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찌❤️ [798377] · MS 2018 · 쪽지

2019-02-25 21: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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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세번 보면서 느낀 것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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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세번 보면서 느낀 것들 - (1) : https://orbi.kr/00021345669


감사합니다 써놓고 아무도 안읽길래 (ㅠㅠ) 잊고 있었는데 누군가는 읽고 계셨군요 

그분을 위해서 글을 마무리해 보도록 하게씀


저번 글을 읽어보니까 재수해서 연대 전화기 붙었다는 글까지 썼었다.

 사실 처음에는 붙은 대학 그냥 끝까지 다니려고 생각했다. 대학 붙은 직후에는 수능 시험장에 다시 들어가기 너무 싫기도 했고, 그해 수능이 쉬운 편이었는데 내가 실수를 좀 해서 성적이 확 낮게 나온거라 수능을 다시 보고 실수를 안할 자신이 없기도 했다. 그래서 이때 유럽여행 티켓도 끊고 (사실 이거 삼반 방지용으로 끊은거였음...) 정모 비정모도 열심히 나가고 오티 새터도 열심히 갔다. 


 송도 생활도 나름 열심히 했다. 밥약도 다니고 동아리도 나갔고 나름 학교 공부도 열심히 했다. 3-4월엔 재미있었는데 5월쯤 되니까 현타가 좀 왔었던 거 같다. 주변 동기들 중의 일부는 진짜 공대, 특히 우리 과를 오고 싶어서 온 친구들이 있고, 그 친구들은 과에서 어떤 공부를 해서 뭘 하겠다 이런 목표가 있는데 난 그런 게 없다는 게 싫었던 거 같다. 처음엔 그 친구들을 따라서 나도 목표를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딱히 생각나는 게 없더라. 공대를 가고 싶어서 공대를 간 게 아니니까 당연하지. 그때까지만 해도 학교를 관둬야지 마음을 먹진 않았는데, 누가 나한테 그랬다. 자기는 세브란스 병원 건물을 보고 3년을 학교를 다닐 자신이 없다고. 그 말 듣고 약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대로 어영부영 4년 마치고 졸업을 하면 지금이 아니라 4년 뒤에 수능을 다시 볼 거 같았다. 그대로 갔으면 되게 후회했겠지


 그렇다고 여행을 안갈 순 없으니까 여행을 다녀오고 수능공부를 시작했다. 시대인재에서 공부를 했는데 여행 다녀오고 시작한 거니까 거의 남들보다 한달쯤 더 늦게 시작한 셈이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다녀온 건 잘한 짓이었다고 생각한다. 힘들 때마다 여행다녀온 기억으로 버텼다. 사실 반수하면서는 플래너도 안썼다. 공부 열심히 안했다... 그냥 까먹었던 거 기억 되살리는 정도로만 했다고 생각한다. 국어는 성적이 떨어졌으니까 할 말이 없고, 수학은 좀 올랐으니까 수학에 대해서만 좀 쓰자.


 수학 점수가 88->100으로 올랐는데, 물론 이번 수학이 쉬운 것도 있었지만 오른 데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수학 문제를 대하는 내 태도가 좀 많이 바뀌었다.

 작년에는 수학 문제가 일정 수준으로 어려워지면 마음속에서 좀 포기를 했었다. 30번 문제 수능에서 풀고 싶다 생각은 했는데, 왠지 난 어려운 수학문제는 못 풀거 같았다. 수학 공부를 재수할 때 제일 열심히 했는데, 그러면서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수업만 엄청 열심히 듣고, 적당히 어려운 문제만 겁나 많이 풀었다. 그렇게 공부하다 보면 수능 때는 30번을 풀 수 있을 거라고 합리화를 했다. 그럴 리가 없지...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려운 문제를 시도했다가 안 풀렸을 때 좌절감? 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던 거 같다. 


 작년에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시대인재에서 시험 볼 때, 21 29 30 세 문제 중 한문제는 무조건 맞춘다는 생각으로 덤벼들었다. 나머지 문제는 시간이 없어서 다 못푸는 한이 있더라도 세 문제 중 하나라도 맞추면 성공이라고 합리화를 시켰다. 나한테는 실수를 잡고 시험 감각을 익히고 이런 건 둘째 문제였다. 일단 어려운 문제에 대한 거부감부터 없애야 했다. 처음에는 90분을 한 문제에만 투자해도 안되더라. 그러면 다른 공부는 하나도 안 하고 그 한문제만 풀겠다는 마인드로 그 문제에만 매달렸다. 하루종일 한 공부가 수학 두 문제일 때도 있었다. (이건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이 없어서 되는 방법이었을 수도 있다.) 처음에는 진짜 빡대가리마냥 느렸는데, 그러다 한 문제가 풀리면 그렇게 성취감이 들 수가 없었다. 신기하게 처음에는 진짜 거의 대부분 결국에는 해결을 못했었는데, 한문제 한문제 풀다 보니까 풀어지는 문제수가 늘더라. 거의 끝까지 수학은 그렇게 했다. 숙제를 다 한다는 마인드가 아니라, 프린트가 나오면 내가 못푸는 문제 중에 한 문제만 풀자 라는 마인드로 공부했다. 솔직히 마지막까지 받은 문제들 중에 소화한 게 한 20%는 되려나 싶다. 


 저 수학 공부방법은 사실 되게 위험한 방법이다. 효율도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내가 과외생을 맡는다면 이 방법을 추천할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방법을 쓴 이유는 누군가에겐 이게 수학 슬럼프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력이 없지는 않은 거 같은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시험을 막상 보면 죽어도 30번은 못푸는 학생들에게는(이런 학생들에게만) 이 방법을 추천한다. 어려운 문제번호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쓰면서도 공부를 이렇게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마인드로 할 수 있는 학생이 몇이나 될까 걱정이긴 하다)


 이렇게 수학공부 하고 나머지 공부 페이스 맞춰서 온 대학이 내가 3월 4일에 입학할 대학이다. 사실 엄청 만족스럽냐 물으면 잘 모르겠다. 국어 시험장에서 긴장만 안했으면 한 문제 더 맞췄을 거 같고, 물리 이렇게 쉽게 나오지만 않았으면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었을 거 같고 그렇다. 근데 수능에만 매몰되어 있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으니까, 이번엔 진짜로 여기서 나름 열심히 해보고 싶다. 3년 수험생활 정리하면서 쓰고 싶은 내용은 얼추 다 썼는데,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쪽지나 오픈카톡 또는 댓글을 달아주면 천천히 써보도록 노력은 하겠다.(천성이 글이 느려서 실제로 쓴다고 자신은 못하겠다) 누군가는 내 글을 읽고 재밌게 느껴줬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더더욱 좋겠다. 그리고 혹시나 이 글 읽고 내가 누군지 아는 실친이 있으면 다시 말하지만 혼자만 알고있지 말고 옯밍 시켜줬으면 좋겠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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