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종T] 지문편 - <겨울일기 문정희 살펴보기> (수능 특강 작품)
안녕하세요, 국어 강사 유대종입니다!
~
오늘 우리가 함께 배울 작품은 문정희 시인의
<겨울
일기>입니다.
문정희 시인은 1969년에 등단한
시인입니다. 그리움, 사랑, 자연, 생명, 자유, 불평등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고요
자연물을 시어로 많이 사용한
작가이며, 육체와 관련된 신체어 역시 많이 사용한 작가입니다.
다른 페미니즘 작가들이 성적인 행위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문정희 시인은 성적인 행위 자체보다도
그것의 의미(소통, 사랑, 애정)의 좀 더 관심을 지녔던 작가입니다.
문정희 시인의 시 중 한 편을 가볍게
보시죠~^-^
알몸 노래
- 나의 육체의 꿈
문정희
추운
겨울날에도
식지 않고
잘 도는 내 피만큼만
내가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내
살만큼만 내가 부드러운 사람이었으면
내
뼈만큼만 내가 곧고 단단한 사람이었으면
그러면
이제 아름다운 어른으로
저
살아있는 대지에다 겸허히 돌려드릴 텐데
돌려드리기
전한번만 꿈에도 그리운
네 피와
살과 뼈와 만나서
지지지 온
땅이 으스러지는
필생의
사랑을 하고 말 텐데
이 시에도 볼 수 있듯이 살, 뼈
등의 신체적 언어가 단순히 신체적 언어만이 아니라,
화자의 지향점을 드러낸다는 것을 알
수 있고요~
그리운 존재인 누군가와 살과 피와
뼈가 만나서 으스러지는 사랑을 한다는 것도
무언가 섹시하고
향락적 분위기보다는
따뜻하고도 정열적인 분위기가 풍겨나지
않나요?!!
그럼, 본문을 보시지요!
^^
나는 이 겨울을 누워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
염주처럼
윤나게 굴리던
독백도
끝이 나고
바람도
불지 않아
이
겨울 누워서 편히
지냈다.
저
들에선 벌거벗은 나무들이
추워
울어도
서로
서로 기대어 숲이
되어도
나는
무관해서
문 한번
열지 않고
반추동물처럼
죽음만 꺼내 씹었다.
나는
누워서 편히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이
겨울.
문정희
1.
제목을
보면, 겨울 +일기이지요?
겨울은
좀 더 보셔야 의미가 파악될 것 같지만 주로 외로움과 관련된 것 같지요?
일기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에 용이하고요. (누군가에게 설득하거나 전달의 목적이 아니기에 독백적 어조가 가능한 것
같습니다.)
2.
자 이제, 구절 별로 해석을 해 보겠습니다.
우선, 1연입니다.
나는
이 겨울을
누워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
염주처럼 윤나게 굴리던
독백도 끝이 나고
바람도 불지 않아
이 겨울 누워서 편히 지냈다.
화자는
지금 눈 앞에 직면한 '이' 겨울을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은 '겨울'입니다.
나아가 '누워서'
지내고 있습니다.
만약
다르게 가정해 봅시다. 2행의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지금
내 곁에 있다면?
'이'
겨울은 행복할 것입니다. 비록 추운 '겨울'이더라도 행복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누워'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화자인 ('나는')
추움의
강도가, 외로움의 강도가 남다를 것입니다.
황진이의
시조 한 편 보실까요?
동지(冬至)ㅅ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춘풍(春風) 니불 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
님 오신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긴 밤 외로움에 못 이긴 화자가 이 긴 밤을 잘라내어,
님이 올 때 긴 밤을 펴서 그 밤을 함께 하고 싶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하게 느껴지는 시입니다.
다시 돌아와서요~ 2행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렸다고 말합니다.
오 ~ 그대여~ 라고 하면 오히려 애상적 정서가 반감될 수 있었겠으나,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담담하고 객관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더 애틋한 정서가 느껴지고 잇습니다.
나아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갔다.'라고 하지 않고 '내가 잃어버렸다.'라는 표현을 써서 상실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3행~4행에 등장하는 '염주처럼 윤나게 굴리던 독백'은 아마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의 독백이었겠지요.
저도 좋아하는 사람과 데이트 약속이 있을 때면 몇 번이나 멘트를 짠 적이 있습니다. 만나면 떨려서 다 하지도 못할
말들을요!
그것은 비단 부질없는 것만이 아닐 것입니다. 여러 번 반복하여 연습할 동안 그 사람의 이름을 읊조리는
동안
나의 마음은 그 사람을 향해서 반짝 반짝 윤이 나겠지요.
또한 바람도 불지 않습니다.
3연과 관련지어 볼 때 임을 잃어버린 후, 문 한 번 열지 않은 화자가 바람을 느낄 리가 없지요.
그래서 '편히 지냈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정말 편한 걸까요? 반어적인 표현입니다.
