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쯔위 [651391] · MS 2016 · 쪽지

2016-04-10 03:21:48
조회수 813

(소설) 반박을 하려다가 소설을 썻읍니다..

게시글 주소: https://profile.orbi.kr/0008255917

(쉬는 시간)

친구 : "야! 내 사탕 내놔!"

학생 : "마! 니꺼가 내꺼고 내꺼가 내꺼지!"

친구 : "뭔 개같은 논리야! 이 나쁜놈아!"

학생 : "...나 나쁜놈 아니야!"

선생님 : "무슨 일이니?"

학생 : "선생님! 친구에게서 사탕을 뺏는 것이 왜 나쁜건지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 : "친구가 너에게서 사탕을 뺏으면 너는 기분이 나쁘니?" 

학생 : "당연히 나쁘죠!" 

선생님 : "그러면 친구가 너에게서 사탕을 뺏으면 기분이 나쁘듯이 친구에게서 
          사탕을 뺏으면 친구가 기분이 나빠지겠지? 그럼 친구에게서 사탕을 뺏는 
          행위는 나쁜 것이라고 정의될 수 있겠지?" 

학생 : "그런거군요!"

(수업시간 시작)

선생님 : "아까 사탕을 뺏는 행위가 도덕적이지 못하단 것에 대해 고찰해보았어요. 
          그렇다면 그 행위의 죗값이 얼마나 되는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학생 : "친구가 뺏어간 만큼 저한테 사탕을 주면 돼요!"

선생님 : "그게 "눈에는 눈" 이라는 가장 단순하고 합리적인 처벌 방법이에요. 
          하지만 그렇게 피해 규모를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없을 땐 어떻게 할까요?"

학생 : "똑같이 역지사지를 적용해보면 되지 않을까요?"

선생님 : "누가요?"

학생 : "사람들이요!"

선생님 : "사람들이 판단하는게 항상 옳은걸까요?"

학생 : "언제나 옳지는 않을 수 있지만 '도덕'이란 것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선생님 : "그런 것 들은 언제나 변하는 법이에요. 다수가 옹호한다고 절대적인 기준이 
          되면 2차 세계대전때의 유태인들은 정말 죽여야할 나쁜 놈들이 됐겠네요?"

학생 : "그건 너무 극단적인 예시잖아요!"

선생님 : "극단적이라는걸 어떻게 판단하죠?"

학생 : "(아니 ㅆㅂ...)"

선생님 : "사실 학생이 얘기한 게 맞아요. 도덕이란 것 자체가 
           사람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절대적인 기준이고, 그래야만 하죠."

학생 : "아니 그런거 못 정한데매요!"

선생님 : "사실 정할 수 있어요."

학생 : "(아니 ㅆㅂ...)"

선생님 : "사람을 죽이는게 얼마나 나쁠까?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확하게 정하기 어려운데... 그냥 우리들끼리 합의해서 
          규칙을 만들자! 라고 해서 만들어진게 바로 '법'이에요'

학생 : "그건 합리적이에요?"

선생님 : "아니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인간이 만든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고."

학생 : "아니 ㅆㅂ..."

선생님 : "앗! 너무 화나신 것 같네요. 장난은 이쯤하고 결론을 내드릴게요."

학생 : "헉! 죄송합니다."

선생님 : "밤도 깊었고 이제 슬슬 자러가야 하지 않겠어요?"
선생님 : "일단 이번 시간에 우리가 살펴 본 걸 정리한 걸 찬찬히 살펴볼까요?"

학생 : "특정 행위가 도덕적이지 않은지에 대해 판단하는 법으로 역지사지를 배웠고, 
        그 행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법'이라는게 만들어졌다고 배웠어요. 
        선생님, 그래서 정말 어떤 행위가 얼마나 도덕에서 멀어졌는지를 어떻게 
        평가하는거에요? 법입니까? 도덕입니까?"

선생님 : "사실 결론이란건 없어요."

학생 : "엑! 그럼 지금까지 떠든건 다 뭐에요!"

선생님 : "흠흠. 그러면 이런 것에 대해 안 떠들고 있어야 할까요?"

학생 : "물론 아니죠! 어딘가엔 답이 있겠죠!"

선생님 : "행위를 평가하는 데에 법이 먼저냐, 도덕이 먼저냐는 아무도 판단할 수 
          없어요. 그것들은 어쩌면 인류가 평생 숙고해보아야 할 평생과제가 될 수도 있겠죠."
선생님 : "하지만 결국 개인은 개인이에요."

학생 : "네? 갑자기 무슨..."

