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民偕樂 [799988]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5-01-03 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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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 예2 수업/학점 리뷰(feat.하위권의 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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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저는 경희대 한의대를 인문논술로 들어왔습니다. 고등학교 때 암기를 잘 못해서 내신은 하위권이었고 주력했던 정시로도 수능을 고시 급으로 여러 해 공부한 끝에 간신히 연고 상경 라인의 성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경한 인문논술을 합격하는 말도 안되는 행운의 순간에도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훨씬 컸던 것 같습니다. 입학 전 그리고 예1 때까지도 학업에 대한 두려움이 계속 학교생활을 지배했습니다. (걱정만하고 사실 공부는 크게 안한거 같지만...?) 저처럼 한의대 입학 전에 학업에 대한 걱정이 되시는 분들, 혹은 한의대 공부가 어떤지 궁금한 분들께 생생한 후기를 전해보고 싶어서 이렇게 최종성적이 나온 직후에 부끄럽지만 몇자 적어보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제 학점 정도면 딱 '저공비행'에 해당하는, 일반적으로는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아야 받는 하위권 성적인 것 같습니다. 


저희 학교에서 22학번 이후로는 예2 2학기는 기존 본1 교육과정과 예2 교육과정이 섞여 있어서 정말 쉽지 않은 학기라고 불리고, 실제로 유급도 많이 발생하는 구간이라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해보니까 진짜 쉽지 않더라고요....경희대 한의대가 유급에서는 엄청 유한 편으로 알고 있는데도 압박이 심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수업도 잘 안 듣고 알바에만 신경을 많이 썼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겹쳐서 시험기간에 멘탈 갈릴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심지어 F가 2개 떠서 종강을 하고 2주 뒤까지 엄청 스트레스 받으면서 재시험 준비를 했어야 했습니다. 다만 학습 능력이 동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말 부족한 저도 진급은 한 걸 보면 대부분의 분들에게 진급 자체가 엄청 어렵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저한테는 헬이긴 했지만...)



1. 해부학/해부학실습

경한에서는 해부학을 예2 2학기와 본1 1학기에 걸쳐서 배우는데, 첫 학기에는 뼈, 근육, 신경, 혈관을 각각 나누어서 배우는 계통해부학을, 두 번째 학기에는 의대에서 하는 것처럼 상지, 하지 등 특정 신체 부위에 있는 모든 구조물을 배우는 국소해부학을 배운다고 합니다.


수업은 주말동안 3시간 정도 분량의 영상을 미리 듣고 실제 수업시간에는 여러 활동들이나 퀴즈를 보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참고로 이 퀴즈가 매주 있는데, 이걸 준비하기 위해서는 강제로 주말 동안 강의도 다 듣고 암기도 해 가야해서 학습 부담이 큰 편입니다. 실습은 모형을 통해서 그 주에 배웠던 걸 확인해보는 시간을 갖는데, 교수님이 발표를 자주 시키셔서 엄청 스트레스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실습 시험은 모형의 구조물을 쓰는 땡시를 봅니다. 다음 학기에는 실제 카데바로 수업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수업도 잘하시고 성적도 합리적으로 주시는 편입니다. 다만 다들 진짜 열심히해서 그만큼 학습부담도 압도적으로 큰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해부를 너무 못해서 시간을 어느 정도 투입해도 퀴즈나 중간 기말에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를 못했습니다. 다음학기 국소해부학이 양이 훨씬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진심으로 걱정되네요....저도 방학 때 이번 학기 복습이라도 하고 갈 생각입니다. 

만약 암기를 저처럼 잘 못하시는 분이면 골학을 빡세게 '외우고' 가면 편할 것 같습니다. 듣는 것만으로는 크게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유튜브에 고려대 의대 교수님이 하시는 골학 강의가 있는데 해부가 걱정되면 강의 내용을 미리 다 외우고 가면 조금은 해부가 수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본초학/본초학 실습

본초도 메이저 과목 중 하나입니다. 개별 한약재에 대해서 배우는 수업이고, 교수님이 4분 들어오시는게 특징입니다. 본초는 학습량 자체는 해부보다는 적은데 기준 성적 아래면 재시험 없이 칼 같이 유급을 주기 때문에 진짜 조심해야 하는 과목입니다.


본초에서 제일 중요한 건 효능주치인데 얘네는 대부분 사자성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본초 시험공부를 단순화해서 표현하면 '사자성어 잔뜩 외우기'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인삼의 효능에는 '대보원기, 고탈생진, 안신' 이렇게 3개의 효능이 있고 그에 딸린 주치가 여러 개씩 딸려있는데(안신의 주치-소아만경, 건망, 경계) 기본적으로는 이걸 외우는게 시험공부의 핵심입니다. 이외에도 약재의 식물학적 내용인 기원과 학명, 화학 성분과 약재의 전반적인 감별법이나 유통에 대해서도 배웁니다. 개인적으로 수업 자체는 흥미롭고 부담도 크게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실습은 1주에 약재 20개 정도씩 실물을 보고 단순한 수업인데, 과제가 200개 조금 안되는 약재에 대해서 그림이나 기원, 감상, 요점 등을 노트 정리해야 하는데 이게 양이 진짜 많아서 밀리면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본초 실습도 땡시가 있는데 약재를 보고 이걸 한자로 써야해서 약재를 모두 한자로 외워야 하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3. 원전

원전은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 원문을 배우는 수업입니다. 한의대에서는 전통한의학적 내용과 서양의학적 내용을 모두 배우는데 원전은 전통한의학적 내용의 핵심이 되는 수업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한의학적 개념인 음양오행이나 오장육부 등의 내용을 내경 텍스트로 배운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내용 자체를 임상에 적극적으로 쓴다기 보다는 한의학적 생리, 병리, 치료들의 기반이 되는 개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수업을 하나도 안 듣고 알바 준비만 했었는데 내용이 이해가 하나도 안 가서 시험기간에 피말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뭐든지 수업 들어서 손해보는 과목은 없는 것 같습니다....