남자 친구와 헤어진 여자친구가 이제 안 싸워도 되니까 마음 편하네.
이제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기쁘네.
라고 했다면 정말 그런건가요?
싸우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교감 소통이 있는 것이
무미건조한 없는 것보다 낫다는 것입니다.
마음 아픈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후,
한참 동안 발견되지
않던
어떤 아이 하나가 발견된 후,
어떤 부모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이제 기다리지 않아서 좋구나.
정말 좋은 겁니까? 아마 마음이
찢어졌을 겁니다.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아픔이 절절히
드러나는
1연입니다.
자, 이제
2연입니다.
저
들에선 벌거벗은 나무들이
추워
울어도
서로
서로 기대어 숲이 되어도
나는
무관해서
화자는 이제 차창 밖의
나무들을 바라봅니다.
저 들에 벌거벗은
알몸의 나무들이 보입니다. 그 나무들은 벌거벗어 있습니다.
밖이라 더 춥겠지요.
하지만 서로 서로 기대고 있습니다. 서로 의지가 됩니다.
벌거벗은 두 남녀가
서로 꼭 끌어안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다시 말하지만 문정희
시인은 섹슈얼리티, 에로티즘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내재된 사랑의 언어, 공감의 언어, 소통의 언어를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서로 서로 기대는
행위는 결국 숲이 되고 새로운 의미가 됩니다.
1+1은 2가 아니라
3,4,5 그 이상입니다.
근데, 나는
무관합니다.
왜냐하면 1연에도 알
수 있듯이 사랑하는 사람이 없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기댈
수도 없고,
숲을 만들 수도
없거든요 ㅠㅠ
나무들은 서로 사랑하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화자에게 대비적 정서를 부여하는 객관적 상관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
여기서, 객관적 상관물이란 ? 정서를 환기하는(부각하거나 드러내는) 사물을 말합니다.
자, 마지막
3연이네요.
문 한
번 열지 않고
반추
동물처럼 죽음만 꺼내 씹었다.
나는
누워서 편히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이 겨울
- 문 한 번 열지
않고 -> 외부와 단절하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는데 누구와 소통합니까? 그만큼 사랑하는 사람의
중요도가 나에게 컸다는
말입니다.
- 반추동물처럼
죽음만 꺼내 씹었다. -> 반추동물은 소와 같이 먹고 뱉고 또 그것을 먹는 동물이지요. 나 역시 마치 소처럼 죽음을 꺼냈다가 씹었다가
꺼냈다가 씹었다가 했다는 것입니다. 죽음은 감각의 대상이 아니죠? 오감으로 인식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것을 우리는 '관념'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관념을 씹고 뱉고 하는 구체화된 행위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교감을 나눈다고 해서 죽음이 해소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소통이 없는 현실은 죽음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러한 죽을 만큼 힘든
고통을 담담하게 평서형 문장으로 써 내려가고 있답니다.
- 나는 누워서 편히
지냈다. (1연의 마지막 행을 반복-변주하고 있습니다.)
-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역시 1연의 2행과 유사합니다.)
- 이 겨울. (1연
1행 혹은 1연 마지막 행을 반복하고 있으며 명사형으로 시어를 종결하여 여운을 주고 있습니다.)
3. 반복되는
것이 주제를 형성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 누워서 편히(힘들게!) 지냈다.
(사랑하는 대상의 부재에 대한
상실감)
p.s
목숨을 다해 사랑한다는 말
책임질 수 있나요
영혼을 태워서라도 함께 하신다는 맘
변치 않을 건가요.
수없는 고난처럼 그대
가슴 꿰뚫어 진호의 피를 토해도
나를 사랑하는 이유로 참으실 수
있나요.
그 피 지혈되지 않아
그대의 가슴 마침내 비어버려도 후회하지 않을
건가요.
하지만 그대 그냥 약속만 하세요
맹세만으로도 나는 차마 행복하는 것을
정말 그렇게 하실 필요까진 없어요.
그대 정녕 나를
목숨처럼 사랑하신다면
죽어서 남기는 불꽃같은 사랑보다
살아서 느끼는 보드라운 손길로
내게 머물러주세요.
그대가 나를
진정 사랑하신다면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학원선생님들한테 물어보니 의견이 분분해서요 정확한 답이 뭘까요?
-
확통 자이 돌리고 있는데 좀 감 잡았다 싶으면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버려서 자이 진도...
-
경희대 다신 보지 말자 제발! (한의대 빼고.) 수학 더 열심히 해야게써요 솔직히...
-
재종반 상담 0
님들 재종반(메가) 상담 하러 갈때 수능이랑 6모 성적표 가져오라는데 수험번호...
-
내신은 일단 대충이나마 깔아놨고 이제 맘 편히 수능준비 해야징
-
메가 김기현T 아이디어, 싱커 완강에 수1커넥션 완강했고 수2는 개어려워서 잠시...
-
전 없어요 중학교 때 누가 우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주변애들이 몰래몰래 욕하는 거...