선생님 : "그 모든것들이 발생할때마다 아고라에 모여서 떠들 순 없잖아요? 
          행위 평가의 주체는 개인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거에요."

학생 : "하... 그건 불완전하다고 아까부터 계속..."

선생님 : "불완전하긴 하지만, 최소한의 합리라는것만 마음속에 품고살면 돼요. 
          사람을 죽였으면 사회에서 격리. 도둑질을 했으면 그만큼 배상. 성추행을 
          했으면 이성과 격리. 최소한의 기준이라는건 있을 수 있잖아요?"

학생 : "...사람들 생각이 다르면요?"

선생님 : "사람을 죽이면 사회에서 격리조치하여 정신적 치료를 받게 해주어야 
          한다는게 무슨 잘못이 있나요?"

학생 : "방금 성추행을 했으면 이성과 격리조치해야한다고 하셨잖아요.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떡하죠? 너무 가혹하잖아요!"

선생님 : "그래야 최대 다수가 최대 행복을 누릴 수 있으니까요."

선생님 : "이건 다음 시간에 배울 공리주의라는 거에요. 근데 이렇게 말하면 공리주의가 
          막 끝판왕일 것 같고 모든것에 대해 공정하게 평가하고 그럴 것 같죠? 근데 공리
          주의도 완벽한 건 아니에요. 자꾸 완벽한게 아니라고 해서 놀리는 것 같죠? 정의
          라는게 그런거에요. 이게 답인 것 같아! 하고 내놓으면 아니야! 이런 반례가 있어!
          그래? 그럼 이건 어때? 그것도 이미 예전에 반박당한거야... 문돌이 문돌이 하는
          데, 사실 우리가 이과보다 더 우월한 존재에요. 이과는 답을 갖고 있는 문제를 푸
          는데, 우린 답이 없는 문제를 갖고 풀잖아요?"

지나가던 이과생 : "답이 없는걸 알면 포기를 해요 븅신들아!"

선생님 : "너 수행평가 감점"

지나가던 이과생 : "아 시발 의대 못가겠네"

fin.

말싸움이 아닌 제대로 된 토론을 하는 문화가 오르비에 정착하길 바라며 이 글을 헌정합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2017의대목표재수생 · 645673 · 16/04/10 03:23 · MS 2016

    ㅇㄱㄹㅇ ㅂㅂㅂㄱ

  • 저우쯔위 · 651391 · 16/04/10 03:26 · MS 2016

    솔직히 좀 님덕에 많이 생각해보게됐음. 판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ㅋㅋㅋ

  • 2017의대목표재수생 · 645673 · 16/04/10 03:27 · MS 2016

    원래 남들 불구경 관람하는 재미로 오르비하는데

    제가 그 대상이 될줄은 몰랐네여

  • init · 630375 · 16/04/10 03:23 · MS 2015

    정의라는게 그런거에요. 이게 답인 것 같아! 하고 내놓으면 아니야! 이런 반례가 있어!
    그래? 그럼 이건 어때? 그것도 이미 예전에 반박당한거야...
    여기서 감동

  • init · 630375 · 16/04/10 03:24 · MS 2015



    우리가 이과보다 더 우월한 존재에요. 이과는 답을 갖고 있는 문제를 푸는데, 우린 답이 없는 문제를 갖고 풀잖아요?"

    여기서 깸

  • · 640905 · 16/04/10 03:30 · MS 2016

    이과가 답을 갖고 있는 문제를 푼다니..ㅋㅋㅋ

  • 저우쯔위 · 651391 · 16/04/10 03:33 · MS 2016

    적어도 답이 어딘가엔 있다는 확신은 있잖아요?
    가령 우주가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것도 최소한
    이유는 있을거 아니에요? 언젠가는 찾을거라는 확신은 있죠.
    근데 문과는 말 그대로 '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거잖아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무한히 넓은 동굴속에서 횃불을 하나하나
    밝혀가는... 저도 이과지만 나중에 인문학은 꼭 많이 공부해보고 싶어요.

  • · 640905 · 16/04/10 03:39 · MS 2016

    우주가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유가 있을지 없을지조차도 모르지 않나요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그 이유를 찾는 사람은 있겠지만 찾기전에 그 이유가 있다고 말하긴 힘들죠
    언젠간 찾을거라는 확신이 있다구요?
    애초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답을 찾을거라는 확신이 어디있겠습니까..

  • 저우쯔위 · 651391 · 16/04/10 03:50 · MS 2016

    시작이 없으면 현재도 없지 않을까요?

