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문학 : 얼마나 잘 이해해야하지?
자유무역협정과 원산지규정.pdf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고 아마도 대학원에서 더 공부 예정인 퍼런입니다.
학습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점수를 인증하고 쓰는 것이 신뢰도를 높이는 것 같아서 아래와 같이 간략히 첨부합니다.
문장의 단어 단위에서부터 어떻게 힘주어 올라가 문장의 의미를 구성하는지, 내지는 글의 소재나 중심 흐름에 의거해 어떻게 구조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좋은 자료들이 있는 것 같아서 제가 오르비에 적는 첫 글이기도 하니
그냥 올해에 지도했던 학생들 중 한명에게서 질문 받았던 지문 일부 발췌하여 짤막하게 소개하고 관련해서 어떻게 글을 이해하면 좋을지 적어드리려고요. 읽으셨다는 전제 하에 일부 내용 발췌하는 식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아 적다보니 길어졌습니다 ㅠ
아래 내용 읽기 전에 첨부된 지문 및 문제 읽어보시고 간단히 짚어보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해설 읽고 나서 지문 보면 확증 편향만 하게 되니깐요.
[지문] : 2024 고3 5월 모의고사_원산지 규정과 자유무역 협정
(1) 지문 시작해보기 : 자유 무역 협정
(2) 독해 전략 : 공간 정보에 집중해 구체적인 표상
근본적인 독해력 향상을 위해서는 위 내용을 읽을 때 '역내국'이라는 내용을 보고 '역외국'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전에 역외국을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국가들의 집합을 벤다이어그램으로 머릿속에 표상하는 게 필요한데요. 벤다이어그램 안은 역내국, 밖은 역외국 이런 식으로요.
안과 밖이라는 말을 살려서 읽고 좀 더 구체적으로 떠올릴 필요가 있다는 말인데요. 그러면 벤다이어그램 안쪽에는 A, 벤다이어그램 바깥 쪽에는 B가 있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와 같이 공간적으로 표상해서 영역을 벤다이어그램으로 구분하여 이해하는 게 왜 필요하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애초에 '내' / '외' 가 구분된 초기 상황에서 "무역 구조가 변화하면서" 무역 창출 효과, 무역 전환 효과, 무역 굴절 효과 등이 나타난다고 글이 전개되고 있기에 간단하게라도 최대한 떠올릴 수 있는 만큼 떠올려 보는 게 필요합니다.
마지막 문장을 보시면 역외국이 역내국(A)에 바로 수출하는 게 아니라 본인 입장에서 다른 역내국(C)를 거쳐 역내국(A)에게 수출하는 내용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 문장을 공간적으로 떠올리지 않고도 접근할 수도 있긴 하겠지만, 위에서처럼 내 / 외에 주목해서 그림을 그렸다면 B 입장에서 벤다이어그램을 한번 더 그릴 수 있겠죠. 좀 더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나요? 아래 벤다이어그램 참고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B는 C(B의 역내국)를 거쳐서 A(C의 역내국)에게 가니까 무역 장벽(원래 A의 벤다이어그램 바깥)의 효과가 반감되는 결과가 나타나겠죠? 그러면 애초에 원외국과 원내국으로 나누는 무역 협정의 취지가 이상해지는 듯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까요? 사실 여기까지 읽으면서 모두 캐치하기는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여기에서 캐치하지 못했더라도 어느 정도 머릿속에서 그려냈다면 문제에서 관련 내용을 물어볼 때 빠르게 핵심을 짚을 수 있습니다.
이 지문은 (가), (나) 형태의 복합형 지문인데요. 위에서 설명드린 내용은 (가)에 대한 내용이었지만 뒷부분, 즉 (나) : 원산지에 대한 별도의 내용에서 이와 같은 중심원리가 아래 (ㄱ)처럼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선지에서 ㄱ의 이유를 추론하라는 문제가 나오게 되는데요. 사실 이 이유는 지문의 (나)에 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가)의 내용과 연결짓는게 필요합니다.
(3) 굳이 이렇게 해야하나요? : 그렇게 안하겠다면요?
