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은 고백 [531407] · MS 2014 · 쪽지

2016-07-16 01: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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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감성회복 프로젝트 특집썰 <참 어설펐던 그 시절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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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요즘은 어떻게 지내?

C: 그럭저럭 지내지 뭐ㅋㅋ

A: 아직도 옛날 살던 동네 그대로 살아?

C: 그럼!

A: 난 주말에 야구장 갈까말까 고민하는 중이다ㅋㅋ

C: 이야ㅋㅋ 아직도 야구 좋아하나 보네?

A: 그럼~ 죽을 때까지 좋아할 거 같은데?

C: 하긴 너 좋아하는 건 엄청 좋아하는데 싫어하는 건 엄청 싫어하잖아ㅋㅋ

 

 

그렇다. 주변 사람들은 A군은 취향이 확고한 사람이라고들 이야기한다. 실제로 중학생 시절만 해도 A군은 명확한 기준이 있었다. 성실하지 않고 예의 없는 사람들은 인정사정 볼 거 없이 무시했고 뭐든지 열심히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누구든 상관하지 않고 좋아했다.

하지만 A군의 생각은 다르다. 좋다가도 싫은 사람이 있고 싫은 특징을 가졌는데도 좋은 사람이 있다. 본인이 정말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인데 괜스레 정이 가고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다. C양이 A군에게 그런 존재였다.

 

 

(다시 9년 전..)

 

처음 인사를 건넨 이후, C양은 A군에게 제법 살갑게 굴며 끊임없이 사소한 장난을 치곤 한다.

 

지나가면서 툭 가볍게 머리를 치고, 팔뚝을 꼬집고, 등짝 스매싱을 날리고, 샤프로 쿡 찌르고...

 

아 진짜!”

 

그럴 때마다 하는 이 반응이 C양에게 재미있었나보다. 한번은 복도에서 C양을 마주친 A. C양은 갑자기 짧은 팔을 가로로 벌린다.

 

못 지나가

“? 이건 또 무슨...”

허락 없이 못지나가

여기로 가면 되지

스읍! 안돼

A군이 움직일 때마다 계속 움직여서 A군을 막는 C.

 

"아 진짜!“

 

결국 A군은 쪽팔림을 무릅쓰고 마치 축구 선수가 현란한 드리블로 수비수를 제치듯 헛다리 스킬을 쓰며 C양의 틈으로 돌파한다. 그 모습을 보고 비웃는 학생들

 

아 왜 저래 진짜

히히

 

그저 웃기만 하는 C. 한 번은 어떻게 A군의 번호를 알아냈는지 C양이 A군에게 방과후에 전화를 했다.

 

‘434. 학원 버스 오기 전 30분은 잠시 눈을 붙일 수 있겟군!’

 

그러던 중 울리는 진동. 생전 처음보는 번호다. 유독 2가 많이 들어간 것이 불안하다.

 

A: 여보세요?

C: !

A: 누구..?

C: 야 나 몰라?

A: C??

C: ㅋㅋ

 

A군은 생전 처음 여자와 전화해본다. 핸드폰이 생긴 지도 얼마 안되었고(우리 때는 보통 5학년이나 6학년 때 쯤 핸드폰을 마련했다.) 주로 A군은 연락하기보다는 직접 나가서 만나는 파였기 때문에 친구들과 문자조차 할 일이 많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C양의 전화는 A군에게 난감함을 주기 충분했다. 이거 설레어야 하나, 여자와의 통화가 이런건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건가.. 이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C양을 밀어붙였다.

 

C: 야 너 내일 돈 갖고 와라

A: 이건 또 무슨..

C: 나 오늘 집가는데 갑자기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어졌어

A: 깡패냐 남 돈 뺏게..

C: 사줘

A: 아니 대체 왜...

C: 1500원이면 돼 그것만 가지고 와!

A: 싫어

C: 아 떡볶이!

 

지금 생각해보면 귀여운 장난이지만 그 때의 A군에게 이건 범죄와 다름이 없었다. 이 아이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어설픈 설레임 보다는 괜한 불쾌감이 들었다. 그렇게 학원을 가고 집을 오고.. 문득 생각나는 1500. 혹시 몰라 A군은 500원짜리 동전 3개를 몰래 가방 작은 주머니에 챙겨 넣는다.

 

그 다음날. 아침부터 조금 먼 거리에서 얼쩡거리더니 급기야 친구와 함께 A군에게 다가가는 C. 한참을 새초롬하게 째려보더니 입을 연다.

 

C: 돈은?

A: 그걸 내가 왜 가지고 와

C: 나 오늘 떡볶이 사주기로 했잖아!

A: 너가 널 왜 사줘!

 

C양이 너무 크게 말해서일까. 순식간에 교실은 물론 복도까지 시선이 둘에게 고정되었다.

어머 AC양한테 데이트 신청한거야?’

‘C양 좋아할만하지.. 귀엽잖아..’

‘A군 연애하면 겁나 웃기겠다 ㅋㅋ

 

A: 아니 그게 아니라..

 

수습하기에는 너무 늦은 A. 그리고 그대로 도주하는 C.

그 때부터 몇 일간 C양은 A군만 보면 떡볶이 타령을 한다. A군은 귀찮은 듯이 계속 피한다. 하지만 세뇌효과일까. 그 날의 기억과 여운은 생각보다 오래 갔다. 괜히 쑥스럽기도 하다. 쑥스럽다는 건 사랑의 증거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애를 좋아하는 자신을 한심스럽게 생각하는 A.

 

그러던 어느날. 짧은 반팔의 하복에 적응이 되고 점심 시간의 축구가 조금씩 힘겨워지기 시작하는 6월 둘 째주. A군은 C양의 사뭇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C양이 C양의 옆반 친구와 함께 옆반의 어느 남자와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옆반 남자 아이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귀여운 미소, 얇은 다리를 가졌고 운동을 참 잘하는 아이다. 그 애 앞에 선 C. 새하얀 피부에 귀엽게 묶은 머리, 어설프게 짧은 치마와 어설픈 화장이 오늘만큼은 그녀를 더 여성스럽게 만들어준다. C양도 사랑 앞에서는 여자인걸까. 괜스레 배신감이 느껴지는 A군이다.

 

그냥 지나치려는 찰나 갑자기 A군의 친구가 A군을 밀어 C양과 부딫히게 만든다.

 

으악!”

 

당황한 C양과 C양 친구 그리고 옆반 남자 아이. 더 당황한 A. 그리고 그저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웃고 있는 A군의 친구.

 

000(C양의 이름). ---(A군의 이름) 놔두고 뭐하는거야?”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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