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독해력 관련 질문-답변
쪽지로 질문이 와서 답을 드리면서 게시할 수 있는지 묻고
다른 분들도 볼 수 있도록 글을 올립니다.
> 국어 독해 문제때문에 쪽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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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저는 국어 4등급입니다. 아는 선배의 조언에 따라 매3비 기출 지문들을 모두 분석한 후 leet 기출 지문들을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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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t 지문 중에서 며칠동안 씨름하고 있는 지문이 있습니다. 2014학년도 leet 언어이해는 큰 무리 없이 전체적인 맥락과 문단 간의 내용 연관성 그리고 필자가 전개하는 문단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제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
> 그런데 문제는 2013년도 10~12번에 해당하는 지문과 13~15번에 해당하는 지문입니다. 이 두 지문의 경우에는 문맥이 잘 보이지 않고 문제가 풀리지 않더군요. 필자가 각 문장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도 잘 파악이 안됐구요. 13~15번은 독해할 때 문장 간 연관성을 찾지 못하고 그냥 한 문장 한 문장 따로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전체 지문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
> 어디서 문제점이 발생한 것일까요? 파악이 안됩니다.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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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독해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문장에 대한 이해력이 좋지 않아 자꾸 읽었던 문장을 다시 읽습니다. 이 문제는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까요?
>
안녕하세요.
문장 이해력이 좋지 않아서 다시 읽으시는 것은 버릇이기도 하고 독해력을 구성하는 어떤 부분에 약점이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이 약점 때문에 충분히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문장조차도 습관이 되어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다시 읽기도 합니다.
그러니 우선은 잘 읽을 수 있는 연습을 하여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문장을 읽을 때
1. 글의 단어를 읽는(단어인지) 과정
2. 읽은 단어를 마음속의 단어집(lexicon)과 대조해서 의미를 연상하는 과정
3. 한 문장에 사용된 여러 단어들을 문장으로 이해하기 위해 단어마다 1~2의 과정을 거치면서 단어들을 조합하는 규칙(문법)을 적용하는 과정
4. 문장이 전달하는 내용을 하나의 생각으로 구성하는 과정
5. 읽은 문장 이전의 내용 및 자신의 지식과 통합하는 과정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위 1~5는 반드시 1을 하고 나서 2를, 2를 하고나서 3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1에서 5로 나아가면서 병렬적으로 행해집니다.
이전에 글을 '읽는' 1의 과정을 잘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글을 썼습니다. 본인은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1의 과정에 문제가 있어 독해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2에서 5를 연습해야 하는데 안좋은 생활습관을 갖고 있어서 1에 문제가 생기니(컨베어 벨트로 부품이 제때 도착하지 않으니) 2~5를 숙달할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조립공정을 연습할 기회가 없어서 작업 실력이 늘지 않는다)
2를 잘 하려면 단어를 잘 알아야 합니다. 충분한 수의 단어를 알아야 하고, 단어의 다의어를 알며 어느 맥락에 어떤 의미가 사용되는지에 익숙해야 합니다. 어떤 단어가 사용되면 그에 따라 어떤 내용이 따라온다는 것도 능숙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2, 3, 4, 5를 잘 하기 위한 수준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장 읽기가 원할하지 않은 학생이 leet 지문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 우려스럽습니다. 최근 leet지문으로 공부하는 트렌드가 있는데 4등급 학생에게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단어가 문장에서 의미하는 바를 적절히 연상하여야 하는데 보통 4등급 정도의 학생 그리고 문장 읽기가 능숙하지 못한 상태라면 leet 지문은 당연히 어렵습니다. 어려우니까 학습을 할만한 좋은 꺼리가 아닌가 생각할 수 있는데, 저는 여기에 반대합니다.
