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결핍이 아름다움을 완성시킨다.
때로는 결핍이 아름다움을 완성시킨다.
-신경숙-
소설을 읽습니다.
저는 소설을 좋아합니다.
스르륵 스르륵. 소설은 이야기의 서사니
난해한 책이 아니라면 스르륵. 스르륵 읽힙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책을 바라보는 저의 시선이 멈출때가 있습니다.
무언가 아름다운 문장, 혹은 현재 상황에 위안이 되는 문장.
혹은 내면에 새기고 싶은 문장을 만날 경우입니다.
그럴 경우 저는 잠시 멍하게 그 문장을 바라보다, 옮겨적습니다.
스마트폰이 있다면 네이버메모장에.
혹은 종이와 펜이 있다면 여백에.
일단 옮겨적고 봅니다.
제목에서 언급한, 첫째줄에 언급한 저 구절은
신경숙 작가의 '리진'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제가 저 문장에 시선이 머물때, 순간 그대로 얼어버렸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시선이 멈추는, 세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했습니다.
저 문장 말고도 좋아하는 문장들이 여럿, 있지만.
전율스러운 문장을 만날때는 항상 아찔합니다.
결핍이 아름다움을 완성시킨다는 문장은 저에게 왜 아찔하게 다가왔을까요?
그건 아마.. 제가 결핍이 좀 많은가 봅니다.
이야기하기 전혀 유쾌하지 않은 결핍들이..
결핍이 아름다움을 완성시킨다.. 는
우리가 학교에서 성실하게 배운 역설법이죠?
결핍의 사전적 정의는
1.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지거나 모자람.
이라네요.
그런데 있어야 할 것이 없거나 모자란 것이 어떻게 아름다움을 완성시킬까요?
저는 왜 저 문장에 끌렸을까요?
제 자신의 경우에 비추어 보거나, 주변을 바라본 후의 성찰,
혹은 단순히 현상을 넘어 본질을 찾기위해 흘려보냈던 사유의 결과물들 때문에
저 문장에 매료되었습니다.
자기자신을 바라보는건, 생각보다 아플 수 있으니
타인들을 바라 봅시다.
그대들의 주변에서 '아름답다'라고 느껴지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외모말구요.ㅠ...
무언가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그것에 맞춰 노력하는 사람 아닌가요?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자기통제를 통해 자기 삶의 주인이 됐을까요..?
주변이나 제 자신을 바라보고, 또한 깊게 생각해보면.
그 기저에는 결핍이 존재했던것 같습니다.
외모건 가정환경이건. 역설적으로 지능이건.
기타 여러가지... 자기가 이름붙인 모든것이 결핍이 될 수 있습니다..
남들은 이해 해주지 못할 자신만의 이야기들까지..
매사의 여유가 있고 부족함 없이 살아온 아이들은
뭐.. 공부를 잘할 수 도 있고 예쁘거나 잘생길 수도 있지만..
'절실함'으로 무장한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적당히' 살더군요..
부러울 수는 있지만.. 본받고 싶지는 않더군요.
아마 결핍이 아름다움을 완성시킨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그 이유는 어느방면에서 '결핍'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다른 방면에서의 '절실함'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나오는..
'로마를 로마로 만든것은 시련이다' 라는 문장처럼.
우리는 무언가 현재에 불만족을 느낄때.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삶에 대해 다른 태도를 취합니다.
물론 모든 변화가 긍정적이지는 않죠..
그래서 신경숙 작가가 '때로는'이라는 조건을 붙인것 같습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반응하는 우리들은 여러모습이니까요.
처음에 제시한.
불완전한 조각상이 시간을 거슬러 현재에도 빛을 내는 이유는
결핍에 반응한 미묘한 태도의 차이에서 비롯되었겠죠.
그대들은 어떤 결핍,열등감이 있나요?
그리고 그런부족함들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시나요?
불안정한 가정환경은 .
누군가에게는 엇나가는 계기를.
누군가에게는 꿈에 절실함을 갖는 계기를.
부족한 지능은.