이러한 상황에서 보통 발췌독 위주로 독해 및 문제풀이를 진행한 학생들은 지문 소재 및 논리 구성에 따라 제시되는 정보들을 읽을 때 머릿속으로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모릅니다. 역내국, 역외국이 머릿속에 한번에 그려지는게 아니라 선지에서 역내국을 보면 역내국 내용을 지문 내용에서 다시 일일이 찾는 식으로 일치/불일치로 모든 문제를 푸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유무역협정의 부정적 효과에 대응되는 내용을 찾으러 다시 (가)로 떠나게 되는거죠. 물론 그렇게도 문제를 풀 수도 있지만 아쉬운 점은 중심 원리에 대해 머릿속에 내용을 그리지 않고 읽어나갔을 때, 뒷부분에 가서 관련된 원리가 다시 등장하면 이 내용들을 처음부터 다시 연결하고 그려내는데 시간이 상당히 소모된다는 점입니다.
이보다는 개인적으로는 글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이해 방식을 어느 정도 잡아가면서 지문을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게 핵심적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실제로 출제하는 입장에서도 이러한 핵심 원리를 문제에 반영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저는 독해력 차이가 이러한 이해 방식을 적용하는지 등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해서, 저는 글을 어떻게 읽었는지 학생한테 질문하고 생각없이 문자정보로만 처리하게 되는 부분들을 짚은 다음에 관련 자료를 제공해주는 식으로 학습이 이루어지게 하는 편입니다.
적다보니 길어졌네요. 작성 포맷에 더 익숙해져야겠어요.
두서없이 적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통해서 질문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여러 선생님들이랑도 교류하고 싶네요.
반갑습니당 :)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게임얘기할사람 2
롤 롤체 이터널리턴
-
그래서 똥에 콩나물 줄기가 그대로 나오길래 똥구멍에서 집어서 빼먹음
-
마더텅 살라했는데 그건 좀 좃밥문제 어려운문제 다 섞어놔서 딴 거 없나 흠흠
-
수능독서배제기원 7
수능에 문학만 나오면 1등급가능할듯
-
이시간까지 입시정병발사를 들어줄 일반인 친구는 없기 때문
-
성적확정됐네 1
또 나이키곡선이군..
-
ㅇㅈ 10
퍼펑
-
한남대화하기 1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거
-
내여친 3
-
업보 6
-
점공열리니까 1
칸수로 안심했던거 말짱 리셋되고 불안핑 시작됨 아니분명낙지에선최초합이랬다구요...
-
점공 이제 슬슬 2
할 사람은 다 했으려나요.. 기균이라 더 안들어오는 느낌도 있어서 무섭네요 시립대 가고싶다 ㅠ
-
근데 남자임
-
더짜지먄안도ㅑ… 건대가야하나……
-
네다이어트를망치고싶어나
-
교과우수 물리 2
6명 뽑는데 진학사 최종 6/21 실지원 6/17 점공 6/10 ㅠ 6의 저주...
-
내가 어떤 일을 하든 상대적으로 눈치를 덜 볼 수 있는 게 느껴지는
-
점공 질문 0
58명 모집인 학과에 제 앞에 1순위 선택자가 13명 밖에 없으면 될 가능성이 높은 건가요?
-
수학 전국 서바는 풀다가 쎄한 느낌이 들면 엔제화시키세요 보통 두 자리수 넘어가면...
-
배그하러 가야지~
-
이번에 신설된 자유전공학부(공과대학)에 다군으로 지원을 했는데요 모집인원은 73명...
-
사문은 터진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전글 정답 8
정답: O(존재한다) 임의의 n차방정식에 대해, n차방정식의 근을 x1, x2,...
-
고경제 교과우수 3
15명 모집 57명지원 점공32명 중에 13등 합격 가능할까요
-
화1 사탐런 5
올해 수능 19,20 실력으로 틀려서 45점 나왔는데 이거 사탐런 해야하나요?...
-
여르비 ㅇㅈ 있었음? 14
없음 다시 할거하러감
-
어케 생각함 사탐런하려눈데 수특 한번 읽어보기?