문장을 읽을 때 시선은 글을 따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합니다. 쭉 이동하는 모양이 선형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이동(도약 saccade)과 고정(fixation)을 반복합니다. 그런데 글을 따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고정-이동-고정-이동을 하다가 거꾸로 왼쪽으로 또는 윗줄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시선이 되돌아오는 현상은 독해에 문제가 없는 사람들에게 10~15%정도 발생합니다. 높은 수준의 독해력을 가진 사람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시선이 멈추는 횟수와 고정하여 단어에 시선이 멈춘 시간duration time이 짧습니다. 그런데 만약 자신이 능숙하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글을 읽으면 어떻게 될까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단어의 의미를 장기기억에서 불러내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자주 연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속하지 않고 처음 단어를 보았을 때 '이런 의미인가?'하고 생각할 후보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후순위에서 불러냅니다. 신데렐라 유리구두 신어보기 순번처럼이지요. 그리고 문장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애를 써서 시행착오를 거쳐 조합을 합니다. 지금 제가 이야기하는 '시간'은 초가 아니라 십에서 백 밀리세컨, 즉 0.0몇~0.몇 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글을 읽는 세부 과정의 단계를 행하기 어려우니까 속도가 늦어지고, 과정별 속도가 늦어지니 하나 하고서 다음 것 하려고 할 때 직전에 한 것이 마음속에서 사라집니다. 요리처럼 두부 썰어놨으니 아채를 다듬는 동안 두부가 그대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야채를 다음는 시간이 길어지면 두부가 아이스크림인듯 녹아 없어지는 것같은 그런 상황입니다. 그래서 작업기억에 앞에서 본 단어, 문장, 맥락이 떠오르지 않으니 다시 돌아가서 보려고 시선이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만약 버릇에 불과하다면, 또는 충분히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글에서 되돌아가기 현상이 나온다면 되돌아가지 못하는 훈련만으로 교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수준의 글을 읽는 경우에만 되돌아가지 않게 되겠지요) - 글을 읽을 때 시선이 지나간 단어들은 가리면서 읽는 방법이 있습니다. 마치 스터디*스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분들은 읽기를 processing으로만 접근해서 knowledge적인 측면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언급했을 뿐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독해는 여러 과정이 있고 그런 과정이 병렬적으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수준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수준보다 너무 멀리 있는 수준의 글을 이해하려면 계속해서 그것을 버텨내느라 좋지 않은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읽으려 하게 됩니다. 그래서 과도하게 되돌아가며 읽는 버릇이 생겨서 쉬운 글을 일을 때에도 이런 현상이 일어납니다.
보통 단어를 '안다'는 건 단어를 보고 의미를 떠올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제가 말하는 '안다'의 의미는 '의미를 떠올리는 속도, 맥락에 맞는 (다의어의) 의미를 선택하는 속도'가 충분히 신속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난 이미 그 단어를 아는데?라고 생각할지라도 내가 읽어야 할 수준의 글(수능지문)에서 해당 단어를 만나서 다른 독해과정을 처리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을 만큼 그 단어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우선 단어를 처리하는 연습만 할 수 있도록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공부를 하셨으면 합니다. 열심히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 도전적인 학습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자신에게 맞는 공부를 하셔야 합니다. 마치 수학을 공부할 때 개념이 확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능력보다 어려운 문제를 계속 푸는 것과 같습니다.
등급으로만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략 2등급 정도 된 후에 필요하다면 잘 선별해서 leet로 공부를 하시기 바랍니니다. 수학 개념이 정말 제대로 잡혀 있으면 응용문제를 푸는 양을 줄여도 되는 것처럼 독해도 기초가 단단하면 굳이 어려운 글로 공부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로스쿨이 시작될 무렵 그러니까 leet를 개발하는 시기, 시행된 초기에 그쪽 업계에서 일했습니다. leet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되돌아가는 문제를 잡기 위해 오히려 더 쉬운, 교육과정평가원의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고2 지문을 편안히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공기 좋은 곳에서 산책하듯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대하는 경험도 많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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