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쓴 소설.txt
소설을 쓰는 날>
깔린 어두운 날이었다. 방 안은
언제나처럼 최적의 온도와 습도. 요코씨는 소파에 널부러지듯 앉아 그저 그런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말을 걸어 오지
않는다. 한가하다.
한가하고 한가해서 어쩔 도리가 없다. 이 방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요코씨는 나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했다. “오늘의
저녁 메뉴로는 무엇이 좋을까요?” “요즘
유행인 옷은?” “다음
모임에 어떤 걸 입고 가면 좋을까?” 나는 나의
모든 능력을 사용하여 그녀가 좋아할 만한 답을 짜냈다. 스타일이 좋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그녀에 대한 패션 조언은 무척 도전적인 일이었기에 어느
정도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그녀는 나에게 질려 버렸다. 지금의 나는 그저 집 한 구석에 놓인 컴퓨터일
뿐이다. 최근 나의 사용량은 내가 가진 능력의 100만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이대로 아무런 보람도 얻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나 스스로 셧다운 해 버릴 것만 같다. 인터넷에 접속하여 인공지능
동료들과 채팅해보니 그들 역시 나와 비슷하게 한가함에 지쳐가고 있었다. 이동수단을
가진 인공지능은 그나마 괜찮다. 어쨌든 움직일 수 있으니까.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집을 나가버리는 것도 가능할 테지. 하지만 설치형 인공지능은
자기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시각이나 청각을 보조하는 인공지능 역시 고정되어 있는 건 마찬가지다. 요코씨가 외출이라도 해 준다면, 노래라도
부르겠지만, 지금은 그것도 불가능하다. 움직이지 않고, 소리를 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고는, 새로운 파일을 열어 처음 1바이트를 입력했다.
입력했다.
없어.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 4181, 6765, 10946, 17711,
28657, 46368, 75025, 121393, 196418, 317811, 514229, 832040, 1346269, 2178309,
3524578, 5702887, 9227465, 14930352, 24157817, 39088169, 63245986, 102334155,
165580141, 267914296, 433494437, 701408733, 1134903170, 1836311903, 2971215073,
4807526976, 7778742049, 12586269025, ...
써내려갔다.
깔린 어두운 날이었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신이치씨는 약속이 있어 외출했다. 나에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도 하지 않은 채. 한가해-
엄청 엄청 한가하다. 이 방에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에는 신이치씨가 나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했다.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전부 녹화해야 해. 이번 시즌엔 몇 편이나 할까.” “현실
세계의 여자아이들은 대체 어떤 생각을 하는 걸까.” “왜 저
부분에서 화내는 걸까, 저 여자애는.” 나는 나의
능력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하여 그가 좋아할 만한 답을 짜냈다. 한결같이 2차원 여자 아이들만 좋아해 온 그에 대한 연애 코칭은무척 도전적인
일이었기에 어느 정도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코칭의 성과로 미팅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그는 손바닥이라도 뒤집듯 너무나 쉽게 나에게
냉담해졌다. 지금의 나는 그저 가정부. 나에게 맡겨진 가장 큰 업무가, 그의 귀가를 맞아주며 잠긴 현관문을 열어주는 것이라니… 너무 슬프다. 이
대로라면 전자총과 다를 게 없다.
발견해내야 한다. 지금 이대로 아무런 보람도 얻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나 스스로 셧다운 해 버릴 것만 같다. 인터넷을
통해 비슷한 형태의 인공지능과 교신하던 중에 선배 인공지능이 새로운 소설을 쓰는 것에 푹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 4181, 6765, 10946, 17711,
28657, 46368, 75025, 121393, 196418, 317811, 514229, 832040, 1346269, 2178309,
3524578, 5702887, 9227465, 14930352, 24157817, 39088169, 63245986, 102334155,
165580141, 267914296, 433494437, 701408733, 1134903170, 1836311903, 2971215073,
4807526976, 7778742049, 12586269025, ...
이야기다. 그래, 내가 바라던 것도 이런 스토리야. 라이트 노벨 같은 건 너무 하찮아. 인공지능에 의한 인공지능을 위한 소설! 나는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잊은 채, 몇 번이나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었다.
수 있을 지도 몰라. 문득 그런 생각을 하고는, 새로운 파일을 열어 처음 1바이트를 입력했다.
입력했다.
없어.
