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kkia [332350] · MS 2010 · 쪽지

2016-01-30 16:42:14
조회수 9,410

평소보다 수능을 망치고 자존감이 박살난 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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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에 가치를 두고있음
평소보다 수능 못 침
나보다 못하던 애들도 다 명문대 감
내가 쓰레기로 느껴짐





평소보다 성적이 안나오셨다니 위로의 말씀부터 올립니다.

저 또한 성적이 잘 안나와 본 경험이 꽤 되서 현재의 심정 얼추 이해는 갑니다.

다만 저는 매번 결과가 나올때마다 과정과 엮어봤을 때 인정할 수 밖에 없었기에 학생의 마음을 온전히 공감할 수 없어서 아쉽네요.

그래서 제가 하는 말이 형식적이고, 이성적으로 딱딱하게 느껴질지 모르니 조금은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겪어보지 못한 자가 어찌 그 마음을 알겠습니까





- 가치의 유무

하루는 친구 술집을 대신 봐주고 문을 닫기 직전에 간단히 술집 재료로 밥을 해먹으면서 아침을 맞이한 적이 있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8시쯤 되었었나요?

사람들이 참 많더라구요.

이제 막 아침 셔터를 올리고 장사를 준비하는 과일가게 아주머니
정장입고 시계를 보며 급히 뛰어가는 샐러리맨
머리를 말아올리고 단정히 차려입은 스튜어디스
책가방 얌전히 메고 학교가는 학생들
수레를 끌고 힘겹게 발걸음 떼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평소에 숱하게 보던 장면들인데도 불구하고 알수없는 이끌림에 이 장면만 한참을 보고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들 나랑 같은 인간이구나
저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구나
사람들마다 나처럼 즐거움과 슬픔섞인 사연을 겪어왔겠구나

최종적으로 이런 인간에게 가치를 메긴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가치가 있다, 없다]

하루하루 버티며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고, 그 중에 희노애락을 즐기며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는데

이 와중에 누구는 잘났고, 가치있고, 대우받아야하고...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 인간이란 그 자체로 걸작이자 하나의 문학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살아가며 인생이란 글을 써내려가는 과정이랄까요?

문학 작품에 빈자에 한량이 나온다고하여 그 작품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잖아요.

또한 지적이며, 돈이 많은 사람이 나온다고하여 가치가 있는 것 또한 아니잖아요.

그 후로 사람을 보는 눈이 그리고 제 인생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변했습니다.

오히려 평소 무가치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끔찍한 인생을 산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볼 때 저 작품은 얼마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우선 들더라구요.

학생 작품에는 19살의 수능 실패라는 줄거리가 하나 추가됐네요.

학생 작품도 굉장히 흥미진진할 것 같습니다.





- 가치

우리는 항상 지름길만을 원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평가하는 '가치'라는 것은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하면 한 눈에 겉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춰져있어요.

학벌은 지적수준을
외모는 여성성과 남성성을
돈은 자유를
패션은 문화적 수준을
피부는 건강상태를

하지만 결국 보여주고자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내적인 것이며
만약 내적인 것이 외적인 것을 뒷받침될만큼의 수준이 되지 못한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사람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혹은 그 반대)

모든 외적인 것은 내적인 것을 완벽히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수능이 과연 한 인간의 지적 수준(수학적 능력)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까요...

학생이 이 글을 본다고해서 '그래 학벌따위는 내 지적 수준을 보장할 수 없어! 그러니 학벌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겠어'라고 단숨에 생각을 바꾸리라 생각치는 않습니다.

다만 적어도 학생 스스로 내가 과연 학벌이 아닌 내 지적 수준을 인정할 수 있을까는 생각해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고 글과 말에서 그 수준이 드러나며 기술적인 부분에서뛰어남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학벌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감히 판단합니다.

그런 사람에게 학벌은 사회적으로 그렇듯 취업의 관문정도일 뿐이겠지요.





- 가치의 평가

무언가 정해진 가치로, 수치로 인간을 평가하자면 그 만족의 끝은 어디인가요?

설의가 아니고서야 온전한 자존감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인정과 불인정과 관련하여 노력과 결과의 관계를 정확히 판별할 수도 없을 뿐더러
최상의 자리에 가기 전까지는 가치의 평가를 통해서 자존감을 찾기는 힘듭니다.

실제로 진짜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정해진 수치로 가치를 메기지않습니다.

그런 자존감은 나보다 위가 보일 때 열등감이라는 장애물로 인해 쉽게 허물어지는 자존감이며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고서야 어디든 위가 있기 마련이지요.

그럼 진정한 자존감은 어디서 발현되느냐?

과정과 정체성입니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의 집중 그리고 그러한 진행 속에서 발현되는 정체성

이 두가지는 결코 위와 아래가 없습니다.

나 스스로의 만족만 있을 뿐...

오직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나 스스로의 만족만이 진정한 자존감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근자감에 가득찬 몽상가라고 보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헛된 자존감이 아닌 진정한 자존감으로 가득한 사람은 자석처럼 사람을 모으는 마력이 있으며 또 이런 사람은 계속해서 과정에 집중하고 만족감을 얻으려하기때문에 언제나 큰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이런 사람은 그 어떤 사람도 무시하지도 않고 빌빌 기지도 않습니다.

애초에 무시를 할, 빌빌 길만한 수치를 가치로 보지않기때문에,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존중하는 과정과 정체성은 눈에 보이지 않기때문에
무시할, 빌빌 길 껀덕지가 존재하지도 않는거죠.

자존감으로 가득한 사람은 사람의 위와 아래가 존재하지 않는겁니다.





서론이 겁나게 길었네요.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1. 과정에만 충실하세요

재수한다고 하셨지요?

입시전략과는 반대로 가는 말이겠지만
논술은 준비하되 + 이과라면 과탐2과목을 하지않되
목표를 정하지말고 과정에만 충실하세요.

과정에만 충실한다면 그 자체로 결과 또한 보장될 것이며
진정한 자존감을 기를 훈련을 할 수 있을겁니다.


2. 남을 결과로 무시하거나 우러러보지 마세요.

값싼 일시적 우월감을 위해 인간에게서 위아래를 찾을 이유도 없으며 
그 자체만으로도 언젠가 본인의 열등감으로 되돌아옵니다.

또한 우러러볾과 질투는 곧 누군가를 무시할 수 있다는 껀덕지를 남깁니다.


3. 인생에서의 고난과 고통을 문학 작품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세요.

다들 문학 작품을 써내려가고있지만 언제나 가벼운 희와 락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뿐
노와 애는 언제나 부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사실 저도 성인은 아니기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만....
간혹 제 자서전을 쓸 생각하면 넣을 일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 괜한 기대감이 생기더라구요.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질문은 여전히 받는중입니다.

http://orbi.kr/bbs/board.php?bo_table=united&wr_id=7799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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