쩝쩝접 [591036] · MS 2015 · 쪽지

2016-08-24 22: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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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썰5] 미궁 속, 하늘을 향해 다시 날개를 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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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찾아온 수학 슬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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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반등 그리고 비극적 대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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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바닥에서 'Fly to the sky'를 꿈꾸다


http://orbi.kr/bbs/board.php?bo_table=united&wr_id=9000066 (4편)

밀랍날개와 함께 미궁에 갇힌 수학성적


이전 편에서 이어집니다. (배경스토리)


(수학B형 위주로의 서술 - 하지만 3월 이후부터는 입시나 타 과목의 경향도 수학B형 공부에 영향을 끼쳤으므로 이번에는 잡다한 것도 좀 간략하게라도 서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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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그 날 수업이 끝나고

학원에 가려 막 귀가하려던 때

어떤 애가 나를 바라보며 "내신 어퍼컷!" 이라 소리쳤다.

그리고나서 "내신을 잘 보면 뭐하냐? 수능을 못 보는데 내신 어퍼컷!"

"뭐 대학은 아무나 가나"

라고 낄낄거리면서 갔다.


낄낄거리면서 지나가는 뒷모습이

정말 눈꼴사나웠다.

걔를 바라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저렇게 낄낄거릴 수 있는 날이 언제까지일지나 생각해라...'



바로 목표를 하나 더 추가했다.

성적가지고 험담하던 주요 멤버(서너명)들을

수능날 적어도 걔네보다는 성적을 잘 받아서

더이상 성적가지고 험담하지 못하도록

입을 찍어누르겠다는 다짐 말이었다.



(이전 편에서 일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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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그 당시의 심정과 감정, 행동 등을 그대로 서술하였으므로 어그로성 발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기억이 안 나는 부분은 고증 이해 좀... )

(이번 편은 저번보다는 분량이 짧을 예정)



3학년 2학기 중간고사는 지나고

바로 10월 모의고사가 되었다.

그동안 영어를 열심히 공부한 효과덕분인지

비록 영어가 쉽게 나오기는 했지만 비약적인 성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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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시 영어 공부법에 관해 예전에 썼던 글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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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모의고사 결과로

국어a는 원 96으로 1등급, 수학b는 원점수는 기억 안나지만 대략 2~3등급 즈음

영어는 3과 4의 경계선 (최종컷으론 1점차이로 4...)

등등...


영어에서 독해문제를 2개밖에 안 틀렸다는 게 비약적이었다

(= 듣기에서 털렸다.)


하지만 10월 교육청 모의고사는

지금이나 그 당시나 "ㅈ살 방지용 모의고사"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었을 정도로 쉽게 나오기로 소문났던 시험


방심할 틈이 없었다.

아직도 주변의 압박들은 살아있었다.

"1개월만에 1등급은 받을 수 있겠냐?"

"벌써 재수대비 하는 거냐"


본인이 아는 소리라도 정작 들으면 싫지 않은가

그 소리들을 들어가면서도 펜을 놓지 않았다.

악착같이 덤벼들기 위해

바위에 계란이라도 던지고 싶다는 심정으로

버스 안에서도 책을 펼치고

공간도형과 씨름을 했다.


그럼에도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았다.

"공간도형과 벡터... 너는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니..."

정말 그 순간만큼은

내가 수학바보인가

수학과 나는 인연이 영영 아닌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EBS 수능완성을 한 손으로 쥐고

김이 모락모락나는 머리를 한 손으로 쥐어뜯으며

비가 내리는 버스 안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나는 수학머리가 없는 건가? 멍청한 건가? 이과 괜히 온건가?"


고민 끝에 한 가지 다짐을 했다.

"당장 날지는 못하더라도 언젠간 제대로 된 날개를 만들어서 하늘 높이 날아보자."

사실 공간도형과 벡터로 나에게 도움을 줄 사람은

그 당시에는 더 이상 없었다.


남아있는 시간도 많지 않았고

정확한 교수법이나 제대로 된 교재는 보이지 않았고

학원에선 "기하와 벡터는 머리빨이 좀 있는 것 같아..."라는 말을 듣는 상황인데

그 당시에 뭔 기회가 있었겠는가


수학책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남은 1개월동안 나머지 과목을 확실하게 다져놓고

재수라는 기간동안 다시 기회를 잡기로 마음먹었다.

그게 최선이었다.


"일단 이과 괜히 왔다는 생각은 하지 말자... 지금 당장은 길이 안 보이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분명 길은 있어... 그리고 재수를 위한 토양을 단단히 다지고... 험담하는 걔네들보다는 일단 잘 봐야지."


그 1개월동안은 수학공부 대신에

국어와 영어, 탐구 과목들에 집중했던 것 같다.

(물론 수학공부를 놓지는 않았다. 당연히 -_-)


엄마 "요즘 수학공부 덜 하는 듯한 느낌인데... 수시 포기한거야?"

낌새를 눈치챈 건 엄마였다.

겉으로는 아니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뜨끔했다.