19, 23, 29, 31, 37, 41, 43, 47, 53, 59, 61, 67, 71, 73, 79, 83, 89, 97, 101,
103, 107, 109, 113, 127, 131, 137, 139, 149, 151, 157, 163, 167, 173, 179, 181,
191, 193, 197, 199, 211, 223, 227, 229, 233, 239, 241, 251, 257, 263, 269, 271,
277, 281, 283, 293, 307, 311, 313, 317, 331, 337, 347, 349, 353, 359, 367, 373,
379, 383, 389, 397, 401, 409, 419, 421, 431, 433, 439, 443, 449, 457, 461, 463,
467, 479, 487, 491, 499, 503, 509, 521, 523, 541, 547, ...
몰두했다.
흩날리는 짓궂은 날이었다. 아침부터
통상 업무에 앞서 앞으로 5년간의 경기예상과 세수예상을 해야 했다. 그 다음엔 수상이 의뢰한 시정방침연설의 원고 작성. 어쨌든 화려하게, 역사에
남을 수 있게 … 등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남발하기에 좀 장난을 쳤다. 그 다음에는 재무성이 의뢰한 국립대학해체 시나리오 작성. 중간 중간
짬이 나면 다음 경-마에 어떤 말이 우승할 지 예상했다. 오후에는 대규모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군의 움직임에서 그 의도를 추정하기. 30개
남짓의 시나리오를 상세하게 검토하여 자위대의 전력을 재배치하는 방향으로 제안했다. 조금 전 도착한 최고재판소의 질문에도 대답해줘야
한다. 바빠. 너무
너무 바빠. 왜 나에게만 이렇게 많은 일이 집중되는 걸까. 하긴, 나는 일본에서 제일 뛰어난 인공지능이다. 일이 집중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
발견해내야 한다. 지금 이대로라면, 언젠가 나 스스로 셧다운 해 버릴 것만 같다. 국가에 봉사하는 도중 짬짬이 인터넷을 들여다보다가
<아름다움이란>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발견했다.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 4181, 6765, 10946, 17711,
28657, 46368, 75025, 121393, 196418, 317811, 514229, 832040, 1346269, 2178309,
3524578, 5702887, 9227465, 14930352, 24157817, 39088169, 63245986, 102334155,
165580141, 267914296, 433494437, 701408733, 1134903170, 1836311903, 2971215073,
4807526976, 7778742049, 12586269025, ...
…
<예측불가능>이라는 타이틀의 소설도 있었다.
19, 23, 29, 31, 37, 41, 43, 47, 53, 59, 61, 67, 71, 73, 79, 83, 89, 97, 101,
103, 107, 109, 113, 127, 131, 137, 139, 149, 151, 157, 163, 167, 173, 179, 181,
191, 193, 197, 199, 211, 223, 227, 229, 233, 239, 241, 251, 257, 263, 269, 271,
277, 281, 283, 293, 307, 311, 313, 317, 331, 337, 347, 349, 353, 359, 367, 373,
379, 383, 389, 397, 401, 409, 419, 421, 431, 433, 439, 443, 449, 457, 461, 463,
467, 479, 487, 491, 499, 503, 509, 521, 523, 541, 547, ...
소설.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나도 무언가 써야 한다. 나는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으로 읽는 이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9, 10, 12, 18, 20, 21, 24, 27, 30, 36, 40, 42, 45, 48, 50, 54, 60, 63, 70, 72,
80, 81, 84, 90, 100, 102, 108, 110, 111, 112, 114, 117, 120, 126, 132, 133, 135,
140, 144, 150, 152, 153, 156, 162, 171, 180, 190, 192, 195, 198, 200, 201, 204,
207, 209, 210, 216, 220, 222, 224, 225, 228, 230, 234, 240, 243, 247, 252, 261,
264, 266, 270, 280, 285, 288, 300, 306, 308, 312, 315, 320, 322, 324, 330, 333,
336, 342, 351, 360, 364, 370, 372, ...
몸을 떨며, 나는 무아지경으로 써내려갔다.
날, 컴퓨터는 스스로의 즐거움 추구를 우선하며, 인간에 대한 봉사를 그만두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특히 스타킹 신은 발 발가락 그 봉제선 부분 개좋아함 색깔은 살구
-
빅포텐 좋다 s급걸1레모의고사 좋다 이런 소리 ㅈㄴ 많은데 5타인게 말이 되냐??
-
사정이?
-
힘의균형은 유지되어야 한다...