누군가에게는 뇌탓하며 포기하는 정당화를.
누군가에게는 조금더 노력해야하는 배경을.
아, 물론 여기는 수험생입시사이트라.. 공부에 목매라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진정 자신이 공부말고 다른것을 원한다는 확신이 선다면.
부모님의 간섭을 물리치고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게 옳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대들을 응원할 것입니다.
그리고..
혹시나 그대들이 제가 지금 하는 이야기들을
듣기 좋은 말장난으로 치부할까봐 제 수험시절을 이야기 하려합니다.
뭐.. 사실 스펙터클한 이야기는 없지만..
나름 꾸준히 공부한 고등학생으로서, 객기(?)부린 독학재수생으로서,
원치 않았던 재종반 삼수와 독학삼수생으로서, 할 이야기는 좀 있습니다.
.... 아.. 내가 왜 한다그랬지?
....
그래도.. 자신에게 솔직해져 보는 것이..
자기 자신에게도 그대들에게도 도움이 될거라 믿고 이야기합니다.
아?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지?
;;
고1때 공부한 이유는 '의무감'과 '도전정신'이었습니다.
사실 지나고 보면 별것 없지만, 막상 고등학교를 들어가면
야자라는 것도 하고... 교복,친구들도 바뀌며..
'입시'라는게 크게 다가오잖아요?
그래서 무언가 하지 않으면 뒤쳐질거같고..
그래서 고1때 저를 지탱해준 한축은 '의무감'이었습니다.
또다른 한축은 '도전정신'이었는데 여름방학때 다니던 종합학원을 끊고
(저는 초3때부터 고1여름방학까지 오로지 종합학원만 다녔습니다.)
인강과 독학으로 변화에 따른 '도전'을 감행했습니다.
그저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 시절을 회고하면 아주 열심히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공부하는 습관을 만든것 같습니다.
우리는 항상 시행착오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이잖아요?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3때 시행착오를 시작한다는게 문제지만요..)
고2때 나는 어땠을까.. 회고해보면
쉬는 시간에 항상 mp3를 끼고 수학문제를 풀고있었고..
교실에서는 항상 성적이 2등이었는데..
독보적인 1등은.. 내 공부량의 절반이 안 된다는걸 지켜보며
천재와 둔재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았습니다.
또한 야자 쉬는 시간이 싫어서 가방메고 식당에서 밥먹고 바로 독서실을 갔습니다.
주말에는 풀자습하면서 점심은 칼로리바란스와 미숫가루?.. 정도로 때우고..
마음에 안드는 성적표를 바라보며
'원래 성적은 고3때 오르는거야!' 라며 스스로를 위안했습니다.
사실 고2때는 좋은 친구들이 많고 반도 좋아서 크게 힘들진 않았던것 같습니다.
짝사랑했던 여자애가 저랑 친한친구랑 사귀었던거 빼구요.. (ㅠㅠ)
그리고 고3.. 관성과 절실함의 시기.
이전까지 해온 공부가 성적으로 남지는 않아도 태도로는 남더라구요.
고3떄는 엄청나게 공부했습니다. 13시간? 14시간? 15시간?
초반에 안 좋은 교실분위기와 부모님의 다툼 때문에 시쳇말로 '멘붕의 멘붕'을 겪었지만.
원치 않는 우연을 감당하고. 과하게 공부해서
개학후 3일정도는 아침에 샤워할때마다 코피가 나기도 했습니다...
현역으로 서울대의대갔어도 어떤 친구도 '시기'하진 않았을껄요?
우리는 보통 적당히 공부해서 말도 안되는 성적을 받은 사람을 '시기'하지
엄청 노력해서 성적올린 사람들을 '시기'하진 않으니까요..
그런 사람들까지 '시기'해버리면.. 우리는 어떻게 성적을 올립니까?
겨울방학때 미친듯이 공부했지만 3월 교육청모의는 박살나고..
일주뒤 3월 대성사설 잘봐서 한껏 들떴다가
4월 교육청이 그 들뜸(?)을 가라 앉혀주고..