4. 의학한문

위에 3가지 과목은 원래 한의대 본과 1학년 과정에 있던 주요과목이 예과 2학년 2학기로 넘어온 경우고, 여기서부터는 원래 예과 2학년 과정의 과목입니다. 의학한문은 원전학교실에서 담당하는 과목이고 여러 한의학, 중의학 고전의 텍스트를 일부 발췌해서 배우는 수업입니다. 

기본적으로는 '해석'과 '사상'을 시험에서 물어보는데 해석은 말 그대로 텍스트 해석을 할 수 있는지, 사상은 그 텍스트 전체의 개념적 내용을 알고 있는지 물어봅니다. 

저는 여기서 F를 받아서 재시를 보고 간신히 D로 통과했는데, 개인적으로는 텍스트 해석을 하나 하나 다 외우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사상'을 먼저 외우고 '해석'을 보는게 효율적 방법인것 같습니다. 저는 해석을 먼저 하나 하나 외우려다 벼락치기에 실패하고 F를 받았습니다.


5. 생화학/생화학실습

생화학도 기존에 예과 2학년 주요 과목 중 하나였던 과목입니다. 시험을 한학기에 3번 보고 특정 교수님이 학점을 주시면 말도 안되게 짠게 특징입니다. 생화학은 대부분의 학생 입장에서 수업으로 이해를 절대 할 수 없기 때문에 별도로 유튜브를 보고 이해를 해야 하는게 난점입니다. 다행히 공부를 열심히 하면 시험 문제 자체는 쉽긴 합니다. (저는 이번학기에는 F를 받고 역시 재시험으로 통과했습니다...) 한의대에 입학하는 문과 입장에서 걱정이 많이 되는 과목인데, 개인적으로 저희 학교의 경우에는 심층 내용이나 그 원리를 물어보지는 않기 때문에 암기로 커버하는 영역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에 'Ninja Nerd'라는 채널 많이들 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화학은 생2랑 겹치는 내용이 많아서 예2 올라가기 전에 생화학이 걱정되면 ebs같은 걸로 해당과정, TCA 회로, 전자 전달계 내용 공부해두면 1학기 중간고사 시험범위가 겹치기 때문에 초반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생화학에서 동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확실히 메디컬 계열에서는 동기들과 친해지는 것도 공부에서 중요하다는 걸 여기서 많이 느낀 것 같습니다. 무슨 자료로 공부하느냐가 중요한 과목들이 있는데, 여기서 다른 동기들이 잘 만든 자료로 공부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6. 발생학

발생학은 태어나기 전까지의 상태에 대해서 배우는 수업입니다. 양은 진짜 많은데 교수님이 갓이셔서 수업도 잘하시고 공부해야 할 부분을 정해주셔서 공부하기 수월한 편에 해당합니다. 매주 배운 내용을 노트에 정리해야 하는 과제가 조금 양이 많긴 한데, 이걸로 부족한 시험성적을 메워서 진급할 수 있게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실제로 발생학 공부를 거의 못한채로 시험장에 들어갔고 진짜 바로 F주셔도 할 말 없겠다 싶었는데 진급시켜주셨습니다. 진짜 교수님 사랑합니다ㅠㅠ


7. 생리학/생리학실습

예2과정에서는 배우는 생리학은 흔히 의대나 간호대에서 배우는 서양의학의 생리학이 아니라 한의학 내용의 생리학입니다. 서양의학의 생리학은 본과 1학년에 '양방생리학'과목에서 배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원전이랑 내용이 많이 겹치는 편입니다. 수업에서는 한의학에서의 생리학적 개념을 배우면서 서양의학과의 연계를 최대한 보여주려고 하시는게 특징입니다. 과제도 네이처에 실린 의학논문을 분석하는게 주 내용이었습니다. 이 수업은 생리학교실의 교수님 이외에도 임상에서 진료를 하시는 원장님 두 분이 추가로 수업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본인의 개원 이야기, 임상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던게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생리학은 학점이 후해서 보통 여기서 평균 평점 방어를 하는 것 같습니다. 


8. 공권세

이건 전공 과목은 아니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양 수업인데, 내용도 흥미롭고 과제 하나도 없이 중간고사 기말고사만 온라인으로 보고 그 마저도 오픈북으로 진행되는 개꿀 온라인 강의 수업입니다. 저는 수강신청때 이거 하나 잡으려고 PC방을 갔습니다. 경희대 학우 분들은 진짜 꼭 잡을만한 가치가 있는 수업이니까 한번 수강신청 때 노려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학점이 한 학기 1.5, 1년 2.0 밑으로 내려가면 F가 없더라도 소위 '평락'이라는 유급을 당하게 되는데, 만약 평락이 두려운 경우에는 이렇게 온강을 넣어서 학점 방어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의대 관련해서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편하게 댓글로 남겨주세요! 

그리고 이번에 한의과대학에 입학하시게 된 새내기 분들도 진심으로 입학 축하드립니다 :)

저처럼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재미있는 예1 보내시길 응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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