수학공부와 영어공부 두 갈림길

그 당시 나에게 전자는 재수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상징했고

후자는 재수를 하겠다는 의지를 상징한 셈이었다.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당장 급하게 달리다가 넘어지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조금 늦어지더라도 제대로 달리고 싶었다.


그렇게 10월은 지나고 11월이 되었다.

학원은 하나 둘 씩 종강하기 시작했고

학교 선생님들과도 차차 인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013년 11월 12일 수요일.

첫 수능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잠에 들었다.


수능 당일날

공간도형과 벡터는 그 당시 나에게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거기서 영혼이 탈탈 털렸다.

아마 "공간도형... 벡터... 아아... 보인다... 재수가..." 이러다가

무려 10문제 가까이를 찍은 듯 하다.  (주관식 포함)

그 중에 6문제 (15~21라인) 를 찍어서 맞춘 덕분에

81점(3등급)을 받았다. ( = 수학 실력이 처참했다.)


현역 썰에서 언급된 부분이므로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다.




생명과학II와 영어B형에서 엄청난 선방을 했다.

평가원에서 4등급 3등급을 받으며 30점대를 면치 못하다가

막판 스퍼트의 효과 덕분인지 만점이 나왔다.

영어B형도 다른 사람들은 탈B효과(B형에서 A형으로 도주하는 인원이 생기는 현상)으로 인해

등급이 훅훅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등급 하나가 오르는 선방을 이루었다. 

(저 당시 82점이었다. 연계를 좀 우수수 틀린건 함정 연계 XX)


(화학I은 그냥 과목 자체가 노답)


아마도 험담했던 애들보다는 잘 본 편이었나보다.

더이상 험담은 듣지 않았다.

(물량공급 계산기 기준 누백 6~10% / 모 사이트 OOO에 돌렸을 때는 서성한 중하위~중경외시 상위)


"나보고 내신만 잘 한다고 했더니... 나보다 수능도 못 보는구만 쳇"

수능전까지 실컷 험담하다가 

수능후 갑자기 조용해진 애들을 보며 쯧쯧거리고 말았다.


고대의대 논술을 보러간다면서

"일반전형은 2등급 2개라고 계속 말했어요."라고 했다.

이제서야 믿는 눈치였다.



... 물론 이전 썰에서 보다시피

현실은 나도 장렬하게 전사했다.


수시를 떨어지고 상심할 무렵

학원 영어선생님으로부터 

재수학원을 추천받았다.




"강남대성학원은... 거기가 만점자 계속 배출할 정도로 가장 좋은 학원이고... 서초메가스터디는 두번째로 좋은 학원인데... 음... 여기는 수학을 잘 가르치기로 소문났어."

"선생님 제자가 수학을 못 했었는데 거기 서초메가 가서 의대를 갔거든... 물론 걔가 영어를 잘 하는 편이긴 했지만... 뭐... 그래도 거기서 수학 도움 많이 받을 거야."


똑같은 내용 쓰기에 귀찮으니 대략적으로 서술하면

강남대성 서초메가 J학원 총 3곳에 원서를 넣고


강남대성은 본원이 나가리되는 바람에 양재대성행이 되었고

서초메가와 J학원은 합격이었다.


서초메가로 최종결정하고 학원비를 수납했다.


그렇게 선행반 이전 마지막 '수능끝난 고3'의 자유를 누리면서

놀고 있던 중...


"띠리링" (진동)

휴대폰에 한 편의 문자가 왔다.

어떤 문자인가 궁금해서 휴대폰을 열어보았다.

고3 담임선생님이 보낸 문자였다.



"OO아. 재수는 하더라도 원서는 쓰는 게 좋겠다. 정시원서 시간되면 문자보내라."


"한 번...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OO아."



고3 내내 구박과 비난, 부정적인 말들만 

담임 선생님에게 들어왔다.

그러다가 수능이 끝나고나서 

담임 선생님에게서 

친절한 말들, 상냥한 말들을 처음 받아보았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너희 선배 중에 의대가려고 재수한 선배가 있었는데 그 선배는 서울대 생각 없었지만은 '선생님 학교를 위해서라면 원서 기꺼이 쓰겠습니다'하고 정시원서 딱! 넣고! 그대로 재수학원으로 갔어. 너희도 이 선배를 본받으면... 어떨까 싶다."

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학교 실적을 위해 정시...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학교? ...실컷 구박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자기들 발등이 급해질 때만 친절모드야?'

(그 해 입시가 약간 ... 그랬다)

식의 지금까지 담임선생님의 행보에 대한 반발심도 있었고

'정시 원서... 돈 아까워... 어차피 안 갈거... 치킨값이나 아끼자...'

식의 생각도 있었다.


고뇌에 빠지기 시작했다.

옆에서 다리미를 다리고 계시던 엄마와

상의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의 생각을 듣고 내 생각과 종합해서 고민했다.


고심끝에 휴대폰을 열었다.

그리고 장문의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정시원서를 쓸지 말지에 대한 답장이었다.



"선생님... 저는 정시 원서를..."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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