-
1학기 18학점 듣고 2학기 수능 간을 볼까 전공 공부도 하고싶은 것만 하게 되서...
-
맞아...너희 말이 진짜 맞긴 해... 오죽하면 부모님도 "다 좋은데 얼굴이 왜...
-
나랑 동점인애 있는데 걔가 수학 더 잘봐서 순위가 높음 근데 걔에서 합격선 끝나면...
-
당당한 고대생이자 집안 최고아웃풋으로 친척들앞에 우뚝 서게되면 좋겠다
-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
노는법을 모름 5
어떻게해야 이 소중한 시간을 도파민 최대출력으로 놀수있을까 근데 나가서 놀순없어
-
올해 진짜 별의별 실모를 다 풀어봤습니다 진짜 이거는 성실하게 답변해 드립니다
-
선넘질받 9
흐흐
-
제가올린사진 저거 작수 올수임 ㅇㅇ
-
질받해요
-
수험 관련 질문받아용 29
잡다하더라도 괜찮아용
-
국어가하기싫어요 7
오늘 김상훈쌤 문학론 첫강 숙제를 했는데 70%를 틀렸어요 국어책 한강에 던져버리고...
-
기하했으면 과탐이랑 국어 할 시간 충분했을 것 같은데 아쉽..
-
무물보 16
곧 잠들 백수(대학생)1 입니다
-
。◕‿◕。
-
내 얼굴 본 님들아 12
진짜 솔직하게 오르비 선입견 빼고 내 얼굴 ㅁㅌㅊ임?
-
대학교 수학 중에 처음으로 인지부조화 오는 게 선대입니다 3
칼큘은 그래도 미적의 연장선상에서 더 엄밀한 정의들을 학습하고 증명 암기가 좀 더...
-
민 민족고대야나좀구원해줘 족 민족고대야나좀구원해줘 의 민족고대야나좀구원해줘 아...
-
독감은 인싸들이나 걸리는듯
안녕하세요! 작성하신 글 읽어본 기억이 나요. 적완님이 읽으시기에 이해에 좀 더 집중하는 글일 수도 있으려나요? 수업하는 거랑 글로 오르비에 전달하는 게 차이가 있긴 하네요
논리도식화를 잘하시네요. 넓게 보면 주어진 조건 상황에서 가능한 상황들을 생각해보는 게 맞습니다.
역외국인 초기 조건(A)이 있을 때, 그에 반해 역외국이 아닌 또는 그 경계가 애매해지는 조건(~A)을 지문에서 제시해주고 있죠.
근데 처음부터 A와 ~A를 문제에서 낼거라고 생각하고 들어가면(지문이 그렇게 대립 형태로 기술이 안되는 경우도 더 많고) 좀 더 다른 내용들을 안읽고 날리는 경우가 흔해서 저도 적어도 국어에서는 처음부터 흔히 말하는 구조적 독해는 경계하는 편이긴 해요.
좋은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당
A와 ~A 하나 잡았다고 글 다 끝난 줄 아는 거 << 확실히 영어에서나 통하는 위험한 생각이죠. 고3 때 저도 그렇고 강사 1명만 들은 무식한 사람이 가지는 제일 무서운 신념인데, 이걸 고치려면 국어 강의를 매우매우 비판적으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어떤 강의든 사람 특성에 따라 한쪽으로 치우치기 마련이니.. 저도 님 글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면서 더 이해가 깊어졌고요.
쪽지로 질문들 받고 댓글 간만에 다시 읽었는데 생각해보면 저는 현역 때 국어 인강이나 학원 따로 안들었어요. 오르비는 보통 공부 시작 전에 다들 인강을 장착하고 가는 것 같기도 하고.. A와 ~A 구조를 수업을 통해 배우고 글을 읽은 게 아니라고 해야할까요? 어떤 통용되는 만능키가 있다는 전제가 제 머릿속에 애초부터 없어서 접근의 출발점이 다른 것 같긴 하네요. 비단 입시교육을 넘어서 이후에 더 공부하고 연구하고 싶은 것도 그렇고요.
새삼 최근 학생들을 이해하게 해주는 댓글이군요.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