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붙었지만 쌩재수 고민인 06
안녕하세요 06 남학생입니다. 주변에 마땅히 조언을 구할 곳이 없어서 글 올립니다
내신은 2.2고요(이과)
올해 수시 6지망에 교과로 쓴 숭실대 하나만 붙고 나머진 광탈했습니다.
제가 저희 학교 내신 대비 좀 못 간 케이스에요.. 저보다 낮은 2점대중반 애들이 중앙대, 경희대, 건대, 동국대 등등 더 높은 대학 붙었습니다.
근데 제 성격상 저의 친구들, 저랑 가까운 애들과 나 자신을 비교했을 때 그 어떠한 사소한 부분이라도 제가 더 못 하거나, 더 못 난 것이 있으면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스스로한테 화가 나고 죄책감이 듭니다.. 대학 간판, 운동같은 것부터 시작해서 눈 오래 뜨기, 숨 오래 참기 같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조차도 제가 제일 잘하고 우수해야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애들한테 티는 전혀 내지 않습니다만 예 인간으로서는 최악이죠… 아무튼 그래서 제 자신한테 너무 화가나고 억울해서 반수를 하려고 했는데
염병 숭실대가 휴학이 2학년 때부터 되더군요
그래서 1년을 다니고 휴학해서 27수능 볼까, 등록을 포기하고 1월부터 재수를 시작할까 고민 중입니다.
제가 절제랑 인내하는 걸 조금 타고났기도 하고 학원이나 독재처럼 딱딱 할 거 정해주고 공부 시간표도 딱딱 정해주는 그런 압박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집이나 독서실에서 인강보고 혼자 계획 세우면서 상황에 맞게 공부하는 걸 좋아하고 더 잘 맞는 스타일입니다. 3년 내내 이런 식으로 해왔어요
25 수능 성적은 화미생지 42333 나왔는데요. 사실 최저 때문에 거의 수학이랑 생명만 공부 했는데 이 두 과목 마저도 솔직히 설렁설렁 했습니다. 2학기 때 푼 게 수학은 4점코드 n제 한 권이랑 , 생명은 실모 15개? 정도 풀었어요. 영어는 2년 전부터 유기했고요.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도 2~3이 떴으니까 1년동안 죽었다 생각하고 열심히 한다면 전과목 모두 1~2등급까지는 올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탐런도 할 계획이고요.
근데 문제는 오르비나 유튜브 댓글을 보다보면 1년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다수의 사람들의 경험을 듣고 “아 내가 노력한 것과는 별개로 성적이 오르지 않을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1년동안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은 건 그 사람이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착각 때문이 아닐까? 어떻게 안 오를 수가 있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만약 쌩재수를 해서 26수능을 봤는데 숭실대도 못 가는 성적이 나온다면 수능 끝나고 한 달동안 폐인마냥 집구석에서 못 나올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숭실대를 다니자니 제 드러운 성격상 그게 쉽사리 용납되지가 않네요… ㅠㅠ
사실 이 고민의 시작은 노력을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시작됐던 것 같습니다. 내신과 더불어 수능을 준비하면서는 특정 목표를 세워서 “이 정도 등급까지는 무조건 올려야지“라는 생각보단, 내 등급이 떨어지든 말든 부정적인 생각과 걱정 없이 야채처럼 공부를 정말 아무 생각없이 끄적끄적 해왔습니다.
하지만 재수는, 특히나 저처럼 합격한 대학을 내팽개치고 쌩재수를 하면 남은 10개월 안에 반드시 내가 정한 목표까지 실력을 올리고 그 결실을 맺어야한다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심한 압박감이 들었습니다. 수학 문제를 푸는 것도 ”계속 풀다보면 언젠간 실력이 늘겠지 뭐~“ 이랬다면, 이제는 ”이 문제에서 내가 얻어갈 것이 무엇이고, 어떤 사고를 해야하고,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지금 이 문제를 푸는 과정과 노력이 수능을 잘 보는 데 도움이 될까?”라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 같아서 심장이 벌렁벌렁 콩닥콩닥하니 좀 두렵습니다…
재수를 하면 당연히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점점 흐려지고 주변 사람들이 안 될 거라고 해도 나 자신만 믿으면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 영상이 머릿속에서 맴돌지만 현실을 깨닫고나니 생각이 많아지네요
평소에 글을 써본 적이 없어서 주절주절 말이 길어졌네요. 다시 읽어보니까 뭐 어쩌자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으실 것도 같지만 암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요즘 너무 생각이 많아지고 혼란스러운 상태여서 사실 저도 어떤 조언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동갑인 친구들도 좋고, n수를 하셨던 선배님들도 좋고, 저와 같은 고민을 겪었던 분들도 좋고, 자기 전에 스크롤 내리며 가볍게 들르신 지나가던 분들도 한 마디씩 달아주시고 가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조언도 좋고 악플도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인가경 2
인가경라인 원서접수일될수록 변동커지나요? ㅠ!
-
며칠전에 박주민의원은 의평원 무력화 반대한다고 하던데 이재명은 가능할까요ㅠㅠ
-
어캐되나요? 진학사에 저랑 환산점수 같은데 저보다 바로 앞에 있던데
-
오늘은 곧 개강인 현강과 인강, 파워스터디 등등에 대해 안내하겠습니다. 파워스터디는...
-
경제 마더텅 합리적 선택 파트 다 풀고 올테니 고려대는 합리적 선택을 하도록
-
내가 안찔러도 어차피 다른 메디컬권 애들이 다 찔러서 의미 없어요. 애초에 진짜...
