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kkia [332350] · MS 2010 · 쪽지

2016-03-28 01:58:09
조회수 9,264

대학교 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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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 참 오랜만이네요. 불과 한달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대학 입학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말도 안되게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들을 겪으면서 든 생각은 이것 하나입니다. '진작 대학 올 걸' 언제나 그렇듯 요즘도 많은 장수생분들이 오르비에 계시겠지요?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좋습니다. 이번 한 해가 지나면 그 결과에 따라 대학에 입학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나서 이 대학을 계속 다닐지말지 결정해도 될 일입니다. 제가 이런저런 일들을 경험하면서도 입시를 놓지 못하고 매년 여름이 끝나갈무렵 수능 때문에 긴장해 온 이유는 그 세계에서 한걸음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음 세계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내 스스로의 위치를 인정해버리는 꼴이었고 그때의 나는 내 현실을 받아들일만큼 성숙하지 못했었지요. 차라리 제자리에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수험생으로 남는 것이, 그렇게 1년을 더 보내버리는 것이 외려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또한 어딜가든 사람 사는 곳이기에 배울 것 또한 많으며 절대적으로 미천하기만 한 곳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25살의 숱한 사회생활을 해 온 저 또한 매일같이 20살의 동기들과 21살 22살의 선배님들에게 많은 것을 배워가고있는걸요 의사 한의사 회계사 판사 검사 CEO 컨설턴트... 좋죠 멋진 직업입니다. 하지만 그 길이 정답인 것은 결코 아니에요. 내 장담하는데 그 길이 행복을 정해주는 것 또한 아닙니다. 오히려 때로는 그 길을 거절할 줄도, 포기할 줄도 아는 것이 행복과 더 가까울 수 있는거에요. 대학생활 한달을 경험한 지금의 내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와닿을지 모르겠네요. 이번 입시 망치고 대충 아무대나 가라는 말은 아님을 잘 아실겁니다. 단지 이번 입시를 끝으로 짊어진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스스로에 대한 인정을 통해 진정한 자존감 회복을 하길 바랄 뿐입니다. 과거의 저에게 한마디 할 수 있다면 "더 열심히 해 너 나중에 지잡대간다"가 아닌 "그동안 정말 수고했다 이제는 나아가자"라고 하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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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램 · 476057 · 16/03/28 02:20 · MS 2013

    포기하는 것도 용기인거 같습니다 정말

  • 노무현대통령 · 624186 · 16/03/28 02:27 · MS 2015

    원하는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아, 취업이 되지 않아 근심인 사람에게 '열심히 하면 더 잘할 수 있어!'가 아닌 '일단 그정도면 됐어. 대학에서(직장에서) 잘해 보자.'라는 식의 위로를 해 주는 문화가 조성되면 좋겠습니다. 정말이지 학벌, 직업이 다가 아니고 가서 얼마나 잘하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니까요.

  • Ivanovic · 527073 · 16/03/28 02:32 · MS 2014

    마키아님 그 미필장수생..? 맞으시죠?

  • Makkkia · 332350 · 16/03/28 13:04 · MS 2010

    맞습니다

  • Ivanovic · 527073 · 16/03/28 14:26 · MS 2014

    아 역시.. 존경합니다

  • 3발이 · 640393 · 16/03/28 06:51 · MS 2016

    지잡대라고 표현하지마세요 본인이 다니는 학교를 깎아내리실 필요는 없어요

  • Makkkia · 332350 · 16/03/28 13:04 · MS 2010

    깔창을 끼고싶은 사람이 있는데
    이 상황에서 남에게 들킬까봐 굳이 끼지 않는 사람과 깔창을 끼고 안꼈다고 구라치는 사람, 떳떳하게 깔창 낀 것을 꼈다고 하는 사람 중 누가 가장 본인에게 만족감을 느끼고 자존감이 있는 사람일까요?

    제 대학교를 지잡대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티끌만큼도 깎아내릴 생각 없었으며 그건 시선의 차이일 뿐입니다.

    지방에 위치한 이름모를 대학교
    =지잡대
    입시사이트에서 이보다 간결하고 정확한 말이 어디있을까요?

    본인 스스로가 이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느끼고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건 지잡대라는 말이 깎아내린다고 볼 수 있겠지만 저한텐 단순히 형식적 표현일 뿐입니다.
    마치 깔창끼고도 아무렇지 않게 꼈다고 좀 불편하긴하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처럼

  • 951200000 · 466386 · 16/03/29 01:15 · MS 2013

    맞는 말씀이시긴한데 지잡대라는 말자체가 대중적으로볼때 비하적인 의미가 있지않나요.? 본인대학의 다른 학생들이나 학교의 수준자체를 낮잡아보는거같아서 별로 안좋아보여요.. 지방대 정도로 표현해도 될거같은데

  • Moby Dick · 653629 · 16/03/28 07:51 · MS 2016

    부디 행복하세요

  • Makkkia · 332350 · 16/03/28 13:05 · MS 2010

    감사합니다

  • Perturbation · 654356 · 16/03/28 09:34 · MS 2016

    사실 사람마다 다르죠. 저도 장수하다 그냥 왔는데 전 다시 편입 준비합니다. 못견디겠어서.. 편입도 안되면 그땐 주어진상황 받아들이고 열심히 해야죠

  • 성의 · 494753 · 16/03/28 14:34 · MS 2014

    허... 앞으로 더 나아가는 분이 되시길..

  • 오르베정의구현 · 650548 · 16/03/28 14:38 · MS 2016

    용기가 존경스럽습니다.

  • 성의 · 494753 · 16/03/28 14:44 · MS 2014

    오르비의 양면성을 볼 수 있는 글인것같네요.

  • 포질엉 · 580623 · 16/03/28 15:51 · MS 2015

    멋잇네요..

  • 앞씨 · 570863 · 16/03/28 19:19 · MS 2015

    맞아여 정말 저 스스로가 예전에는 무시했던 저희 시골, 지잡대라 불리는 그런 곳들...
    그곳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살고 그 속에서 배울게 있다는 것을 깨닫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많은 오르비분들이 그걸 속히 깨달아 남을 깔보거나 무시하고 경멸하지 않는 분들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모두 다같은 소중한 사람들이고 열심히 살고.. 다 각자의 보물을 가진, 소중한 사람들이니까요...

    저는 비록 마키아님처럼 사회생활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삼수생이지만
     저는 이번 1년동안 딱 제가 목표한 곳을 정해놓고 딱 정말 후회없이만 해보고 나서는 대학빨리가서 하고 싶은 정치에 달려가려고해요

    마키아님도 꿈이루시길 바라고 이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한큐에 가자 · 647044 · 16/03/28 19:31 · MS 2016

    격하게 공감되는 문장들이 있네요..

  • 황덕배 · 657109 · 16/03/28 22:06 · MS 2016

    언제부턴가 배우기위해 대학을가는게아닌 대학을가기위해 배우고있는 우리현실.. 정답이어디있겠습니까 ㅠㅠ 배우고갑니다

  • 마크튭 · 516120 · 16/03/29 09:08 · MS 2014

    수고하셨어요! 좋은일만 가득하세요 예전에 쓴 글들도 다 읽었었는데  가끔 위로도 받고 공감도하고 그랬네요 .

  • 비행 · 661416 · 16/04/10 20:03 · MS 2016

    삼수하고 대학 온 저로서는 공감이 많이 되는 글이네요.
    목표를 이루는게 행복을 결정짓는건 아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