  • · 640905 · 16/04/10 04:07 · MS 2016

    시작이 있다고 시작한 이유가 있는건 아니죠.
    그리고 시작이 우리가 생각하는 과학적인 이유가 아닌 신에 의한 거라거나 다른 어떤 이유일 수도 있는데
    과학적으로 시작했다고 생각하고 답이 있다고 말하긴 힘들것같은데요
    그리고 정의도 인문쪽에서만 내리는건 아니지 않나요?
    제가 수학.과학적 지식이 전문적이지 못하기에 이렇다 확실히 말하진 못하겠지만
    과학도 어떤 가설을 들고 그 가설을 반박하며 오랫동안 반박당하지 않은 가설들을 다른것들을 정의하는데 사용하는거라고 아는데요..
    과학이라고 이론적인 부분으로만 이루어진게 아니고 실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나중에 이론적으로 정리하는게 일반적이지 않나요?

  • 저우쯔위 · 651391 · 16/04/10 04:37 · MS 2016

    음... 전 시작이 있으면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과학적으로 증명이 가능할테니 반드시 모든것엔 답이 있을거다. 라고 생각했는데 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나 보네요. 아, 그리고 정의는 용어를 정의한다는 뜻이 아니고 justice를 얘기한거에요.

  • 홍익대 자율전공학과 · 567559 · 16/04/10 04:31 · MS 2015

    인문학적지식이 과학적 지식보단 뭔가 더 많이 추상적이라곤 생각하지만 과학적지식에도 꼭 답이있는건 잘 모르겠어요. 항상 가설은 뒤집혀왔고 많은사람들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과학적 지식도 반박되어져 온 경우도 상당이 많잖아요 과거에 쌓아논 제대로 검증되었다고 할수있는 지식들에 근거해서 하나하나 발견해나가고 찾아나가면서 답에 근접해 갈수는 있지만 과학에도 정답은 없는거 같아요. 물론 인문학 과학 둘다 양옆에 놓고 보면 답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과학적 지식도 마찬가지로 무한히 넓은 동굴속에서 횃불을 하나하나 밝혀가면서 지식을 발견해 나가는거 같아요. 인문학과 차이라면 실험이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가 아닐까싶네요

  • 홍익대 자율전공학과 · 567559 · 16/04/10 04:38 · MS 2015

    아 댓글 이미 달기 눌렀는데 글 맘에 안드는 부분 수정이안됌..

  • 저우쯔위 · 651391 · 16/04/10 04:39 · MS 2016

    이제 님도 슬슬 주무세요 벌써 4시 40분임 히-익

  • 홍익대 자율전공학과 · 567559 · 16/04/10 04:45 · MS 2015

    앗 닉첸해야할듯 민망해라 ㅠㅜ잘주무셔요

  • 서울대 경영 17학번 · 572785 · 16/04/10 03:33 · MS 2015

    필력갑

  • 저우쯔위 · 651391 · 16/04/10 03:33 · MS 2016

    감사합니다!

  • 서울대 경영 17학번 · 572785 · 16/04/10 03:47 · MS 2015

    님 여자였으면 고백했을듯 ㄹㅇ

  • 저우쯔위 · 651391 · 16/04/10 03:51 · MS 2016

    아쉽지만 남자...

  • 나며기 · 657357 · 16/04/10 03:38 · MS 2016

    야..따봉!

  • 저우쯔위 · 651391 · 16/04/10 03:51 · MS 2016

    감사합니다!

  • Gabriel03 · 537419 · 16/04/10 03:42 · MS 2014

    제발 댓글달때 비아냥거리는거 안달았으면 좋겠음. 뭐하자는 건지 도대체;

  • 저우쯔위 · 651391 · 16/04/10 03:55 · MS 2016

    저도 그런거에 짜증나긴 했는데, 그냥 저 사람은 냉소적인 성격인가 보다...
    라고 생각하는게 제일 편하더라고요. 냉소적인 성격이 좋다는건 아니지만,
    그건 그 사람이 알아서 판단하고 고칠 문제고 어차피 인터넷인데 서로
    인생까지 관여할 순 없잖아요?

  • 홍익대 자율전공학과 · 567559 · 16/04/10 04:35 · MS 2015

    멘탈갑이신듯

  • 저우쯔위 · 651391 · 16/04/10 04:38 · MS 2016

    이미 살면서 많이 깨져온터라 더 깨질 멘탈이 없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

  • 홍익대 자율전공학과 · 567559 · 16/04/10 04:42 · MS 2015

    뭔가 많이 깨져보고 겪고나면 그만큼 더 강해지는거 같아요 멋지심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