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한달
오르비 참 오랜만이네요. 불과 한달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대학 입학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말도 안되게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들을 겪으면서 든 생각은 이것 하나입니다. '진작 대학 올 걸' 언제나 그렇듯 요즘도 많은 장수생분들이 오르비에 계시겠지요?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좋습니다. 이번 한 해가 지나면 그 결과에 따라 대학에 입학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나서 이 대학을 계속 다닐지말지 결정해도 될 일입니다. 제가 이런저런 일들을 경험하면서도 입시를 놓지 못하고 매년 여름이 끝나갈무렵 수능 때문에 긴장해 온 이유는 그 세계에서 한걸음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음 세계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내 스스로의 위치를 인정해버리는 꼴이었고 그때의 나는 내 현실을 받아들일만큼 성숙하지 못했었지요. 차라리 제자리에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수험생으로 남는 것이, 그렇게 1년을 더 보내버리는 것이 외려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또한 어딜가든 사람 사는 곳이기에 배울 것 또한 많으며 절대적으로 미천하기만 한 곳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25살의 숱한 사회생활을 해 온 저 또한 매일같이 20살의 동기들과 21살 22살의 선배님들에게 많은 것을 배워가고있는걸요 의사 한의사 회계사 판사 검사 CEO 컨설턴트... 좋죠 멋진 직업입니다. 하지만 그 길이 정답인 것은 결코 아니에요. 내 장담하는데 그 길이 행복을 정해주는 것 또한 아닙니다. 오히려 때로는 그 길을 거절할 줄도, 포기할 줄도 아는 것이 행복과 더 가까울 수 있는거에요. 대학생활 한달을 경험한 지금의 내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와닿을지 모르겠네요. 이번 입시 망치고 대충 아무대나 가라는 말은 아님을 잘 아실겁니다. 단지 이번 입시를 끝으로 짊어진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스스로에 대한 인정을 통해 진정한 자존감 회복을 하길 바랄 뿐입니다. 과거의 저에게 한마디 할 수 있다면 "더 열심히 해 너 나중에 지잡대간다"가 아닌 "그동안 정말 수고했다 이제는 나아가자"라고 하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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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아, 취업이 되지 않아 근심인 사람에게 '열심히 하면 더 잘할 수 있어!'가 아닌 '일단 그정도면 됐어. 대학에서(직장에서) 잘해 보자.'라는 식의 위로를 해 주는 문화가 조성되면 좋겠습니다. 정말이지 학벌, 직업이 다가 아니고 가서 얼마나 잘하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니까요.
마키아님 그 미필장수생..? 맞으시죠?
맞습니다
아 역시.. 존경합니다
지잡대라고 표현하지마세요 본인이 다니는 학교를 깎아내리실 필요는 없어요
깔창을 끼고싶은 사람이 있는데
이 상황에서 남에게 들킬까봐 굳이 끼지 않는 사람과 깔창을 끼고 안꼈다고 구라치는 사람, 떳떳하게 깔창 낀 것을 꼈다고 하는 사람 중 누가 가장 본인에게 만족감을 느끼고 자존감이 있는 사람일까요?
제 대학교를 지잡대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티끌만큼도 깎아내릴 생각 없었으며 그건 시선의 차이일 뿐입니다.
지방에 위치한 이름모를 대학교
=지잡대
입시사이트에서 이보다 간결하고 정확한 말이 어디있을까요?
본인 스스로가 이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느끼고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건 지잡대라는 말이 깎아내린다고 볼 수 있겠지만 저한텐 단순히 형식적 표현일 뿐입니다.
마치 깔창끼고도 아무렇지 않게 꼈다고 좀 불편하긴하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처럼
맞는 말씀이시긴한데 지잡대라는 말자체가 대중적으로볼때 비하적인 의미가 있지않나요.? 본인대학의 다른 학생들이나 학교의 수준자체를 낮잡아보는거같아서 별로 안좋아보여요.. 지방대 정도로 표현해도 될거같은데
부디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사실 사람마다 다르죠. 저도 장수하다 그냥 왔는데 전 다시 편입 준비합니다. 못견디겠어서.. 편입도 안되면 그땐 주어진상황 받아들이고 열심히 해야죠
허... 앞으로 더 나아가는 분이 되시길..
용기가 존경스럽습니다.
오르비의 양면성을 볼 수 있는 글인것같네요.
멋잇네요..
맞아여 정말 저 스스로가 예전에는 무시했던 저희 시골, 지잡대라 불리는 그런 곳들...
그곳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살고 그 속에서 배울게 있다는 것을 깨닫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많은 오르비분들이 그걸 속히 깨달아 남을 깔보거나 무시하고 경멸하지 않는 분들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모두 다같은 소중한 사람들이고 열심히 살고.. 다 각자의 보물을 가진, 소중한 사람들이니까요...
저는 비록 마키아님처럼 사회생활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삼수생이지만
저는 이번 1년동안 딱 제가 목표한 곳을 정해놓고 딱 정말 후회없이만 해보고 나서는 대학빨리가서 하고 싶은 정치에 달려가려고해요
마키아님도 꿈이루시길 바라고 이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격하게 공감되는 문장들이 있네요..
언제부턴가 배우기위해 대학을가는게아닌 대학을가기위해 배우고있는 우리현실.. 정답이어디있겠습니까 ㅠㅠ 배우고갑니다
수고하셨어요! 좋은일만 가득하세요 예전에 쓴 글들도 다 읽었었는데 가끔 위로도 받고 공감도하고 그랬네요 .
삼수하고 대학 온 저로서는 공감이 많이 되는 글이네요.
목표를 이루는게 행복을 결정짓는건 아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