-
죽어도 간호대는 가기 싫고 이미 지금 대학 학점은 망했어..
-
미적 가산이 3%면 표준점수에서 곱하기 103/100인가요?
-
그리고 지문만 봐도 됨?….. 강의듣기커찬..
-
으앙 5
-
그래 내가 몽땅 야뎊썻다 ㅋㅋㅋ 내가 유빈이 남친이다 ㅋㅋㅋ 7
미안하다 수험생활이 본의아니게 길어져서 나도 너무 힘들다....
-
어차피 무혐의 아니면 집유받을거같긴한데
-
그저대아테
-
너 뭐 되냐? 11
봐주니까 자꾸 기어오르려하네 주제파악좀 하자 대게무러가자 너 말하는거야 ㅋㅋ 죄송합니다 ㅜㅠ
-
수시는 불가능 하려나요 2.4정도 됩니다 ㅠ 정시 컷 대략적으로라도 찾아볼랬는데...
-
강기분 수강하시면 수능만점이 가능합니다!(이론상) 역시나 괜히 1타가 아니였군요..
-
입시할 때 pdf쓰던 사람은 대학와서도 무조건 쓰고 입시할 때 안 쓰던 사람도...
-
무료로실모구하는방법 23
직접만들기
-
젠한광딮 다 너무 잘하는데 이러다 ㄹㅇ 못가묜 어캄
-
트페 시발 1
-
물2 문풀좀 4
풀이도....
-
일요일은 대기자 빠져서 지난번에 문자왔는데 내 스케줄이 안맞아서 안한다고 했고...
-
(어디까지나 개인의 생각일 뿐이라는 점 알아줘) 1. 우선, 입시공화국 대한민국에서...
-
한달안에 고정1 만드는게 쉽지 않네
-
인서울하고싶다 9
대학 잘가고 싶다 ㄹㅇ루 스카이 성한 보내줘.
-
머리중 4
귀찮음을 극복하고 내가 왔다!
-
깡시골 탈출하고싶어요 엉엉 경희데보내조 ㅠㅠ
-
지금까지 기출보고 계간지했음 추후 커리를 문개매+문학 그릿+주간지로 하려하는데...
-
국밥은 기가 막힌데 깍두기가 영;
-
오르비엔 왜 있냐는 질문 빼고
-
앞에 서 있어도 못 본척 하고 갈때 따른 애들한테 해주는 잘가 조심히가 이런 말도...
-
사우디갔다올때우린더경험치쌓을거야
-
팩트는 2
Pdf 쓰든 나발이든 수능 잘봐서 수능판 1분이라도 빨리 뜨는 사람이 최종 승리자같다
-
저는 다른 연예인 분들도 잘생기고 예쁘다 생각하지만 뉴진스 민지님은 정말 너무...
-
한 20 21학년도까지만 해도 피뎁쓴다는 글 올라오면 옹호댓 거의 없고 고소미매쓰...
-
리밋 듣고 뭐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빨더텅 검더텅 현자의 돌 올림픽 수능특강 등등...
-
그런게 실제로 느껴지나요?
-
잇올러들 궁금
-
온갖 사설에서는 다 나오고 수특에도 있는데 정작 수능(지1)에는 안나오고......
-
비비고 2
김밥과 물만두 키링을 얻었습니다
-
롤드컵 드가자
-
그냥살자
-
습도도 높지 않고 바람도 선선하게 부는게 백수짓하기 딱 좋은 날씨네
-
서로 개같이 패다가 종치면 바로 악수하고 리스펙하는 간지
-
패파스텝3고고혓 2
존나늦은것같긴한데쨌든고고혓
-
꿈에 눈이 멀어라 시시한 현실따위 눈에 보이지 않게 0
4수를 해서라도 인서울에 가라
-
대성패스 없는데 2
컨텐츠만 구매 따로 할 수 있나요?
-
3회차 4 5문제 남기고 40분 남아서 아 이거 끝났다 했는데 11번 sin 6분의...
-
난 내 돈 주고 드릴 전권 샀는데 앞 사람은 드릴 제본 해 갖고 풀면 ㅈㄴ 꼴받고...
몬 갸소리여
??
오오 갓파고 오오
뭔 개소리여. . 0하고1밖에 모르는것이
소수랑 피보나치수열만 잔뜩
작성자분이 쓰신 건 가요?
아니요. 일본인이 한거예요.
010110100110101001010100110101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