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모 몇 개 풀지 딱 정리해줌 (명시화 욕구)
모두 불안한 시기다. 나도 수능을 쳐봤고 실패도 해봤다. 재수 끝에 의대 합격도 해봤다. 그래서 지금이 얼마나 불안한지 잘 안다.
학생들이 마음이 급한가보다. 이런 질문을 많이 한다. "실모 몇 개나 풀어야 할까요? 매일 풀어야 하나요?" 이에 대한 답을 준비했다.
내가 직접 경험한 일화를 들으면 답이 될 것이다. 꽤 흥미로운 이야기다.
전국단위 화학경시대회를 준비한 적이 있다. 일반화학과 유기화학까지도 나오는 시험이었다. 꽤 난도가 높았다.
당시에 나는 과학에 야망이 있었다. 국어/영어는 바보였지만, 과학은 사랑했다. 꼭 이 시험에서 큰 상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교육특구의 대형학원에 등록했다.
역시 학원에는 좋은 자료가 많았다. 모의고사 60회분이 준비되어 있었다. 각자 한 회를 풀어서 검사 받으면 다음 회를 나눠주셨다.
그때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작년에 금상 받은 선배가 있어. 그 선배는 52개를 풀었어. 그게 내가 본 최고 기록이야."
학생들은 술렁술렁했다. 모두 자기가 더 많은 모의고사를 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기필코 50개 넘게 풀어서 금상 받아야지."
나도 열심히 하겠노라 다짐했다. 그런데 진도를 빠르게 빼기가 어려웠다. 성격이 꼼꼼한 탓인지 한 회차를 복습하는 데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1) 쉬운 문제라도 더 효율적인 접근법을 고민했다.
2) 어려운 유형은 이전에 풀었던 시험지를 다시 꺼내와서 서로 비교했다.
시험지에 있는 모든 유형의 접근법을 정립하고 나서야 다음 회차로 넘어갔다.
최선을 다해서 공부했지만 결국 12회까지밖에 풀지 못했다. 대부분 20회 이상 풀었고, 50회 넘게 푼 어린 동생도 있었다. 모의고사를 많이 푼 친구들은 의기양양했다. 선생님도 그 학생들에게 기대를 걸었다. 12개밖에 못 푼 나에겐 관심이 없어보였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나만 금상을 받았다. (자랑을 하는 거 같아 죄송합니다. 10년 전 일이니 봐주십시오ㅜㅜ)
이게 중학생 때의 일이다. 그러나 그때의 기억은 아주 강하게 각인되었다. 남들이 옆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를 풀든 신경 안 쓰게 되었다. "저렇게 풀어봤자 남는 것도 없을텐데"
수능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어디를 가도 새로운 컨텐츠가 쏟아진다. 실모를 50개씩 푸는 친구도 있다. 나도 그만큼 풀어야 될 거 같은 불안감도 든다.
그런데 다들 속으로는 알지 않는가? 모의고사를 몇 개 푸는 지가 점수를 결정하는 게 아니다.
수능 전까지 모의고사 10개만 풀어도 괜찮다. 그래도 중요한 유형은 몇 번씩 만나게 된다. 어떻게 분석하고 피드백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1) 쉬운 문제는 뜯어보면서 다듬고, 2) 어려운 유형은 모아서 접근법을 분석하자.
그런데 왜 학생들은 아직도 양에 집착할까? '명시화 욕구' 때문이다.
수험생은 불안하다. 모든 게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걸 명시적으로 나타내길 원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지금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수치'로 보고 싶다. 다른 사람에 비해 얼마나 공부했는지 정확한 '수치'로 보고 싶다.
그런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모의고사를 푼다. 그러나 일시적인 도피에 불과하다.
점수가 못 나오면 빨리 다음 모의고사를 풀어야 한다. 이게 내 실력이면 너무 비참하기 때문이다. 점수가 잘 나와도 빨리 다음 모의고사를 풀고 싶다. 진짜 실력이 오른 건지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당연히 공부에 깊이가 안 생긴다.
공부는 원래 눈에 안 보인다. 진짜 수능에 필요한 '사고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수능날 열어봐야 아는 것이다.
그래서 수험생은 원래 불안하다. 그 사실을 알고 묵묵히 나아가야 한다. 계속 뭔가를 확인하려고 애쓰지 말자. 계속 확인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나약한 사람이다.
내실을 다지는 공부를 하자. 수능이 2년 남았든, 2개월 남았든 바뀌는 건 없다. 실력을 높이는 방법은 언제나 똑같다. 이미 정해져 있다.
