그날, 하교하기 위해 나선 길에
우리 학교 정문 앞에 기대어 서있는 A를 보며.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살풋 웃으며 나에게 달려와 내 가방을 빼앗아 들으며
"데려다 줄게, 가자."
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어쩌면 내 판단은 성급했음을,
그리고 어쩌면 내 첫사랑은 해피엔딩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음.
5탄에 계속.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암거나 츄라이하쇼
-
완전히 노베는 아니고 중학교 고등학교 1학년까지 최상위권 유지하다가 사정상 작년에...
-
아는 여자애랑 1ㄷ1로 밥먹은적 있음 피방도 가고 문제는 그뒤로 전화를 안받음 연락두절됨
-
이상한메타가도네 4
공부하러가야지
-
저만이런가요
-
머가 좋음
-
맛있음요 츄라이츄라이
-
내 처음은 1
수능 성적 발표일 10일 제한 그날 풀림뇨잇쿵쿵따리
-
현역때 외대LD 4년 반액장학 붙었던거 포기할때 특전이랑 커리 괜찮아보여서 은근...
-
수능선배 후기 2
수능선배 재원생 후기이벤트로 글을 작성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수능선배 강남점에서 보낸...
-
외모 자기비하는 더더욱 나빠요 거울에 대고 뽀뽀를 하며 우리 스스로를 사랑하도록 해요
-
존나 어렵게 나오네 뭐네 온갖난리쌈바지랄부르스 다 떨었는데 왜 이렇노 예측은 무의미하다
-
저번에 잠깐 썼다 지운 건데 고3 체육대회 떄였음 그때 나는 유감스럽게도 당시...
-
님들한번인증해보셈 대체 얼마나 못생겼길래 그런 말 듣는지 궁금함
-
제 과외생 성적인데 이정도면 어느 라인 가나요??
-
부산대 깡표철회 0
이거맞음?
-
헬스를하자 8
몸이라도좋아야지
-
투표
-
3덮 물리 12점/ 지구 38점 수능 물리 43점/ 지구 47점 과탐 벽은 진짜...
-
외모 썰 3 23
당시 수학 학원 알바를 하고있었다 여고생 2명을 봐주고 있었는데 이둘이 공부를...
-
초딩 저학년때부터 올해초꺼지 불알친구였는데 갑자기 디엠하다가 삐졌는지 다음날...
-
외모 메타 종결 0
우리 모두 1번은 아이고 예뻐라를 들은 적이 있다. 그건 바로 우리의 부모님. 혹은...
-
아니 왜 다들 0
이렁 슬픈 썰들만..
-
연애 메타 1
ㅅㅂ… 할 말이 없다 낄 수도 없다
-
아이고
-
절대로앞에서는안불렀고 뒤에서"야저팔계온다"이랬었음
-
화1 난민입니다 3
생1은 안전한가요?
-
나보다 심연인 썰 웬만해선 없을 건데 한 번 풀어볼까 ㅅㅂ 나도 이런 분야에서 원탑이고 싶진 않았어
-
과기대 msde vs 건동홍 전전 어디감?
-
고대 교과 우수 1
고대식 1.9인데 무조건 교과 우수가 유리한거죠? 뽑는 인원이 적길래..
-
흠 3
.....
-
등수 계속 떨어질까봐 쫄린다고요
-
여자입니다 쌩삼이나 삼반수 고민 중인데 현실적으로 나이 리스크 클까요?
-
초6때 어떤 여자애가 내 얼굴을 뚫어져라 보더니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고...
-
내가 하고 싶은 건 성공한 남자임 어차피 여자애들은 외모 많이 안 본다
-
곧 만나뵙겠습니다.
-
이제 자야겠다
-
외모 썰 2 14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떠들고 있다가 아는 여자애랑 시비붙었는데 걔친구가 나에게...
-
아니 나도 여친이 개잡전문대생보다는 좋은 학교 다닐 수록 좋겠지 8
근데 개잡전문대 다니는 김태리정채연채수빈 닮은 여자 vs 서울대 다니는...
-
잘생기면 능력 없어도 돈많이버는 여자랑 만나면 됨
-
출장기념 심심해서 ㅇㅈ 11
집가고싶어
-
19) 2
패스 뭐 생각했냐
-
얼버기 6
나갔다와서 8시에 눈감고잤는데 솔직히 3시는 됐을줄알았는데 12시네 ㅋㅋㅋㅋ
-
그거 하나면 된 걸까... 큰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한 10년 뒤의 내가 올해를...
-
앙??
-
첫눈에 반했었죠,,#
-
학종 경재학과 가려는데 공대보다 경제학과가 컷이 높은 경우도 많던데 왜 그런가요...
-
중2병 억제를 굉장히 잘햇다는거에요 덕분에 흑역사 같은게 거의 남아있지 않아요
닉 바꿔서 몰랐다가 이 글 보고 알았다
ㅋㅋㅋㅋㅋ 나의 정체성.
필력 지리네 캬
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쓴 거임뇨 그냥... 필력이랄 것도
특정당했으면 좋겠는 오르비언 1위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