-
아가 기상 8
부지런행
-
크리스마스가 뭐지 21
난 그런거 없는데
-
구제될 수 있는 곳 있나요?
-
크리스마스부터 봐야제..
-
올해도 솔크네 23
피자한판 시켜놓고 인방이나 볼 예정임뇨.. 오부이들은 다들 여친이랑 놀겟지..
-
경희한 1
진학사 좀 짜게 잡는데? 꽤 많이 들어왔는데 왜 최초합 24명밖에 안줌
-
국어 백분위 99~100 수학 백분위 97 영어 1 생명 2 지구 3 어느라인인가요?
-
맥도날드 별로네 2
간만에 시내 와서 온 건데 담부턴 걍 먹던 대로 롯데리아 데리버거나 벅벅 먹어야지
-
어차피 대기업, 금융권 취직 못하는 장수생들에게는 한의대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
둘다 최초합권이면 어디감?
-
원래 맥날 아침에는 햄버거 안 파고 이상한 빵으로 만든 맥모닝? 이거밖에 안 팖?...
-
ㅈㄱㄴ 솦...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요
-
통상적으로요
-
제가 약학과 성적은 안되고 동국대 생명과학과 정도 생각하고있는데 저의 최종목표가...
-
오늘 해야할것 0
방에 있는 택배 박스 치우기 방금 다 돌아간 세탁기에서 베개 커버 꺼내서 널기 점심...
-
둘 다 붙으면 어디감?
-
작년에 김승리의 선택으로 개념만 2회독(기출 풀이X)했고 지금은 큰 틀은 기억나지만...
-
과외알바를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한 매뉴얼&팁입니다. 미리 하나 장만해두세요~~...
-
의대가서 전공의 월급 300받고 48시간 당직설 나이에 성과급 10억 20억 우습게...
-
가채점 못햇음
-
로스쿨 노리려면 5
현역으로 중앙대보다 재수해서 서성한 이상이 나은가
-
올해 초에 강기분 사놓은거 아직 안풀었는데 이거 강의 만료가 2024 12...
-
재수에서 원하는 성적 못 얻고 도망치듯 군 입대를 했는데, 이번 수능도 성적이 안...
-
국어 생초보 4
국어 공부 딱히 해본적 없는 사람 기준으로 처음에 어떤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
주차공간 개많은데 5분 걸려서 겨우 주차했네
-
입학장학금 질문 0
예를 들어 상위 2명만 해당되는 과인데 최초합격자 중 1위 2위가 둘다 등록을...
-
확미기 각각
-
25 로 들어갈것 같은데 상황이 궁금하네요..
-
스나 0
스나 70점정도 차이 나도 됨.? 두칸임
-
풀 얼굴 ㅇㅈ은 한명밖에 못봄 그게 누구냐면 ...더보기
-
친구 오빠 썰 들었는데 잘생겨서 약국장이 월급 더 주면서까지 본인 약국에 있어달라고...
-
신청완료 수의대 잘 가…
-
안된다고해서 슬펏어.
-
아침 뭐 먹지 1
-
나 노트북 사야한다고오오오
-
낙지 믿는게 맞는거죠?
-
수능선배 후기 1
재원생 후기 이벤트 저는 3월부터 수능까지, 수능선배 대치에서 25학년도 수능을...
-
현역때 생1에서 재수때 정법 사문에서(찍맞을 통해 결과적으로 사문은...
-
부산,경북 4칸 6
부산대,경북대 소수과10명이하 싹다 진학사4칸뜨는데 가능성없을까요ㅠ?? 진짜 부,경중에 가야하는데ㅠ
-
가격이 얼만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지.. 혹시 댓글로 곤란하다면 쪽지로라도...
-
ㅇㅂㄱ 3
-
수능 손절타이밍 6
+1이 별거아닌거처럼 느껴질때
-
내가 옛날에 의사 처지 한탄하니까 제일많이 항의받았던게 학부모들로부터 “왜...
붙여두는 거 추천합니다
재수해서 안될 경우도 생각하셔야함
낮긴하겠지만 분명 존재하니까요
수영탐은 잘 하실 거 같은데
국어 올릴 자신 있으신가요?
국어가 재수생의 늪입니다
1년동안 공부를 해도 안오르는건 열심히 했다는 착각이 아닐까? -> 일반적으로 맞는 말임
그렇다면 나는 착각에 빠지지 않고 뼈빠지게 공부할 수 있는가? -> 고민해봐야함
재수 절대 비추합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잘난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많은 학생들을 만나봤지만
이 생각을 수긍하는게 글쓴이님과 같은 성향의 분들께 가장 도움이 되는것 같습니다.
인생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데 있어서요.
세상은 성과로 판단하지 나의 감정,이상 따위는 의미가 없음을 잘 아실겁니다.
이런 성향,생각을 가진분들이 장수생이 되기 매우 적합한 케이스 입니다.
학벌로 나를 증명하려는 욕망은 보내주고 찬란한 스무살을 시작하는게 어떨까요? 진심 가득 조언드립니다..
그럼에도 학벌을 높이고 싶다면 무휴학 반수를 추천드립니다. 생재수? 하지마세요. 반수? 하지마세요.
공부 시간이 많으면 성적 더 올릴텐데? 아닙니다.
부모에게도 알리지말고 자신만 알고 지금부터 공부하세요.
단 대학생활은 절대 티내지말고 성실히 보내셔야합니다. 학점? 챙기세요. 동기? 억지로 배척하지 마세요.
진심이 통하길 바랍니다.
당신의 청춘을 응원할게요:)
차라리 무휴반을 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