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잡지식 50 : 광해군의 중립 외교?
오랜만에 역사 잡지식...인데 제목에서 보시다시피 좀 논쟁적인 주제입니다.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광해군을 중립 외교, 인조를 친명배금에 동치하여 광해군이 중립/실리 외교를 주도하였으나 인조반정으로 실각하였고, 이후 집권한 인조가 친명배금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정묘/병자호란이 일어난 것이라는 서술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일단 광해군 자체는 중립 외교에 대한 나름의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등거리 외교', 즉 명과 후금의 분쟁 사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려 했다는 점은 여러 사료를 통해 확인되는 지점입니다.
그러나 광해군의 중립 외교는 여러 측면에서 물음표가 찍힙니다.
먼저 그것이 광해군만의 외교 전략이었나 하는 것인데, 사실 선조나 인조나 명과 후금의 관계에 일찌기 관심을 갖고 둘 사이의 분쟁에 끼지 않으려고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다만 선조는 임진왜란 때문에 대북방 외교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 인조는 결과적으로 정묘/병자호란으로 피를 봤다는 점에서 주목받지 못할 뿐이죠.
또 광해군이 그것을 이행하려는 모습을 실제로 보였냐 하는 것입니다.
여러 사료에서 그의 '생각'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그것이 실제 행동으로 나타난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광해군 시기 막대한 권력을 갖고 있던 이이첨은 강경히 친명배금을 주장한 사람이었는데, 이런 사람을 옆에 두고 중립 외교를 실현할 수 있었냐 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이것이 실질적인 효과를 불러일으켰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건 광해군의 잘못이라 볼 수는 없지만, 조선이 명과 후금의 관계에 휘말리지 않으려 했던 것처럼 명도 조선을 방패삼아 전쟁을 피하려는 외교 전략을 택하였고 후금도 명을 조지기 전에 어떻게든 조선을 묵사발을 만들어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두 강대국이 이런 전략을 취하는 가운데 (조선도 당대의 강국입니다만 명과 후금에 비해서는 약소국이라 할 수 있으니) 광해군의 중립 외교가 실효성 있는 전략이었냐는 데에는 긍정적인 답이 나오기 힘들죠.
여담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흔히 광해군의 중립 외교 전략으로 사르후 전투가 제시됩니다. 광해군이 명에 등떠밀려 군대를 파견하였지만 강홍립 장군에게 밀지를 보내 어떻게든 둘 사이에 끼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후금에 보여주려 했다는 건데요.
강홍립 장군은 사르후 전투에서 만 명에 가까운 병력을 잃고 나서야 후금에 항복합니다. 애초에 항복한 후 둘 사이의 분쟁을 관망하려 했다면 굳이 아까운 병력을 잃을 필요가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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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인조는 광해군의 폐모살제 및 명에 대한 배반을 명분으로 반정한 왕이라 친명배금을 선택할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선조~인조 때의 외교 기조는 거의 동일하다고 보아도 좋습니다.
우선 재조지은이 강조되었지만(본문에 언급한 이이첨도 그 예) 웬만하면 명과 후금 사이의 분쟁에 끼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어요.
친명을 강조하되, 배금을 강조하지는 않음으로써 분쟁을 피하려 했다고 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충분한 답변이 되지 않았다면 질문 주셔용
우선 선조대에는 조선에게 명과 후금에 대한 양자택일의 선택지가 본격적으로 강요되기 전이라 선조의 대외적 스탠스는 명백히 알수없으나
선조의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재조지은을 채택하지 않았을까..(조정을 버리고 도망간 왕이니)하는 추측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조시기에는 이괄의 난 등 내부적인 문제도 조선에게 불리하게 작용한거 같구요
다만 정묘호란 이후 인조의 대처는 최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네네 선조의 개인적인 동기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본문에서 광해군의 의지와 조정의 상황을 굳이 구분하여 서술한 것도 그와 관련된 지점입니다.
다만 제가 이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광해군을 중립 외교론자로 볼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고, 선조와 인조의 사례를 통해 광해군의 외교 기조가 선조나 인조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드리려 한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선조나 광해군이나 인조나 개인적인 의지가 어떠했냐에 상관없이 당대 조선의 외교 기조는 친명하되 배금하지 않는다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는 거죵
사실 인조가 적극적인 배금을 밀어붙일수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은 저도 동감합니다
전후 망국에 가까운 조선의 상황에서 명을 적극적으로 도울 여력도 없었을듯하고요
오히려 청 건국 이후 조선에 대한 후금의 태도돌변은 명나라가 생각보다 잘버텨준 중원의 상황에서 기인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후방 공격으로 인한 샌드위치를 조심해야하니깐요
네네 말씀해 주신 것처럼 후금은 조선의 후방 공격 내지 명과 조선의 협공에 특히 조심을 기울였습니다. 누르하치가 영원성 전투에서 대패한 것이 그 심리를 더욱 자극하였을 것이고, 이후 즉위한 홍타이지가 대조선 강경책을 펼친 것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정묘호란의 계기가 조선 내 주둔 명군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명확히 이를 알 수 있죠.
덧붙여 인조반정의 명분은 명에 대한 배반보다는 폐모살제에 더 큰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왕이 형제를 살해한 경우는 왕왕 있었지만 (명목상) 어머니를 유폐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폐모살제는 훌륭한 명분이었죠
연산의 케이스를 봐도 조선에서 불효는 크리티컬한 명분인것 같습니다
좋은 의견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네네 오랜만에 학문적인 얘기 나눌 수 있어 좋았어용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 좋은 하루 되세요!
와! 죽은줄 알았어요. 전닉(무_디, 소리질러)
와!
티바님도 해피 설날 되세요오오오