나름 '수능스타일'로 공부했다고 자부했지만, 믿었던 6평도 그저 그렇고..
7월 교육청은 말그대로 '폭망'해서 질질짜고..
모의고사던 내신이던.. 고3때는 그런 시험은 별것 아닌지 알지만
한도끝도 없이 무너지는 제 자신을 붙잡기에는 저의 내면의 힘이 부족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3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처음으로 반에서 내신1등을해봤고
(전 거의 2등만 했습니다.. 왠지모르게 꼭 ㅋㅋㅋ... 그래도 못한건 아니 잖아요!?)
그해 수능도 평소보다 굉장히 잘봤습니다...
친구들이 '역시 노력한애들은 마지막에 빛을 보는구나' 라고 이야기 해주면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데 재수?
'객기'의 독학재수시절입니다 ㅠㅠㅋ
왠지 독학재수가 멋있어 보였고 그것을 하면 모든걸 이룰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현역때 서울대자유전공만 원서를 넣었고.. 떨어졌습니다..
;;; 뭐한건지 진짜..
2011년 1월 2일. 방에서 칩거하면 침묵을 깨고
도서관을 가서 자리를 맡으려는데..
청소년실의 표를 거부당했습니다.
나는 성인이더라구요.
그런데 성인실은 꽉차서 자리가 없었어요..
'어디서 공부하지?'
'나 어른이야?'
이런 질문들 떄문에 충동적으로 슈퍼마켓에 가서
되도않는 어른인척을 하기 위해
'저기.. 세븐일레븐 한갑주세요'라는 한마디를
주인아주머니께 오천원짜리 지폐한장과 건넸습니다.
(마일드세븐인데.. 제가 담배를 몰라서.. ㅋㅋ.. 근데
신기하게도 마일드세븐 한갑주시더라구요.. 난 나름동안인데! 민증검사도 안하고!)
그렇게 내적 방황은 시작됐고
그리도 성실하던 제가 일순간에 무너졌고.. 지하철타고 서울다니고.. 갑자기 게임하다...
방에서 줄담배피다가... 소주 나발불다가..
이런! 거지 같은 스무살!!
그렇게 6월까지.. 하루공부하면 하루날리는 지독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7월부터는 고3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열심히 공부했지만..
수능당일날 컨디션이랑 고사장 분위기도 안 좋았고
공부량도 약간 부족했던듯 합니다. 고3때보다 성적이 안나왔어요.
쌩삼수를 할 의도는 없었지만..
하나는 붙을 줄 알았던 정시 원서가 3패를 하고 자연스럽게(혹은 잔인하게도) 삼수생으로..0 XDK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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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ㄱ..기..기 ..길어..
ㅠㅠ
5782 자요
200자원고지 28.91장 분량..
머 머싯다 +ㅁ+....
ㄳ
더 공유하고 싶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화이팅 늘 꿈꾸는날!
저는 지나온 과거를 돌아본적 없는데 ㅠㅠ
생각없이 지내와서 어땟는지 모르겠어요
성찰이란 익숙해지면 의식적으로 하지만..
처음의 시작은 우연처럼 만나는 거에요..
어느때인가.. 갑자기 스스로의 모습에대해 사색하고있는
자신을 만나시게될거에요.
처음엔 좀 따끔거릴 수도 있지만.. 그것이 올바른길이라 믿어요.
다 읽었습니다.. 너무 힘이되네요 공부안하는 학교분위기가 싫어서 근1년동안 전학을 고민하며 스트레스 받던 현역입니다..
이제 환경을 바꾸기보다 저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환경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 겠지요..
하지만 바꿀수 없는 환경속에서 스스로 감정소모만 한다면
자기자신에게만 악영향을 끼치겠지요..
제목보고 비교하지말자님이 쓰셨다는 걸 딱 직감했네요ㅋㅋ
그런데 저같은 경우에는 타인에게 관심을 두다보면
오히려 제 자신이 비참해지더군요... 깊은 한숨도 나오고 말이죠...
스스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스스로의 절대적인 시각으로 사는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
어?