꼭 이 칼럼을 읽어보길 바란다. 내 인생을 바꾼 방법이다. 다음은 당신 차례였으면 한다. 나는 어떻게 의대생이 되었을까?: https://orbi/medchan19/223034590100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힘내세요.
0 XDK (+1,000)
-
1,000
-
대 승 리
-
[단독] 정부, ‘KC 미인증 제품 직구 금지’ 시행 보류 2
정부가 국내 인증이 없는 전자제품·장난감 등에 대한 해외 직접 구매(직구)를 6월...
-
“내 잘못이지”… 300만 유튜버 혹평에 폐업 위기 5
‘지역 비하’ 논란에 휩싸인 300만 유튜버 피식대학 영상에 출연한 식당 사장의...
-
천안문 4
-
오르비를 오래 하고싶다면 말이지….
-
관리자에게 건의 6
1. 재릅기간 1년 > 3개월~6개월로 단축좀 2. 오르비 탈퇴하려고 하면 유예기간...
-
2005년이 왜 상징성 있는 해냐고 하냐면 당시 황우석(지금은 사기꾼) 박사를...
-
세상은 넓고 이쁜여자는 많다
-
이재명이 관짝으로...
-
https://www.orbi.kr/00068105612/%5B%EC%82%AC%ED...
-
의대생·전공의, 정부 손 들어준 사법부 비판…"법리 무너져" 1
아산병원전공의협·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 심포지엄 울산의대 학생회장 "대학 믿겠다는...
-
지적장애 여성 금속파이프로 때려 숨지게 한 20대女…2년만에 ‘징역 4년’ 12
재판 계속 불출석하다 뒤늦게 구속돼 지적 장애인을 꾀어내 돈을 벌려다 뜻대로 되지...
-
과연..
-
푸앵카레 정리에 대하여 15
진리는 사실 가까운데에 있습니다 간결하면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렇게 간결하게...
-
.
-
또봐 캔스탑~ 재필삼선 실모 얼른 찾아 bring the light of a...
-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 ‘맘카페’ 폭발에.. 정부 “위해성 확인 제품만 차단” 진화 8
국가통합인증마크, KC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차단하겠다는...
-
뉴진스 멤버 5명 법원에 탄원서…민희진 측에 힘 실은 듯 1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간 법적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뉴진스 멤버 5명...
-
직주빈들 지들 손해보기싫어서 밥그릇지키기 ㅉㅉ 행정부가 무역규제하겠다는대 소비자가...
-
전역하고싶당 0
-
저거 자유무역 협정 체결돼있는 모든 나라에 도전장 내미는거 아님? ㅋㅋㅋ
-
야뎁이든, 불법 웹툰 사이트든...
-
OOO
-
尹 "정치적 자유 확장에도 많은 국민 경제적 자유 못 누려" 11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
많은 학생들이 스타크래프트를 하다보니(저 세대는 스타였는데요, 요즘은 롤인가? ㅋ)...
-
협상교환 호혜적교환 호혜성
-
일어났어요 8
ㅇㅂㄱ
-
"아직 안 끝났다"…'의대증원 정지' 남은소송 3건에 촉각 9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 증원과 배분 처분을 멈춰 달라는 의료계의...
-
점메추
-
직구 금지는 1
정부가한거? 국회가한거?
-
문동주 큰일났네 3
안그래도 부진해서 엔트리 말소당했는데 직구 금지되면 어떡하냐…ㅜㅜ
-
도대체 손흥민이 무슨 잘못했다고 공개 사과까지..."나도 인간이다. 내 책임이다" 2
도대체 손흥민이 무슨 잘못했다고 공개 사과까지..."나도 인간이다. 내 책임이다"...
-
한편, 천만 명작 ‘태극기 휘날리며’는 오 6월 6일 재개봉된다. 오 빈이형 나라를...
-
제주 국제학교 학생이 '딥페이크'로 여학생 성 착취물 만들어… 경찰 수사 4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지역의 한 국제학교에 다니는 남학생이 또래...
-
[단독] 공황이라던 김호중, 거짓 자수할 때 다른 일행과 캔맥주 구입 2
【 앵커멘트 】 음주 뺑소니 의혹을 받고 있는 유명 트로트가수 김호중 씨 관련 수사...
-
홍준표 "대구경북 통합해 '대구광역시'로"…이철우 "당장 TF팀 만들어 통합 추진" [영상] 9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17일 '대구경북(TK) 통합'을 공식화하면서...
-
영양군수, 피식대학 '지역 비하' 논란에 "많이 아쉽지만…" 1
314만명의 구독자수를 보유한 코미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경북 영양군을...