-
고등학교 애들이 보는 시험이라고 해가지고 수능 만만히 보는 경향이 좀 있는 거...
-
성적표(국어만) 1
다른 과목은 부끄러워서 못 올리겠다.. 9모때는 다른것도 잘 맞아올게
-
드릴드 수2 시즌1은 거의 다 그냥 가형 변형이네요 1
그냥 가형 문제 함수를 초월함수가 아닌.. 다항함수로 푸는 느낌..
-
연계 사실 없지?
-
눈쌀찌푸리면서 보네 ;;
-
기업일수있다. 자회사 유빈
-
종이는 아닌거같은데 뭔 재질이지
-
내신 Bb 원원 한다는 가정에 지방치대 정도 되나?
-
올오카다시.. 0
지금현역입니다올오카3월안에완강했렀는데 내신하느라 뭔가 감을 잃은 느낌이에여 문학은...
-
이런여초커뮤 가입자가 85만이라..
-
잇올 성적표 1
잇올 다니는 재수생인데요. 6모는 학교에서 봤고 성적표는 사진으로 받았는데요. 근데...
-
1등급이 9.6명(반올림하면 10명?)인 생윤에서 제가 내신을 중간 때 9등...
-
n수가 n수를 낳는다 무한반복 저 또한 밀려서 재수중이고 다시 누군가를 밀어내고 그...
-
평가원난이도인 쉬운실모를풀어야..
-
어떻게 독해해서 푼 문제는 다 틀리고 배경 지식으로 찍은 문제는 맞냐 ㅠㅠ 운좋은 저능아라 우렀써
-
두각 태성관 2
김동하 영어 수업 태성관 101호라는데 L층에서 어디로 가야 되나용...
-
6평보다더어려운거같은데
-
페미니즘사상검증공동대응위원회 "부당해고·사이버불링 당하는데 누가 위험 감수하고...
-
이거 망한다고 설대 내신이 BB 안나오진 않겠지?
-
병원들렸다가 학원가기전에 라면하나 먹으려했는데 종이봉투에 젓가락이 2개 있더라구요...
-
한의대 가고싶다 2
텔그 보니깐 현타오네
-
다들 맛점해! 3
오늘 뭔가 잘 될거같은 날이야 비는 안오면서 서늘하고 날씨도 좋네 다들 힘내자!
-
안녕하세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수능 수학(미적)을 준비할 때 고1 수학을...
-
필수의료(바이탈수련만가능) 지역의료(비수도권진료만가능) 제한 확실히 걸어두면됨...
-
30번에 수열 좀 그만 내
-
양승진 기코 0
하도 기코랑4코 좋다고 해서 해보려고하는데 6모 4떴고 뉴런 하다가 너무 어려워서...
-
공부의자사려는데 이거 괜찮나여 바퀴달린거보다
-
문관데 탐구를 가장 못함ㅋㅋ아.
-
시카노코노코노코 2
코시탄탄
-
고1~고2 이때 공부에 눈을 떠서 그냥 새로운 걸 배운다는 거 자체가 재밌었음 고1...
-
코노 가면 오늘 콘서트 가기 전에 윤하 노래 미리 좀 부르는 대신 체력 소모 있음...
-
졸린데담배피니까 3
당장이라도엎어지고싶당
-
무난하게 미적 과탐1이라고 생각하면 어디까지 ㄱㄴ??
-
요즘은 언급이 거의 없네요 풀어보신분들 어떠셨나요???
-
이거 지키는게 빡세긴혀
-
D0 주신 교수님이 있는데.. 얘가 단위가 큰 거라 국장이 짤리는데...
-
경북치는 과탐 1개 반영인줄 알고 썼는데 2개 반영이라 한장 날렸고 충남의는 과탐...
-
윤리덕후 스토아
-
계속 혐오의 극치를 달리는 기분
-
수능보다 제시문 면접이 두려웠던 사람이지만,, 학원 안 다니고 독학한 거 후회 안함...
다음은 TF 문제입니다
1.현재 상황에 대한 화자의 극복의지가 형상화되어있다(o. x)
2. 표면과 의도가 상반된 표현을 사용하여 시적 긴장감을 부여하고 있다(o. x)
3. 숲은 화자의 낙관적 처지를 비유적으로 드러낸 시어이다(o. x)
4. 명사형 종결어미로 시를 마무리하여 여운을 주고 있다(o. x)
5. 대상의 부재 상황이 시상 전개의 계기가 되고 있다(o. x)
xoxoo
이번엔 다 맞췄습니다. 뿌듯하네요ㅎㅎ
염주처럼 윤나게 굴린다고 표현이 참,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시인이 이별의 슬픔을 곱씹었을지 느껴지네요..
항상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
곧 평가원 대비 실전 모의고사 문제 올라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5개 시 모두 클리어 했네용 ^^
좋아 좋아 ~ 행복합니다 ㅎㅎ.
수고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