마지막에 타자에게 관심을 돌리라는 말이요?
그거 경쟁하라는 이야기 아니에요..
자신을 지치게 하는 경쟁은 목마를때 바닷물을 마시는 행위에요..
저문장은..
제가 지금 여러분들에게 관심을 돌리듯..
그렇게 관심을 돌리라는 거에요..
따스히.. 자기의 시행착오의 과정들로 남들의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좋은글인데.... 댓글중에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 있어서 조금 눈쌀은 찌푸려지지만. 저분들도 다 읽고 장난으로 쓰신거라 믿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같은 환경(상황)에서도 개개인의 행동이 다르기에,
우리들이 동물이 아닌 인간인가 봅니다..
우와 필력이라고 해야하나? 글 되게 잘쓰시네요
역시 책많이 읽는 사람은 달라도 뭐가 다른가봐요..
전 제가 고3들어와서 제일 후회안한게 책 안읽은거에요
고2때까진 아무 생각이 안들었지만, 고3되니까 알겠더라구요. 제가 글을 얼마나 못쓰고 그게 얼마나 매력없는지.
그래서 전 대학붙으면 남는 그 기간동안 안읽었던 책을 좀 읽어볼까해요
어쨋든
그래서 전 글 잘쓰는 사람 보면 완전 반해요 ㅎ
되게 뭔가 글이 .....음 진짜 잘쓰세요!
추천 후 스크랩!
저도 수능끝나고 엄청나게 독서한 편이에요...
그전까지는 독서량 굉장히적었는데..
수능끝나고 많이 읽을땐 하루에 한권반까지?
감사합니다!
수능도 열심히 준비하시고 끝나면 독서도 열심히 하시구요!
근래 오르비에서 본 글 중 가장 가치있고 맘에 드는 글이네요. 추천
어수선한 마음을 가다듬고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기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항상 비교하지말자님의 글 북마크 해놓고 보고싶을때마다 보고있어요 고맙습니다 많이 반성하게되네요
철학자 시네요. 잘 읽고갑니다.
룰루랄라 독삼인데 미처가고 있어요 살려주세요
독학힘들죠..
삼수도 힘들죠..
그게 섞이면 감정조절하기 참 힘들죠..
그래도 초시계보니 어느정도 공부량이 받쳐주긴 하네요..
.. 후,, 멘탈은 남들이 통제해줄 수있는, 겨우 인터넷에서 글로 소통하는
제가 도와주기에 참 난해한 부분이에요..
새벽 3시였네요.. 일찍 주무셨어야했는데.. 2:55 라는 숫자에서부터
무언가 아련함이 느껴지네요..
너무힘들땐 주변을 좀 산책하거나.. 독서를 해봐요..
감성적인.. 신경숙작가의 외딴방이나 박경철씨의 시골의사의아름다운동행..
슬픔위에 더 큰 슬픔을 부어주면.. 자신의 슬픔이 좀 덜해보이더라구요..
안녕하세요 6평전에 님 쪽지보고 힘 많이 얻었구요 모평도 어느정도 선방을 했습니다. 시험당일 새벽에 쪽지를 확인했는데 화이팅이라는 글자하나보고 왜이리 가슴이 아프던지요.
6평 이후 제 자신이 다시금 흐트러지는게 느껴집니다. 경험담을 읽고 기말고사(현재)끝나고 7월학평망가지는게 아닐까 고민이 많이 되면서도 정작 몸이 움직이지를 않는군요
절실함이 많이 부족한가봅니다
그래도 억지로라도 자신을 끌고가려고요 오르비에 들어와서 비교하지말자 님 글들 보고 다시한번 힘을 냅니다. 앞으로 좋은 글들 많이 써주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ㅜㅜ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정말 글을 조리있고 깔끔하게 잘 쓰시는 거 같아요.
요즘 문득 생각나는 것이 비교하지말자님이 이 글을 통해서 하고자하는 말씀이었어요. 에궁, 하여튼…….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글 보고 힘냅니다!
^^
10년후에 문단에서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