-
여긴뭉탱시티 0
뭉탱뭉탱 뭉탱뭉탱
-
. 0
댓글 글자수 제한에 걸려서 여기다 씁니다 "개인적 성공"과 "영향력 있는 성공"...
-
1년 만에 ‘카르텔’에서 ‘성장 토대’ 된 R&D 예산… 예타 대상서 R&D 뺀다 2
尹 대통령, 올해 ‘국가재정전략회의’ 개최 말 많고, 탈 많던 ‘R&D 예산’ 중요...
-
대 승 리
-
정부 "안전 인증 없는 80개 품목 해외직구 당장 금지 아냐" 5
내달 위해성 확인된 제품부터 차단…품목 확정엔 법 개정 필요 (서울=연합뉴스)...
-
나는 오래전부터 변호사라는 직업을 꿈꾸어 왔지만, 최근에는 이 직업에 대해 회의감이...
-
ㅋㅋㅋㅋ
-
이딴게 남아있는게 유머네 진짜 적폐들 청산 좀 하자
-
옯붕이 취했다 0
어지러워
-
이재명입니다.
-
남아공
-
정관질받습니다 2
“정치 관련 질문”
캬
키야하
혹시 아이큐 재보신적 있으신가용
정식으로 받은 적은 없습니다.
캬
와 내가 실모에 중독됐었던게 명시화욕구였구나...
오늘도 감사합니다
12개 풀어서 금상.. 선생님 반응이 궁금하네요 ㅋㅋㅋ
이거 보고 매일 실모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공부를 밀도있게 하기로 결심했어요...
좋습니다ㅎㅎ
이거 ㅇㅈ. 작년엔 풀어넘기는짓만 하다가 수능때 망해서 올해는 풀고 첨부터 해설들으면서 더 빠르게 푸는 방법들을 터득하니까 시간도 확줄고 점수도 올라가더라구요
떴다 내 야동
60일의 기적 드가자 ..
그래서 몇개 풀면 되는거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와 금상
와.. 진짜 맞는말인듯요 다시한번 제 생각을 확고히 하고 가게됐네요 감사합니다
대학교 선행 에바 ㅜㅜ
캬 ㅋㅋㅋ
참.. 본질을 꿰뚫는 말인데 실제로 지키는 너무나 어려운
어떤게 정말 성적을 올리는 방법일까요? 제가 아는 의대가신 형 누나들은 하루에도 과목당 실모를 몇개씩 치면서 만점맞을때까지 계속 문제를 풀고 오답하고 버리고 이렇게 한 것이 성적을 많이 올리게 됐다 라고 하던데 ..
이미 실력이 궤도에 올라서 오답을 효율적으로 잘 하신 거 아닐까요. 50회 풀고 금상받았던 선배처럼요. 그 실력이 안 되는데 50회를 따라푸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추천수별로 칼럼 보는건 어떻게 설정하는 건가요..뉴비라..
캬 확실히 의머는 다르구나
잘 배워갑니다
실모치며 흔들렸는데 시몬스 감사합니다
내용이 정확히는 기억 안나지만 저번에 쓰신 풀커리에 목매지말고 필요한거 하라는 느낌의 글에서도 강하게 느꼇었는데
덕분에 멘탈 안정감 많이 얻어갑니다 선생님..
그 욕구가 ㄹㅇ 맞아요
게임은 다음 레벨을 위한 EXP라도 명시되어 있는데 말이에요
공부에는 그런 게 안 보이니까 힘들어요
매번 느끼지만 글 되게 잘 쓰시네요 잘 봤습니다 !
세줄 요약좀 글 개못쓰네
입시 몇년도에 치르셨나요? 아마 최근은 아니신 것 같은데...
요즘 ㅅㄷㅇㅈ 같은 재종에서 학생들에게 1년동안 풀리는 수학 실모가 기본 100개는 훌쩍 넘는데, 그들이 바보라서 그만큼 시키는 건 아니겠죠.
현재 기조에서 실모 10개로 충분하다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 같네요.
그리고 최고기록이 52개인데 12개 푼 거면 그렇게 적게 푼 것도 아니네요..^^
저희 때도 서바이벌 그만큼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형 학원의 커리쿨럼을 무작정 따르는 건 위험합니다. 그들의 커리큘럼이 모두에게 맞는 것도 아니고요. 그들이 100개를 준다고 해도, 어떻게 활용할지는 사람마다 달라져야 합니다. 그래서 주체성 없는 학생이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망하기 딱 좋은 조건이죠.
지금 수능때 까지 계획을 완벽하게 정리하려 하는것도 명시화 욕구인가요?
3번째 엎드려있는짤 엉덩이가 너무 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