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tata [348885] · MS 2010 · 쪽지

2016-01-18 20:41:22
조회수 7,660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어려운 사람들

게시글 주소: https://profile.orbi.kr/0007652306

몇 해전 사병들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심판에서 합헌이 결정되었다


의식주에 필요한 비용을 이미 국고에서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 소식을 듣고 사병들이


'아하! 국가에서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최저임금을 받지 않는게 마땅하구나!'


라고 생각해주길 바라는 순진한 마음에서 그런 말을 한걸까?


그냥 국가가 사정이 안되서 사병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사병들이 이해해줬으면 정말 고맙겠다고,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 한 마디 해주면 되는걸,


왜 사병들의 사기를 더 꺾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다



지난달 세월호 청문회에서였다


학생들을 구조하는 과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어떤 관계자가


"어린 학생들이 철이 없어서인지 위험을 인지하지 못해서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라는 식의 망언을 하였다


이 말을 듣고


"어휴 학생들도 참.. 말좀 듣지ㅉㅉ"


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긴 할까?


구조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 유가족들에게 사과를 먼저 해야하는것이 아닐까..



지난 수능에서 모 인터넷 강사가 알려준 잘못된 내용이


수능 문제에 그대로 나왔고,


그 강사가 알려준 내용대로 답을 쓰면 바로 틀리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해당 강사는 사과 한 마디 없는것도 모자라


오히려 학생들의 탓으로 몰고 가는 태도를 보여 학생들이 크게 실망하였다


"아 선생님은 맞게 가르쳐주셨는데 내가 잘못 적용했구나!"


라고 학생들이 생각해주길 바란걸까?


처음부터 깔끔하게 사과를 하면 될텐데 왜 일을 더 키우는것인지 모르겠다



이들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정말 어렵나보다


뭔가 그럴듯한 핑계를 찾으면 잘못이 사라지거나 조금이라도 희석될 거라 생각하는걸까?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도, 강산이 바뀌는걸 수 차례 본 어른들도 


그 순간에는 단순한 아이가 되는 것 같다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면 자신 혹은 자신의 잘못이 숨겨지는 줄 아는가보다

   


물론 이들이 각자의 잘못을 인정하면 난처한 상황에 처해질 것이다


사병들의 월급을 최저임금까지 맞춰주면 현재 사병월급의 예산의 10배이상으로 늘려야한다


세월호 학생들의 구조과정에서 미흡한 점을 인정하면


유가족 및 국민들에게 큰 비난을 받고 큰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자신이 잘못된 내용을 가르쳐줘서 많은 학생들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더이상 강단에 서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핑계를 대서라도 숨어버리고 싶을 것이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이런 사람들의 다급함을 이해해주자


하지만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잘못을 인정했을 때 이정도로 큰 일이 처해지는것이 아닌데도,


사과할 줄을 모르는 사람들..


어렸을 때 가정에서나 친구들 관계에서 사과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탓에


자신의 잘못을 생각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자신의 잘못을 알아도 자존심에서든, 익숙하지 않아서든 사과하지 못하는 성격일 수도 있겠다


그래.. 이런 사람들까지도 품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다른 좋은 점들이 많은데 유독 사과에 인색한 사람이라면


옆에서 좀 챙겨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최악인 경우는..


자신에게 불이익이 있을 것 같은 상황에서는 사과를 곧 잘 하지만,


나에게 아무런 해를 가하지 못하는 약자 앞에서는 뻔뻔해지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가면을 쓴 채 별 문제 없이 살아가다가 약자 앞에서는 본색을 드러낸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 사람들도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피하고 싶을 것이다


물론 저런 사람이 나와 별 관계가 없는 스쳐지나가는 사람이라면


그냥 상종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한 상황도 있다


그 사람과 돈이나 권력으로 관계된 경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다


보통 알바를 하면서 겪는 사례가 많은데,


사장이라던지 자기보다 높은 사람이 실수를 했을 때


그걸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자신에게 뒤집어씌운다는 이야기는 꽤 자주 볼 수 있다


여기서 반항하면 앞으로 알바를 하면서 더 힘든 상황으로 몰리거나


심지어는 알바를 잘릴 수도 있기에


이런 약점을 이용한 이들의 만행은 지속된다


(얼마전 오르비에도 어떤 학생이 알바를 하며 이런 비슷한 일을 겪어서 고생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려서 무척 안타까웠다..)


자신보다 약한 사람 앞에서 허술한 점을 보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또 사과를 하는 것 자체도 가오가 살지 않아서인지..


이들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반 오십년동안 살아오면서 목표가 생겼다


이렇게 사과할 줄 모르는 사람들과 엮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우선은.. 근묵자흑이라 했다


최소한 나부터 사과에 인색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적은 없는 지 생각해봐야겠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상대방이 나에게 잘못을 했을 때 정중하게 사과하지 않으면 곤란해질 수 있을만큼


내가 힘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또 훗날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내 가족이나 친구들 역시 그런 사람들에게 당하지 않도록 지켜주고 싶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